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네번째. 정희진의 책을 읽었다.
이전 두 정권하의 이슈들을 배경으로 한 문제들과 읽은 책들, 영화를 중심으로 담론을 펼쳤다. 언제나 믿고 읽는 작가. 이번에도 대만족. 거듭 읽을만하다.

좋은 글은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다. 그러나 쉽게 읽힌다‘는말은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 쉬운 글에는 두 종류가있다. 하나는 익숙한 논리와 상투적 표현으로 쓰여 아무 노동(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익숙함은 사고를 고정시킨다. 쉬운 글은 실제로 쉬워서가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진부한 주장, 논리로 위장한 통념, 지당하신 말씀, 제목만 봐도 읽을 마음이 사라지는 글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 진정 쉬운 글은 내용(콘텐츠)과 주장(정치학)이 있으면서도 문장이 좋아서 읽기 편한 글을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내용과 기존 형식이 일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글은 매우 드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이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쉬운 글은 없다. 소용 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을 뿐이다.
어려운 글은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는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어려운 글은 없다. 자기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는 글, 개념어 남발로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아무도 모르게 쓴 글, 즉 잘 쓰지 못한 글이 있을 뿐이다.
- P106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다. 쉬운 글은 지구를 망가뜨리고(종이 낭비), 약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새로운 사유의등장을 가로막아 사이비 지식을 양산한다. 쉬운 글이 두려운 이유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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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울타리 밖 문학의 세계와 사랑에 빠져 대학에서 40년간 교편을 잡게된 스토너의 여정을 담았다.
그는 때로 고집스럽게 때로 무심하게 인내하면서 주어진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모퉁이로 몰릴때도 소소한 것들에 감사하며 꾸벅꾸벅 걸어나가는 삶의 태도가 답답해 보이면서도 시선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주인공 스토너 처럼 주목받지 못하던 이 소설은 뒤늦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신의 유머감각은 항상 재미있어. 신의 섭리가 자네를 세상의 턱 앞에서 낚아채 여기에 안전히 놓아준 거야. 자네 형제들 속에.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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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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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을 기준으로, 남성만을 디폴트로 설정해 결과가 왜곡되어지는 이른바 젠더 데이터 공백의 문제점을 다룬 책이다.

역사,과학,문화,예술,의학,정치에서부터 각종 직업과 정치.분쟁 그리고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그 공백은 곳곳에 존재하며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문제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욕필하모닉에는 20세기 내내 여성연주자가 거의 없었다. 1950~60년대에 1~2명 고용된 적이 있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여성의 비율은 끈질기게 0에 머물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뭔가가 달라졌다.70년대부터 여성 연주자의 숫자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 비율이 10년 동안 통계상 0%에서 10%로 늘었다는 것은 뭔가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나는 의미였다. 그 뭔가는 블라인드 오디션이었다. 1980년대 초에 이르자 여성이 신규 고용자의 50%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간단한 조치는 뉴욕필하모닉의 오디션 과정을 능력제로 바꿔놨다. 그러나 이것은 예외적인 경우다.p.127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여성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임을 저자의 많은 데이터로 짐작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기록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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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법칙들 - 생명의 최전선, 가장 인간적인 과학의 현장에서 테드북스 TED Books 8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음, 강병철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종양학자이자 의사. ‘암-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2011년 퓰리쳐상 일반 논픽션부문 수상. 이 책 ‘의학의 법칙들‘은 2010년 ‘타임‘지 선정 1923년 이후 영어로 쓰인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책에 포함되었다.

불완전한 정보로 완벽한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의학의 숨은 법칙들을 제시한다. 의학에서 과거 치명적이었던 시행착오와 틀을 벗어나자 발견된 획기적인 발견까지. 얇지만 묵직한 내용이다.

C.F 우연하게 이 책과 ‘보이지 않는 여자들‘을 함께 읽었는데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놀랐다. 어찌보면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전 생쥐실험조차 ‘수컷‘만을 다루는 의학발전의 편향성을 꼬집을만큼 사려깊고 통찰력 있는
치유자란 생각이 들었다.

의사들이 정말로 사냥해야 할 것은 바로 편향이다.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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