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병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데노 칼시노마(선암), '가락지 모양의 세포타입'의 위암, 위암 3기, 박리성 동맥류, 대장의 다발성 용종, 대장암, 말기 유방암, 말기 간경화, 완선증, 급성 루게릭, 쿠싱 증후군, 유루증, 청신경종, 신장암, 안면열상, 전신타박상, 뇌진탕, 경요추염좌, 회음부 열상, 무릎 좌상, 손목과 발목 염좌, 담낭 용종, 비장정맥류, 정신적 문제로 인한 육체적 증상, 간암, 급성 편도선염, 심장병, 관절염, 치매, 간경화, 식도 정맥류, 기관지 천식, 심부전, 뇌경색, 고혈압, 대상포진, 당뇨, 뇌졸증, 감기, 복부대동맥 정맥류, 과로, 심장 부정맥.... 여기서 내가 들어본 병은 반도 되지 않는다. 스물 아홉 평생을 큰 병없이 지낸 나로서는 이런 병명 자체가 별나라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반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처연하고 눈물겹고 힘들었는지는 나도 작가도 정확히 알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 저러한 기구한 사연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니까 오히려 그들의 삶이 힘들었는지, 눈물겨운지를 알지못하고 무심히 지나간다. 그러나 작가의 반성이라고 생각되는 마지막 글까지 읽고 나니까 그들이나 우리나 그저 그런 하나의 인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들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해서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도 그들이 겪었던 기구한 운명이 비켜가지도 않으리란 것을. 그저 우리네 인생사가 다 고만고만한 걱정과 기쁨 속에 나타나는 하나의 여정이라는 것을.

 

그렇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억울하고 노엽고 힘든 일일지라도. 인생이 뭐 이리 개같애~라는 푸념을 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허투루 버려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흔히 인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이런 말을 하지 않는가. 오늘은 어제 죽었던 사람이 그렇게나 바랐던 내일이다. 우리는 무한한 생명이 있는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고 노력을 낭비하고 인생을 낭비하지만 사실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오면 그 무한해 보였던 생명이 얼마나 보잘 것 없어지는지 모른다. 그 때가 되서 우왕좌왕할런지 우리 인생에서 제 몫을 잘 담당할지는 모르지만 작가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소외되고 가장 가난한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언가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라는 제목이 왜 붙여졌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찌보면 그들은 우리의 인생 속에서 그냥 지나치는 별볼일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사실은 우리보다 더 험한 인생 속에서 먼저 견뎌왔던 대선배가 아닐까. 어찌 건강이 무너지고 가정생계가 어려워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는 상황 속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러 주인공 중에는 의연히 견디는 분도, 인생을 포기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무어라 비난을 하거나 세상를 평가하는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우리의 인생도 어찌될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정말 선하게 깨끗하고 정정하게 의연하게 견디는 몇몇 분들은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 우리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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