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 빠진 수법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흔해 빠진 수법’ 이란 단어는 어딘가 식상하고 고루한 느낌이 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인 단어이다. ‘수법’ 이란 단어를 말할 때 나는 다소 음흉한 느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해 빠졌기에’ 누구에게나 뻔할 수 있는 것, 그것들은 우릴 편하게 해준다. 왠지 어설프게 우릴 속이려하는 호객꾼을 만난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이 책의 제목인 <흔해빠진 수법>을 처음 보았을 때 머릿 속을 스쳐간 그림은 아주 평화롭고 행복해보이는 동화같은 모습이었다. 플라시보 시리즈를 전에 한 번 읽은 적이 있었는데 다른 이야기는 좋았지만(<변덕쟁이 로봇> 이란 작품은 너무 재미있었다. 허를 찌르는 예리한 통찰력!! ) 그 중 몇몇 이야기는 섬뜩하고 오싹해서 (그런 이야기는 머릿 속에서 잘 나가지도 않는다 ^^; - 특히, 나는 가족들이 다 잔 후에 책을 읽는다 --a) 한 번쯤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느낌이 나는 이 책에 끌렸다.

 


내가 기대했던 <흔해 빠진 수법> 이란 단편은 맨 마지막에 나왔기에 읽은 걸 잘 마무리하고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정말 ‘흔해 빠진 수법’ 으로 돈을 줘서 고용한 건달이 오면 싸우는 척을 해서 이기고 그래서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건달이 진짜 건달이었다는 걸 알게 된 남자는 평상시에도 자기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어 나중에는 회사 사장까지 된다는 이야기... 그런데 실은 그 진짜 건달들이 좀 거세게 연기한 고용인이었다는 것!! 이런 ‘흔해 빠진 수법’ 으로 정말 자신감이 생기고 인생이 술술 풀려간다는 것은 믿을 순 없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수긍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실제로 살다보면 ‘마음먹기’ 에 따라 일이 잘 풀리기도, 더 나빠지기 하지 않은가. 물론 그 ‘마음먹기’ 가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만. ^^;

 


이 소설집 중에는 현실을 비꼬는 내용도 많은데 곰곰이 읽으면 정말 실소가 터져나온다. <버리는 신(神)> 이란 소설에서 무슨 일을 해도 실패를 하고 마는 한 청년이 나온다. 그는 대학을 나와서 입사시험을 치르면 어떤 회사라도 족족 떨어져서 백수로 지내고 있는데 한 경영컨설턴트가 와서 그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그게 어떤 일이냐 하면 회사운영상황에 대해 체크를 하는 회사에서 그 체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판가름해주는 것이다. 그는 완벽히 ‘쓸모없는 사람’ 이기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부적격’ 으로 나오면 두둑하게 보수를 받을 수 있었다. 가끔 ‘부적격’ 이 아니게 나올 때도 있는데 그때는 꼭 살펴보면 중요한 부품이 고장났기에 더욱 그의 가치가 높아져갔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그를 아주 존경한다며 양성소를 세워 더 많은 사람들을 키워내자고 한 말로 이야기로 끝이 난다. 무엇을 비꼬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도 일단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 만큼 현실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든 소설이었다. 반전의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짧은 소설이라서 읽는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그 감동도 길게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짧은 소설 하나 하나가 어떤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에 이 소설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