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노인이 없다>...이 책을 읽고 당대의 최고의 작가라는,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마약에 대한 스릴러이면서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따온 제목이라니...처음부터 이 말도 안 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순에 흥미를 느낀 탓에 이 책을 꺼내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릴러에 이 시가 왜 붙어있는 건지, 제목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것을 파악하고자 애썼지만 실패했다. 책을 읽기 전에 시를 읽어봐도,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 시를 읽어보아도 전혀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 나에겐 미궁이었다.



처음부터 진도가 나가지 않던 진행방식 때문에 너무 힘들었는데 그것은 모든 사건이 단조로운 문제로 이어지고 긴장감이나 숨막힘이 느껴지기 보다는 싱겁게 끝나는 결말에다가 묘사는 최대한으로 줄여놨기 때문에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건만 해도 오래 걸렸다. 줄거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모스’라는 주인공이 마약거래에서 사용된 돈가방을 발견해서 그것을 가지고 도망을 치자 그를 따라다니는 살인마 ‘시거’는 숨통을 조여오고 그 지방을 관리하는 보안관 ‘벨’은 무기력하게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는 것....그런데 내가 더 짜증이 났던 이유는 이 책이 대단한 평을 광고했단 것이다. 읽는 도중에 이해는 커녕 더 이상 쳐다 보기조차 싫어졌을 때 보았던 겉표지에 붙어있는 별 다섯 개가 정말 어이없었다. 광할한 텍사스를 무대로, 악마와 경주를 벌이는 지옥의 레이스처럼, 숨가쁘게 내달리는 오싹한 이야기...제일 처음에 쓰인 서평이다. 누가 악마이고(시거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지만, 악마는 아닌 듯^^;) 어디가 지옥인지...그것이 레이스였는지도 몰랐다...^^; 그 만큼 묘사가 배제되어 있어서 간발의 차이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기에.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묵시록적이다. 보안관 벨의 독백이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데 (처음에는 주인공 ‘모스’의 독백인 줄 알았다.^^; - 그러면 주인공은 ‘벨’인가?) 그가 전망하는 미래의 모습은 너무나 우울하다. 40년 전에 교사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을 때는 떠드는 것, 숙제 안 해오는 것 등이었는데 40년 후에 다시 설문지를 돌리니 강간, 방화, 살인, 마약이 가장 어려운 점이란 대답이 돌아왔단다. 앞으로 40년이 더 지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상상되지 않는다고 한 ‘벨’의 말에서, 그리고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아시지만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미래에 대해 나는 무기력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떤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도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마땅히 혼이 나야 하는 데도 멀쩡한 세상을 보면서 어쩜 화도 나고 원망스럽다가 이제는 화낼 기운도 없어, 무감각해질 만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읽는다고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상적인 세상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하고,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조명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나는 그런 어려운 이론에는 관여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든 것을 포기해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본다. 세상은 이렇게 막나가도 문학만큼은 그래도 이 세상이 살 만하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해줘야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몰입이 되지 않아서 딴 생각을 하게 만든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주로 인문 쪽의 실용서적을 많이 읽기에 몰입이 되지 않았던 책(철학은 정말 힘들다^^;)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는 아니었기에. 정말 코맥 매카시라는 인물이 그렇게나 대단한 인물인지, 아니면 소문만 무성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해를 잘 못하는 것인지....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시.는. 코맥 매카시라는 이름만 들으면 멀찍이 떨어져서 외면할 거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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