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9월은 너의 3월 문학동네 시인선 134
구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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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詩)는 이런가? 문학동네 시인선 목록을 보면 제목부터 색다르다. 뭔가 일상으로 가깝게 다가선 느낌. 거창하지 않아도 담백하고 사람냄새 풋풋하게 난다.
처음 접하는 이 시인의 머릿속엔 대체 뭐가 들었는지 읽으면서 때로 혼란스럽기도 했고 묘한 기분이었는데 평론가의 설명을 읽으니 다시 보인다. 공부가 됐다.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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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9월은 너의 3월 문학동네 시인선 134
구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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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새로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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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편지들은 
한 젊은이가 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할 고독에 관한 각별한 강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세상으로부터의 자발적 소외를 선택하고, 스스로가 겪고 있는 내적 고통을 응시하려는 의지야말로 시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여섯번째 편지」) 시인이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독한 내면 속으로 자주 침잠하는 것은, 세상과 격리될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한 실존적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해와 왜곡에 가려진 자아의 고유성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시인은 타인의 배제와 세계로부터의 분리를 전제로 성립되는 고독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 P142

새삼스럽게 릴케의 편지를 언급한 것은 구현우의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릴케의 편지에 대한 한 젊은 시인의 매력적인 답장처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건조한 리듬과 관조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구현우의 시집에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시인의 고독한 자의식과 독백적 어조의 말들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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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것을 영아 살해와 마찬가지로 생각해서 조금도 동정하지 않는다. 그리스도 교도로 매장하길 거부한다. 옛날에는 무덤에 넣은 뒤 자살자의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는 관습이 있었다. 그것이 아직 파기되지 않았다는 듯이, 그러나 이미 때늦어 뉘우치는 자살자도 있을 것이다. 강가에서 수초를 움켜쥔 채 죽은 사람이 발견된 적도있으니. - P174

녀석의 머리 가죽과 천국 사이를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게 되었어. - P183

인간은 죽을 때까지 줄곧 고독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것이다. 그래, 할 수 있고말고, 하지만 죽은 뒤에는 누군가가 흙을 덮어 줄사람이 있었으면 하겠지, 구멍을 본인이 팔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서로를 묻어 주고 있다. 인간만이 시체를 묻는다. 아니,개미도 묻지.누구라도 바로 생각해 낼 수가 있어. 죽은 자를 묻는다는 것은.로빈슨 크루소는 자연 그대로의 생활을 했다지. 그래도 프라이데이(크루소가구출해서 하인으로 삼은 원주민)가 있었으므로 그를 묻었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모든 금요일은 목요일을 묻는 셈이다. - P194

주석-예수를 판 유다는 최후의 만찬에서 13번째 사람 - P196

망각의 시작. 눈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진다 - P198

저 속에 끌려 들어가면 인간은 산산조각이 난다. 지금은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 P212

이러한 신문쟁이들이 새로운 일기리라도 얻어 걸리면 이내 사상의 방향을 휙 바꾸는 대목은 보기에도 재밌다.
기회주의자들. 짧은 말 속에 여러 가지 뜻을 담는다. 이랬다저랬다. 한 입으로 두 말 한다. 어디를 믿어야 할지 모른다. 다른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는 이것이 좋다. 신문쟁이들은 서로 두들겨 패다가도 이내 그만둔다. 다음 순간에는 친구가 된다
- P223

- 부인 (Madam), 저는 아담(Adam) 입니다. 그리고 제가 엘바(Elba)를나기까지 저는 유능(Able) 했답니다.

엘바,즉 가능이란 글자를 이브(Eve)와 연관시켜 발음한 것. 불가능은 없다는 뜻 - P240

시인은 이런 식으로 비슷한 음을 써서 시를 쓰는구나. 그러나 세익스피어에게는 각운(朝韻)이 없어. 무운시(無韻詩). 매끈한 말의 흐름이야. 사상이있다. 장중해,

‘햄릿, 나는 네 아버지 망령이지만,
잠시 동안 이 세상을 헤매는 운명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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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얼굴을 내 것으로 골라 주었지? 이가 득실거리는 메마른 개 같다. 얼굴도 나에게 그렇게 묻고 있어. - P18

그는 말하는 동안에 대담해졌다. - P22

추억의 물건들과 함께 그녀는 자연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 P24

소리나지 않은 신비한 말로 그를 덮쳤던 그녀의 숨결 - P25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자유사상의 가공할만한 한 예야. 스티븐은 순간 불쾌감을 느끼며 말했다.
- P38

지금은 내가 그의 쓰디쓴 빵을 먹고 있다 - P39

황소의 뿔, 말발굽, 그리고 그 다음이 색슨인의 미소다.
(이 셋을 조심하라는 아일랜드 격언) - P43

네스토르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군 명장) - P45

소년의 공허한 표정이 공허한 창문에 물었다 - P48

윌리엄 블레이크 잠언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 중..
"방종의 길은 지혜의 궁전으로 통한다" - P48

선생님, 제가 알아요. 제가 말하게 해 주세요. - P49

암스트롱의 가방에는 건포도가 든 빵 꾸러미가 남몰래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두 손바닥 사이에서 둥글게 비벼 남몰래 삼킨다. 입술에 묻은 빵 찌꺼기, 달콤해진 소년의 숨결, 부유한 집안, 장남이 해군에 있다는 것이 자랑인 가족, 댈키의 비코거리.

- P49

이 말이 모두의 눈빛을 혼란시켰다 - P50

그들의 영토는 전당포와 같다 - P51

만약에 피러스가 아르고스에서 한 노파의 계략에 걸려 죽지 않았더라면,
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단도에 찔려 죽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간은 그들에게 낙인을 찍어 그들을 구속했다. 그들이 파기한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 안에 그들은 갇혀 있다. 그러한 가능성이결코 실현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러한 일들은 과연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일어난 일만이 유일한 가능이었던가? 파란을 일으키는 말들이여, 허풍을 다루는 자들이여.
- P51

- 선생님, 이야기 하나 해 주세요.
- 선생님, 해 주세요. 유령 이야기가 좋아요.
-이 책은 어디서부터였지? 스티븐은 다른 책을 열고 말했다
- ‘울지마‘부터예요. 코민이 말했다.
-그럼, 거기서부터, 탤벗.
- 하지만 역사 이야기는요, 선생님?
- 나중에, 스티븐은 말했다. 시작해, 탤벗.
- P51

추하고 쓸모없는 녀석이다. 메마른 목, 덥수룩한 머리카락, 잉크 얼룩, 달팽이가 기어간 흔적. 하지만 어떤 여자가 이 아이를 사랑했고 그녀의 팔 안에, 그 가슴에 안았다. 그녀가 없었다면 인류는 그를 짓밟았을 것이다. - P54

어머니의 사랑은 주격 소유격과 목적격 소유격이다 - P56

추상적인 사고가 잇따라 그의 머리에 떠올라, 그것이 바다의 풍경,파도의 움직임, 모래사장의 조개껍데기, 떠내려 온 재목, 버려진 헌 구두  따위와 결부되어 걷잡을 수 없는 심상(心象)의 풍경을 이룬다.
- P70

눈에 보이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형식. - P71

눈을 감고 보라 Shut your eyes and see - P71

샌디마운틴에 오지 않겠나?
매들린 암말아. - P72

들어 봐. 리듬이 시작된다 - P72

아, 울음보 신이여, 나는 어처구니없는 것들과 친척이 되었어! - P74

새로운 공기가 거친 신경의 현(絃)을 타면서 그를 맞는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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