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즈 비 Boys be
가쓰라 노조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 작가와 나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을 읽고 눈물을 흘린다거나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과연 뭘까.

작가와 내가 하나의 도구로 통했다는 것 아닐까.

 

그런 도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다른 이가 내 생각에 공감한다는 것,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비슷하게나마 감동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일본에 사는 65년 생의 가쓰라 노조미와 한국에 사는 80년 생의 내가 이렇게 통하고 비슷한 감동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사실 나는 일본 소설은 잘 보지 않다가 유쾌하지만 끝이 없는 소설을 몇 권 읽어보았다. 그랬기에 이런 감동을 주는 소설이 있는 줄조차 몰랐는데 어려워만 보이던 한국 소설보다 오히려 더 쉽게 다가와주었다.

 

# 삶과 죽음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유한한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죽음'이라는 막연한 존재에 대해 쓸데없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보면서, 어떤 자세로 그것을 대해야 올바른 행동인지 고민하게 된다. 회피, 거부, 부정, 용인, 수용... 여기 열두 살의 하야토를 보자. 그는 자신도 '엄마의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섯 살의 어린 동생 나오야에게 '엄마의 죽음'을 이해시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순수하게 슬픔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것을 참아서 자기도 모르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는 일은 얼마나 아플까. 그 상황을 인정하고 슬픔을 터트리면 아픔도 치유될 것을.

 

# 어른과 어린이

어른은 어린이보다 나은 게 과연 무얼까. 슬픔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과연 성장한 것일 수 있을까. 하야토의 아빠는 엄마가 죽은 뒤 모든 것을 - 아내(엄마)가 죽은 것에 대한 슬픔, 혼란스러워하는 나오야에 대한 관심, 두 아이에게 베풀어져야 하는 애정, 엄마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궁금증, 엄마가 없는 자리에 들어오려고 하는 이모에 대한 감정 뒤수습 등 모두 - 장남인 하야토에게만 맡겨버리고 자기는 오로지 일에만 빠져살았다. 오히려 동생에게 엄마의 죽음을 이해시키려 애쓰는 하야토나 나름대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나오야가 훨씬 엄마의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

 

# 인간과 인간의 우정

인간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나이의 범위는 얼마큼 될까. 한두 살? 다섯 살? 열 살? 아니면 예순 살은 어떨까. 처음에는 우연히 만났지만 갈수록 필연적인 관계가 되어가는 일흔의 에이조와 열두 살의 하야토. 겉으론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보이는 이 두 사람은 점차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알아가고 그것을 완성해간다.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이기에 앞으로의 그들 모습이 더욱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한 가족이야기, 우정이야기를 읽었다. 가족은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그보다도 마음으로 통하게 되면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세대차이가 나는 사람들끼리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이웃과 관계를 맺어간다면 아마도 홀로 죽어서 삼사 일 지나서야 겨우 발견되는 비극적인 노인들은 찾아볼 수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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