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안녕하세요? - 글래디 골드 시리즈 ㅣ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4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에 바치는 오마주’라는 책 표지의 선전이 시선을 잡아끄는 책, 추리소설 <오늘도 안녕하세요?> 를 읽었다. 나에게 추리소설은 중학교 때 셜록 홈즈의 <얼룩끈>을 끝으로 인연이 없었던 책인데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보니 정말 새로웠다. 사실 살인이나 범죄가 등장하는 스릴러 쪽은 영화라면 몰라도(그것도 극히 가려서 보긴 하지만^^;) 책이라면 전무하다시피 하는 나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추리소설 취향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오늘도 안녕하세요?> 는 표지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정말 유쾌, 상쾌, 발랄하기까지 한 추리소설이라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처음에는 나이든 할머니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군더더기가 많은 설명이 조금 지루했었는데 리타 라킨이란 작가가 만든 ‘글래디 골드’라는 캐릭터가 역시 주인공답게 예민한 지각력을 발휘해 추리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순간부터 쏘옥 빠져들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피해자는 심장마비와 구별이 안 갈 정도로 평범하게 죽어서 별 감흥이 일지 않았는데 프랜시가 살해당했을 때 등장한 살인범의 눈빛을 보고는 내 방문이 닫혀있는지 뒤돌아볼 정도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수다스럽고 정신없는 일상에 빠져들었는지 추리소설임에도 유쾌한 내용만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내 불찰이었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인간이 모여 사는 아파트가 배경인지라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해서 일어나지만 그 내용에 마음이 가진 않았고 읽는 내내 마음이 갔던 궁금증은 힘 없고 돈 없는 할머니들을 왜 죽였냐하는 것이었다. 단순한 줄거리에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추리하기엔 너무나 쉬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사건의 범인과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범인을 앞에 두고 의심이나 검문도 안하고 넘어가버리는 꼴이었다. 그냥 아파트를 헐고 다른 것을 지으려는 모종의 음모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까지 규모가 큰 사건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섬세하고 더 악랄한 음모였을 뿐.
어느 날 셀마는 생일을 하루 앞두고 심장마비로 죽어버렸다. 사람들은 그저 나이많은 노인네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주인공 글래디 골드만은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고 친구들과 조사를 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우리의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프래디가 생일 전날 죽은 후, 글래디는 글래디의 동생 에비와 쌈닭같은 아이다, 건망증이 심하나 논리적인 벨라, 완벽한 치장을 좋아하는 소피와 함께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역시 등장인물이 할머니이다 보니까 정말 결정적인, 짜증나는 실수를 저질러 주셨다.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은 독살이기에 글래디는 프래디의 시신을 부검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하러 갔으나 나머지 할머니 탐정들이 다들 잘한답시고 프래디의 시신을 화장시켜놓고 자랑을 하러 왔으니. 글래디가 얼마나 열을 받았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나도 같이 열을 받아 주었으니까. 유쾌하고 간단한 내용이라서 이렇게까지 몰입할지는 나도 몰랐다.
여기서 잠깐! 할머니라서 사랑이란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있는 우리의 주인공도 마찬가지!! 14년 전에 글래디가 남편의 기일에 슬퍼했던 어느 파티장소에서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한 잭 랭포드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것이었다. 얼마 전에 아내가 죽은 그는 아내가 있을 때조차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다니 그 이후론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상상이 갈 것이다. 흐흐흐.
이런 막간의 휴식이 있고 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재빠른 진행이 있었다. 휙휙 진행해가는 이야기 속에 글래디는 주도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어 많이 안타까웠다. 더군다나 살인범이라는 작가가 정말 아닐 것 같은 인물이라니. 여기서 글래디의 반짝이는 추리가 빛이 났다. 글래디가 발빠른 행동력으로 모든 증거를 다 확보하고 뛰어난 연기력까지 발휘해서 진짜 살인범을 찾아내는데, 여기서도 추리를 못 따라가서 좀 허덕였다.^^; 아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소설은 금방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워낙 추리소설쪽은 약한데. 다른 논리적인 문제를 푸는 것은 그렇지도 않은데 유독 추리소설은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정말 찾기 힘들다. 글래디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책은 꼭 범인을 내가 먼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