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넥타이 긴치마
백혜숙 지음 / 씨앤톡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카툰을 보았다. '긴넥타이군'과 '긴치마양'의 2년 남짓 사랑이야기...

 

왜 하필 이름을 '긴넥타이'와 '긴치마'라고 지었을까? 라고 궁금해하기가 무섭게 그에 대한 궁금증을 처음부분에서 풀어준다. 정말 세심한 작가다. [3. 이유(p. 15)]편에 나타나 있는 답변은, 물어보는 '긴치마양'에게 '긴넥타이군'이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건 우리 둘다 아직 많이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계속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길이가 적당해져 있을 거에요. 그 때까지 함께 걸어요. 겸손하게 자신의 어림을 인정하고 계속 성장하기로 다짐하는 모습이 참 진실되어 보였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서 알콩달콩 나누는 사랑이야기라니 그저 그것만 봐도 예뻐보였다. 흑흑..남자친구 하나 없는 나에게 이런 시련을... 

 

'긴넥타이군'은 지방에 살고 '긴치마양'은 서울에 살아서 둘다 수업이 없는 월요일에 기차를 타고 오고 가고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해서 서로에게 더 애틋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요즘에는 하루에 한 번씩은 만나야하고 전화통화는 수시로 해야하는 등 조금은 극성맞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값싸게 연애를 한다. 좋아하면 많이 만나서 상대방을 더 알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서로의 공간까지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친할 사이일수록 서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라고 하시던 옛 말씀이, 나이가 들수록 새삼 맞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처음 한번 만나서 '긴넥타이군'의 생일을 알게 된 '긴치마양'이 두 번째 만나는 날에 그의 생일선물을 챙겨주었다. 빨간색 보온병. 사실 그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챙기긴 했는데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긴치마양'이 생각했던 말. 현재의 만남이 어색하고 미래의 만남이 흐릿해 보일지라도, 만남에 대한 자세는 언제나 예의바르고 진지하며 성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추위를 타는 그를 위해 이곳 저곳 커피전문점을 찾아다니며 좋아하는 색깔의 보온병을 골라왔던 것이다. 내가 대학생일 때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는데...그것을 보면서 저러고 싶을까... 하고 한심해했었는데...이 두 연인은 기본적으로 성실한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 배우자에 대해 어떤 언니가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언니는 그 때 사귀고 있던 배우자감과 올해 11월에 결혼했는데 6년 연상연하 커플이었다. 집안 식구들의 반대가 심했고 주위에서도 대놓고 뭐라고 하진 않지만 어쩐지 민망해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언니가 확고하게 말했던 건 이거다. 그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줘. 나도 그에게 그렇고.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거지. 결혼하려면 서로에게 이런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

 

나는 정말 배우자를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정해야지 하고 만들어놓은 게 하나도 없었는데 언니의 그 말을 들어보니까 딱 감이 왔다. 내 마음처럼 그의 마음을 알 수 있고 그도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관계. 둘이지만 하나인 관계. 항상 내 옆에 있어주고 내가 힘들 때 거들어주고 그가 힘들면 내가 거들어주는 그런 관계...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관계를 이 카툰에서 본 것 같다. 둘의 생각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것을 보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만 절로 든다.

 

이 카툰은 정말 볼거리가 많다. 사색의 시간을 주기도 하고 새내기 연인의 알콩달롱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자기가 졸업심사를 어떻게 해내었는지 보여주면서 인간의 노력과 겸손함과 한계를 잘 보여준다. 졸업심사라는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긴치마양'이 더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뿐더러(앗! 그녀는 동양화 전공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밑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이 카툰을 보면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둘다 성경책을 많이 보고 서로 나누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도 크리스찬이여서 그런 남자친구를 마음에 그리고 있지만 만날 때마다 성경공부를 한다고 하면(이 커플이 만날 때마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먼저 숨이 막힐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런 이상형이 되어야 한다는 말, 역시 진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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