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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와 사랑에 빠지다 - 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현지에서 1년간 독점취재하다
최보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사실 나는 스포츠의 '스'자도 모른다. 야구는 너무나 어렵고 배구는 이해를 못하고 골프는 그냥 비싼 거고 탁구는 너무 빠르고...그나마 축구가 볼만하기도 하고 이해할만한 규칙을 가지고 있어서 보기만 조금 할 뿐이다. 그렇다고 경기를 매회 찾아서 본다거나 축구장을 가는 것은 아니고 월드컵을 하거나 일본와 우리나라의 대항전이 있는 날 정도 가끔 볼 뿐이다. 그러던 내가 이 책을 발견했다.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축구의 종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것을 시작으로 최보윤기자가 일 년동안 그를 영국에서 취재한 것을 모아낸 책이다. 상당히 두툼하면서도 알록달록하게 올컬러로 되어있기 때문에 보기도 쉽고 '축구스타'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호기심을 풀 수 있었다.
앞부분에는 우리나라 프리미어리거 삼총사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의 이야기가 실려있고, 뒤로 가면 프리미어리그의 스타들의 멘트가 간략하게나마 실려있어서 너무 좋았다. 흐흐흐. 사실 내가 운동에 미쳐있는 상태가 아니여서 그들의 실력이 얼마만큼인지 사람들이 왜 그들에게 열광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화보집이 너무 좋다. 나는 사진이 많이 나온 것을 보면 마음이 설레기에. 저번 2002 월드컵 때도 어디선 나온 책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나라별로 선수진과 감독의 사진이 실려있는 책자를 받아서 너무 행복했는데...허허허... 그리고 뒷부분에는 감독에 대한 멘트와 축구 상식이 소개되어 있는데 축구를 아주 띄엄띄엄 보는 나같은 사람에게 아주 유용할 듯 싶다.
박지성 선수가 거스 히딩크감독을 따라 에인트호벤으로 갔을 때는 정확한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랐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까 그 때는 처음으로 큰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고 외국이라 말도 통하지 않기도 하고 여러 가지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박지성 선수가 예전보다는 더 단단해져 보였다. 아마 그의 실력과 체력, 끈기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를 영입하기로 결정한 퍼거슨 감독이 그에게서 잠재된 미래를 보고는 선뜻 38억 원을 투자해서 그를 당겼다는 것도 박지성선수가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는지 알려주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책을 보다가 평소 듬직하게 생각했던 이영표선수의 인터뷰내용이 나와서 더 자세히 봤는데 그가 영국 축구에게서 배워야할 점에 대해 짤막하게 평을 한 게 있다. 이영표가 말하는 축구 종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축구선수를 존중하고, 존경까지 해주는 축구문화이다. 실제로 보면 한국 축구의 지도자나 선수의 자세가 훨씬 더 좋고 기술력도 뛰어나지만 아직 문화가 그렇게 뒷받침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실제로 한국에서는 선수라는 존재가 감독의 밥(?)같다는 생각이 드는 나로서는 그의 의견에 조금 동감이다. 내 친구의 동생이 태권도선수인데 그 아이도 감독이 하라는 대로 다 하고 내라는 대로 돈을 내는 등 들어주지 않아도 되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바른 행동은 아니지만 선수이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 요구를 들어주는데 아마 축구 종가에서는 다르지 않을까. 선수에게 '존중'을 넘어서 '존경'까지 해준다면 아마 선수들이 신이 나서 더 잘하지 않을까.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중에 몇몇은 조금 오만방자해진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된다.
이영표는 내가 신뢰하는 선수라서 그런지 정말 예리한 분석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고 그런 예리함을 내비치는 그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형제랑 멀리 떨어진 영국에서 지내다 보니 가족행사를 하더라도 거의 갈 수가 없는 그의 처지가 조금은 힘든가보았다.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나 싶어요...이런 말을 내뱉을 정도라면 많이 힘든 게 아닌지. 그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채워지길 바라면서 이영표 선수가 보다 뛰어난 선수이자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길 바래본다. 누가 알겠는가. 그가 선수를 은퇴한 후에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누군가가 되어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