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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 나는 누구인가에서부터 경영은 시작된다!
찰스 핸디 지음, 강혜정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포트폴리오 인생’ 이란 말이 무슨 뜻일까 고민하며 읽어 내려갔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인문학자 경영 구루의 책이라고 해서 뭔가 경영 원칙에 대해서만 있을거라, 나름 어렵겠다고 각오하고 읽은 책인데 다행히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특히, 자신의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풀어서 서술할 때는 이렇게까지 아일랜드의 지역적인 특색을 몰랐던 나로서는 상당히 새롭게만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 영국과 아일랜드는 종족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배우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 ‘분리’ 가 되어있을 줄은 몰랐던 탓이었다. 이렇게 아주 옛 시절(그는 1959년에 셸이란 석유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 때는 나는 태어나기는 커녕 우리 엄마가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다!!! 우와~)을 살던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와는 전혀 연고가 없을 것 같은 지역(아일랜드 또는 영국)에 사는 사람의 경험을 보니 정말 새롭고 신선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루하기도 했다. 아마 그것은 우리나라가 영국과 아일랜드와 같은 문화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엔 너무 낯설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한 사람의 인생관과 삶, 열정, 기쁨, 슬픔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혈통이나 가계도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래서 찰스 핸디의 가계도부터 쭉 설명되어있는 부분을 역사를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읽어내려 갔다. 찰스 핸디는 영국계 아일랜드인의 얼마 되지 않는 후손으로, 소수집단이 으레 그렇듯이 똘똘 뭉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왔다. 그들의 선조들은 17세기에 일어난 그 유명한 청교도 혁명 지도자였던 크롬웰과 함께 건너온 사람들로, 호국경에게 바친 충성심에 대한 보답으로 넓은 땅을 하사받고 아일랜드를 통치하는 ‘지배세력’ 으로 불려왔다. 대다수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사는 아일랜드에서 소수의 개신교도인 ‘지배세력’ 이 다스렸다는데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서로서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갔단다. 그래서 학교도 다르게 다니고 문화생활이나 기질조차 다르게 만들어왔기에 찰스 핸디는 자신이 어디를 가고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말하고 어떤 식으로 말하기만 해도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 출신인지 알게 되는 것이 상당히 의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세상에나~ 같은 땅덩어리에서 살아가면서 가는 학교, 미사/예배를 드리는 장소, 모여서 노는 장소, 노는 문화 등 모든 생활 양식이 다르게 이루어졌다니.... 절대 섞일 수 없었다니...완전히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보는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이해할 수가 있나. 내 눈에는 다 똑같은 서양인일 뿐이니 말이다. 그네들이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겠지, 뭐. 그런 문화의 지배를 받았던 찰스 핸디가 그것을 깨뜨린 것은 나중에 미국으로 1년간 공부하러 갔을 때였다. 중년쯤 되었던 그런 나이에서야 어린 시절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었던 아일랜드인과 ‘지배세력’ 이 사실은 융화될 수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으니 정말 어린 시절 환경의 영향은 무시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융화되어서 친구를 사귀거나 했다면 찰스의 인생에 더 풍요로운 영향을 주었을 텐데 말이다.
경영 구루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 옥스퍼드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웠다 - 였기에 찰스 핸디의 글은 경영서라기 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소신있게 (돈을 많이 받지 못하더라도^^;) 찾아갈 수 있어야 하며 앞으로는 전일제나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지기 때문에 - 이런 견해가 지금처럼 일반화되기 훨씬 전에 그가 예측한 개념이다 - ‘포트폴리오 인생’ 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자금을 여러 곳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처럼 자신의 일도 여러 개를 나누어서 분산시켜 해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 우리 삶이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나만 해도 학원에서는 강사요, 집에서는 딸이자, 누나이자, 동생이고, 교회에서는 헬퍼인 것처럼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할 일이 달라지는 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인생’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 이때는 아직 ‘이직’ 이란 개념조차 일반화되지 않았다!! - 밥벌이할 수단을 여러 개로 나누어서 얻어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셸이라는 조직의 간부로 있으면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세인트조지 하우스 학장으로 있으면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동안 강연을 했을 때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포트폴리오 인생’ 이, 정작 자신이 아무런 월급이 나올 구멍이 없을 때가 돼서야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렵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대단한 경영이론도 탁상공론으로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을 할 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찰스 핸디가 이제까지 영향력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가 지켜가는 가치관, 신념을 그대로 이야기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