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후, 예술가적인 정열과 혼돈, 불안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강렬하게 호소하는 뭔가가 있다고는 생각되었지만 그게 뭔지도 몰랐고 혼란으로 가득찬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그림을 좋아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얼마전에 반 고흐에 대한 책을 이벤트로 하는 것을 보았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었다. 아는 건 없어도 그림은 일단 좋았기 때문에 나도 신청해보았지만 아쉽게도 떨어졌었다. 그런데 그 때 신청했던 사람들의 수도 많았지만 반 고흐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지식도 많았던 사람들을 보고선 정말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그림에 다들 왜 난리야?
얼마 전 EBS에서 나온 방송도 동생 테오와의 관계에 대해서만 많이 다루어지고 그의 종교관이라거나 가치관보다는 그가 얼마나 불안한 삶을 살았는지, 얼마나 암울한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나와서 그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리고 알아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운좋게 다른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본격적으로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느님의 구두>. 어찌해서 반 고흐와 '하느님'이 연결될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신청했던 책이었다. 그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충동이나 불안한 심정이 강해서 귀도 자르고 자살을 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는 예술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것이 아니라는 것과 내가 그에 대해 얼마나 큰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아버지가 목사이었으나 카톨릭이 대다수인 네덜란드에서 조그만 개신교 교회를 운영하셨기에 다섯 형제를 먹여 살리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랬기에 그는 목사가 되고는 싶었지만 부모님들이 그의 학비를 대줄 수가 없어 일찍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그 후에도 반 고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명이라도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 목사가 되길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스무 일곱 살까지 노력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자, 그 이후에는 연필을 들어 연약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그래서 세상이 그들을 보고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고학으로 그림을 배우는 그가 힘들어 할 때 후원하고 격려한 동생 테오가 없었더라면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는 없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가 작품 속에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즉 사람들이 반 고흐의 작품을 보고 열광하는 이유였다. 사실 섬세한 붓터치도 아니고 강렬하기만 한 색감이라 그다지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가 그렇게 표현한 이유를 아니까 처음부터 사람이 달라 보였다. 헨리 나우웬도 그를 가리켜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할 정도로 반 고흐는 우리의 삶에 있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동참하기를 권했다. 하지만 그는 외적으로 보았을 땐 자기 귀를 잘라버리는 등 여러 문제가 많아보였으나 그가 그렇게까지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기에 아마 자기 나름의 실패와 고뇌를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모두들 그의 작품에 환호하고 그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그 모든 이유들보다도 그에게 내가 감동을 느낀 것은 이것이다. 그가 겪은 삶의 절망, 불안, 꿈이 깨었을 때 오는 실망감 등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모든 소박한 것에 대해 가장 충실했고 작은 생명에 대해서 끊임없이 찬양했던 것이다!!! 이렇게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자포자기를 드러내는 방법 중의 으뜸은 바로 자살이겠지만 그의 자살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님을 그의 생각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지난해, 어느 책에선가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기를 키우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자연스럽고 가장 훌륭하다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이 일들을 어떻게든 서로 비교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이 글은 그가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그는 예술지상주의를 원칙으로 삼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삶은 인간의 생명을 계속 탄생시키고 보전시키는 신성한 노동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그런 겸손한 생각을 가진 예술가이기에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