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꽃으로
권태성 글.그림 / 두리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카툰..특히 동물들이 나오는 카툰은 너무나 내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사람의 능력이 이럴 때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어찌 펜으로 찍찍 그린 그림이 사람을 울리기도 했다가 웃기기도 하는지. 그런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각각의 카툰에 배경음악이 하나씩 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면 상당히 공감이 잘 되는 게 깊은 밤 혼자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보아도 감정을 정리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서평을 쓰는 지금도 상당히 기분이 잔잔해지는 게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두 번에 걸쳐서 나누어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도, 두번째 읽었을 때도 슬프게 울었던 기억이 나는 게...아직까지도 그 마음이 유지되는 것 같다.

나를 울렸던 카툰은 앞에 한 개, 뒤에 한 개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도 실려있었는데 그 카툰은 눈물을 흘리게 하기보다는 상처로 남게 해서 사실 보기가 힘들었다. 너무나 아픈 역사이기에...그래도 언젠가는 일본에게 사과를 받아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심게해준 카툰이었다. 정말 잔인하기가 이를 데 없는 짐승같은 놈들...지금의 일본이나 그들의 문화 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본받을만한 것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한 짓은 절대 용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를 울렸던 카툰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백>이고 또 하나는 <꼼장어와 김치찌게>이다. 처음에 <고백>을 보았을때는 내용이 어찌 흘러갈까 궁금해서 끝까지 봤는데(혹시 아내를 구타라도 할까봐^^;) 오히려 부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감동을 받았다.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매력적인 주인공여성이 아는 남자에게 겁탈을 당하고 나서 자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남자친구에게 위로받은 후,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려운 처지에 빠진 그 남자와 주인공이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사랑도 없이 고마워서 결혼한 거니까 결론도 뻔할 거라 생각했는데...정말 달랐다. 그 둘은 결혼하고 나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매일같이 싸우고 사는데, 문득 주인공이 생각하길, 남편이 화가 나더라도 그 때 있었던 불미스런 사건은 절대 입밖에 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정말 글로 쓰는 것보다 인물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음미하며 보면 훨씬 감동적이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처입히고 구속하기 쉬운데 그 남편은 아내의 허물조차 사랑했던 것이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울만 하지 않은가.

두번째 <꼼장어와 김치찌게>이야기는 아버지에 관한 일화인데 정말 한없이 퍼주시기만 하고 변변한 대접도 못받으시는 우리 아빠가 생각나서 정말 많이 울었다. 주인공이 어렸을때 아버지께 꼼장어를 사달라고 했지만 깜빡 잊고 못 사오시자 떼를 쓰며 울다 한밤 중에 결국 먹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맛이 없는 꼼장어를 먹으면서 아버지의 미소 - 한없이 자식에 퍼주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 를 보고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다. 그 후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주특기인 김치찌게를 해주시는 아버지를 보고는 - 어머니의 솜씨에는 못미쳐도 - 맛있다고 말하는 주인공이 나보다 나은 것 같아서 우리 아빠께 많이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그랬다. 나는 왜 말 한마디라도 이쁘게 하지 못할까. 정말. 못된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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