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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 행운의 절반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주인공 조는 어렸을 때 말더듬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은 상처때문에 끊임없이 성공을 목말라하고 앞만 달려온 사람이다. 이제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건만 행복한 만족감을 느끼기 보다 축하해줄 사람이 주위에 한 명도 없는 것을 보고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을 한다. 외롭다는...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평소 일 하나는 딱 부러지게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있는 나로서는 일에서만큼은 완벽을 추구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스러운 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사람 위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 중심으로 사람을 가져다 쓴다. '쓴다'는 말은 맞는 표현이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이용가치가 없어지는...
그런데 요즘에는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외롭다는.... 주위에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시시덕거리며(평소에는 일이나 해야지 했던 시간에) 노는 것도 너무 좋다. 나는 특별히 성공을 추구해야 할 목적도, 세상에 대한 복수심도, 도약을 할 어떤 계기도 없는 - 무척 게으르고 변화를 싫어하는 - 안정형의 사람이다. 그런데 일만큼은 완벽해야 하기에 일할때는 몹시 쌀쌀맞다. 원래 성격이라기 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이지만. 이럴 때의 나는 주도형의 인간이다. 그러다 요즘들어 인간이 그립다. 이제서야 사교형의 인간이 되었나? 왜 이리 복잡해~ 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찾아보면 여러 성격 유형들이 부분 부분 다 섞여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복잡 오묘 산만 특이한 존재이겠지...
외로움을 느끼는 조에게 한 명의 친구가 생긴다. 맥이라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노인. 그는 조에게서 젊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그 노인을 다단계 판매원, 허풍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에게로 매번 다시 돌아와 여러 가르침을 듣는 조를 보며 그가 변화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운의 절반은 친구로부터 온다는데 어쨌든 그 나머지 반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겠지. 조가 아무리 좋은 말을 들었더라도 실천할 마음이 없었다면 절대로 변하지 못했을 것처럼.
그가 실천했던 첫 번째 가르침은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 그것도 진심을 담아서. 그런데 그에게는 부하직원이 여섯이나 있고 퉁퉁대는 애인도 있어서 조가 먼저 좋은 말을 해주고 격려를 해주면 그 반응이 아주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허나 나는 평소에 헤픈 사람이어서 주위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면 그것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격려는 말이 없는 사람이 어쩌다 한 번 해야 효과가 크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조는 그렇게 하나씩 변해갔고 팀원 몇몇이랑은 좋은 사이를 유지하여 '친구'라 부를 만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가 남을 배려하기 위해 했던 행동때문에 경고를 받고 청문회를 통해 결국 해고를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해고를 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조가 잘못을 했기 때문이었기에 그리 억울하지는 않은데 내가 정말 억울하게 생각했던 건 그가 조금씩 관계를 맺어왔던 팀원들이 그에 대해 무능하다는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완벽한 배신감. 아니, 관계에 서툰 조가 조금씩 성장하고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보상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상처만 받은 것이 너무나 분하고 원통해서 내가 다 울어버렸다. 펑펑.
아마 나는 조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나보다. 그가 세상을 언제 공격당할지 모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데에 동의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고, 신뢰하지 않았던 나는 조와 쌍둥이였다.
나도 이런 적이 있다. 지금 내가 있는 학원에서 이, 삼년 전에 한번 그만두었었다. 억울하게 해고당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더이상 이 학원을 다닐 수 없었다. 새로운 직책이 주어져서 나름 열심히 한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나에게 돌아온 것은 비아냥과 험담들...그것이 싫어서 원장님께 다른 이유를 대고 그만 두었었다. 지금은 다시 돌아왔지만 그 때의 상처가 다 아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때 나를 험담하였던 사람들은 다들 그만두고 이전했기에 조금은 덜 아플 뿐. 그래도 원장님이 나를 붙잡아주셨고 열심히 하는 사람을 괜히 중상모략하는 거라고 위로해주셨기에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는 것 같다.
내 진심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을 때, 아무리 이해시키고 설득해도 돌아오는 것은 냉소밖에 없었을 때...나는 울었었다. 펑펑. 배신감이라고 해도 좋을까. 조가 해고당하는 모습에서 그 때의 감정이 다시금 내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었다. 그런데 정작 배신을 당하는 조는 담담하게 모든 일을 감당했다. 그리 슬퍼하지도, 억울하다고 소리치지도 않았다. 아마 이제껏 조가 실천해왔던 모든 변화들이 조를 담담하게 만들었나보다. 그는 이전의 조가 아니었다.
늘 그렇듯이 마지막은 행복하게 끝이 난다. 조가 성공하기 위해 들어갔던 회사에서 해고당했어도 이전보다 더 행복해졌고 주위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사장도 팀원들도 퉁퉁댔던 애인과도 모두 관계 회복을 하고 행복하게 끝이 난다.
................그런데......................................................
..........과연 나는 전보다 더 행복하고, 진심을 갖고 대하는 친구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