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믿음의 힘 -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성취, 뉴욕타임즈베스트셀러 #1
토니 던지 지음, 이기승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믿음의 힘’이면 ‘믿음의 힘’이지 왜 “조용한”이란 단어가 앞자락에 붙는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서 우승으로 이끈 인디애나 폴리스의 콜츠팀 감독이라, 스포츠란 단지 숨쉬기 운동 그 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랑은 맞지 않아도 한참 맞지 않았다. 스포츠를 하던 사람인데다가, 더구나 격렬한 풋볼을 하고 있는 스포츠맨에게 “조용한”이란 단어는 무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 토니 던지는 정말 풋볼 선수로 뛰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조용함”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다른 선수들도 풋볼 선수이지만 절대 시끄럽거나 육체미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온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소개해주었지만 사실, 내가 보지 않으면 믿기기 어렵다. 정말 야만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렬한 운동이지 않은가 말이다. 풋볼이. 허나 작가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는 맘으로 일단 수긍하고 책을 보았다.

 


어떤 사람들이 성공한다면 그들의 뒤에는 그보다 비범한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는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여기 토니 던지의 부모님도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다. 평생을 교직에 계셨던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나오면 자신의 소질이나 적성과는 상관없이 바로 주위에 널려있는 자동차 공장에 들어가 직장을 구하는 아이들을 안타까워 하셨기에 잭슨고등학교에서 영어와 화술을 가르치며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개발해주곤 하시는데 온 힘을 기울이셨다. 한 번은 그녀가 에세이를 채점하면서 메모를 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A학점을 맞는 아이들보다 B학점을 맞는 아이들을 더 많이 생각하셨는데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어머니가 채점하면서 했던 메모는 이것이다.

 


‘스티브 존스, B학점. 내가 어떻게 하면 스티브가 A학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이 학생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다 발휘하고 있지 않다.’

 


이 메모를 보면서 나는 참 많이 부끄러웠다. 나도 5년째 강사일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잠재능력이 있고 그것을 키워주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요 근래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달에 학원에서 얻는 보람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생각돼 이직을 고려해본 적이 있었다. 그 때 고려해야 할 내 선택조건에 ‘아이들’은 없었다.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그들에게 이렇다 할 애착은 없는, 어찌보면 상당히 냉정한 나는 아이들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아이들의 잠재능력이 커가도록 돕겠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하지 않았다. 내가 5년 내내 이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 때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 그만큼 지치고 힘들었기에. 그 때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 이젠 ‘아이들’이 하나의 인격체로 보인다. 아이가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히 낮으면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하게끔 강하게, 단호하게 알려주었던 내가 이젠 왜 그러냐고, 어디 아픈 것은 아니냐고 살며시 물어주게 되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언제 아프고 짜증냈었냐는 듯이 수업에 집중해주곤 한다. 아이들의 생각과 의사를 물어주는 것, 단순한 그것이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느낌을 들지 않게 하고 오히려 수업이 재미있게 여긴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발견이었다.

 


또한 그의 아버지도 조용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닌 분이셨는데 그와 낚시를 하러나가는 시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경이로운 세계를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동생과 토니가 아버지랑 낚시를 했던 일화는 내 마음을 움직였다. 동생에게 낚시를 가르쳐주시다가 낚시바늘이 귀에 걸려 아플 때조차도 아버지는 소리를 지르지 않으시고 인내하며 천천히 말씀하셨다.

 


“린덴, 너는 낚싯대를 던지면서 네 낚싯대가 어디 있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할 뿐 아니라....네 주위에 너 말고 누가 있는지를 살펴야만 해.”

 


나는 사소한 아픔일지라도 난리치며 엄살을 떠는데 토니 던지의 아버지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서 아픔을 꾹 참고 (나 같으면 화를 꾹 참고^^;) 메시지를 주시는 모습은 정말 아이를 가르치는 모든 부모와 모든 교사라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었다. 아이들이랑 놀다보면 발을 밟힐 때도 있고 (요즘 아이들이 좀 크냔 말이다^^;) 머리로 박는다거나 팔꿈치로 가격당하기도 하는데 보통 아이들 앞에서는 그냥 웃지만 (힘들다...웃기도..^^;) 너무 아팠을 때는 나도 모르게 센 소리가 나가기도 한다. 정말 가르치는 일은 너무 힘들다...

 


이런 두 분의 영향을 받고 자란 토니 던지는 하나님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의 형제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도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일 수 밖에 없다. 정말 부모가 되는 일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런 그가 흑인이고 쿼터백으로 맹활약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어도 코치가 되고서부터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코치가 되었던 장소는 선수로 뛰고 있었던 스틸러스였는데 쿼터백으로 뛰었을 때부터 그를 믿어주었던 척 놀 감독이 어떻게 선수들을 관리하고, 독려하고, 대형을 짜는지 등을 알려주고 준비시켜주었다. 그 이후에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마틴 감독를 거친 다음,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데니스 그린 감독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사실 특별한 능력이 없었던, 그래서 코치일이 아무래도 서툰 그가 다른 코치들도 많은데 하필 데니스 그린 감독에게 코치로 뽑힌 것은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차곡차곡 맏들어가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처음 감독으로 일한 곳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였다. 그 팀은 이제까지 1982년 이래 플레이오프에 들어간 적이 없는 팀이었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구성은 괜찮은 팀이었다. 던지는 코치팀을 구성하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해주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슈퍼볼 우승으로 이끈 팀은 이 팀이 아니라 이 다음에 감독했던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였지만(심지어 버커니어스팀은 토니 던지가 해고당한 다음 해에 슈퍼볼 우승을 거머쥐었다!!!) 토니 던지가 자신의 역량을 가장 많이 드러냈고 선수 하나하나의 인격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끼친 것은 이 팀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사소해보이는 여러 가지를 변화시키면서 선수 개개인이 ‘책임’을 가지게 했다. 예를 들어 자주 없어지는 타월을 보고 개인의 이름을 적어넣는 등 선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무한으로 공급할테니 선수를 의심하지 말게 하게도 하고 말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게 해서 인터뷰를 할 때조차 실패자처럼 하지 않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팀 개개인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실패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기에 1996년 연속으로 내리 다섯 번을 졌을 때 위기가 왔다. 그 때 구단주가 직접 찾아와서 토니 던지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고 지지하고 갔던 경험은 그가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선수들에게도 큰 믿음을 주었다. 그래서 토니 던지 감독은 선수들에게 성질을 부리며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찍은 테이프를 보여주면서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데 골몰했다. 그리고 나서 얻었던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이 때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끝나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는데 이때의 습관이 토니 던지가 해고당한 다음에도 계속 이어졌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조용한 토니 던지조차 정말 화를 낸 적이 있었다. 그것은 연습시간에 아예 나오지 않는 리건 업쇼우와 사인회를 하느라 지각한 에릭 레트 때문이었다. 그는 그날 풋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태도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기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경기외 필드 바깥일은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강조를 했다. 다른 선수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비전’에 대한 유인물을 나누어주면서 독려했다. 1996년을 이렇게 보내고 나서 도약의 해가 된 1997년을 맞이했다. 5연패를 했던 1996년에는 ‘내가 다시 경기장에 오나봐라!’ 란 모욕적인 말도 들었지만 1997년에는 대박의 행진이었다. 홈에서 첫 경기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경기에서 워릭 던의 활약으로 13대 6으로 승리했고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와의 경기에서도 또 워릭 던의 활약으로 2승을 했고 워릭 던은 ‘금주의 공격선수’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바이킹스를 이기고 나서 다시 홈에서 마이애미 돌핀스를 맞이했는데 유례없던 매진열풍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조용한 카리스마로 선수 하나하나를 믿음으로 일으키고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있는 존재로 만들었던 것이 선수들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켰다. 특히 토니 던지는 가족을 우선시하고 아무리 큰 경기가 있는 날이어도 오랜 시간 회의를 한다거나 연습을 하지 않고 풋볼은 풋볼일 뿐 인생 전체가 걸려있는 것은 아니라는 가르침으로 인생을 알차게 살 수 있게 선수들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가르침은 비단 풋볼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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