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스 1
오진원 지음 / 풀그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깜찍하게 알려주는 동화라고나 할까. 읽기는 예전에 읽었는데 이런 깔끔한 이야기를 열심히 정리하려고 하다보니 시기가 늦어졌다. 인간은 누구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그것을 위로를 제 시기에 받으면 슬픔을 딛고 더 성장할 수 있겠지만 위로를 해줄 대상이 없거나 위로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가면 그것이 고여서 터지고 만다. 그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이 동화의 주인공도 바로 그런 경우이다. <3일 안에 아빠를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동화는 주인공인 아빠가 슬픔을 제대로 위로받지 못해 곪아 터져버린 후, 개같이 행동하다 정말 개가 되어버렸다. 깜짝 마법으로!! 그러다가 초록복지사의 등장으로 아빠는 다시 사람이 되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잊고 있었던 여러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 건강하게 슬픔 이겨내기

어른임에도 슬픔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알콜중독자가 된 주인공(아빠)를 보니 슬픔을 이겨내는 사소한 일이 사실은 정말 중요한 인생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만큼 아프고 애절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어른이고 책임져야할 아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무너져내릴 만큼 슬펐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기에 어른이니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다들 알아서 잘 하겠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더 무서운 법. 소리내어 울고 불고 화내면서 서서히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엄마를 잃은 슬픔, 아내를 잃은 슬픔에 대해 서로 나누고 좋았던 기억들을 추억하며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말이다.

 

# 아이들은 어른의 축소판

개가 된 아빠를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안나는 아빠에게 못된 행동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아빠는 억울하다는 생각은 잠시, 소름이 쫙 끼쳤다. 안나가 한 행동이 사실 그가 제정신이 아닐 때 안나에게 했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은 많이 경험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이가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똑같이 따라할 때 그 기분이 어떨까.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자기 자신때문에 많이 속상해하지 않았을까. 누구나 안다. 아이가 어른을 보고 배운다는 것을. 하지만 거의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알콜중독자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배나 높다는데 정말 아이를 사랑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이런 것을 마음 깊숙히 생각해서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 가족은 서로에게 힘이 된다

아빠를 다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했던 안나의 행동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엄마의 냄새가 나는 자스민으로 꽃목걸이를 만들어 아빠에게 걸어주면서 자기에게는 오빠가 있는데 아빠는 혼자여서 엄마가 보고 싶은 걸 참을 수 없다고 위로해주는 장면은 이 책의 장면 중에 정말 압권인 부분이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무너져내렸던 그에게 안나의 위로는 그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이것이 바로 가족일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나 슬픈 일이어도 가족들끼리 서로 보듬고 위로해준다면 어떤 일이든지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 거꾸로 바라보기

이 모든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파파스'라는 꼬마마법사덕분이었다. 그는 뭐든지 거꾸로 했다. 때론 거꾸로 보면 모든 게 똑바로 보일 수도 있는 거야. 사람들은 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이 나중에야 깨닫는다.

 

 

"왜 아내를 죽었다고만 생각했을까.

파파스의 말대로 거꾸로 생각해볼 수는 없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내가 죽은 게 아니라 가슴 속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면,

모든 것이 이렇게 비뚤어지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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