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편지들은
한 젊은이가 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할 고독에 관한 각별한 강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세상으로부터의 자발적 소외를 선택하고, 스스로가 겪고 있는 내적 고통을 응시하려는 의지야말로 시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
자신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여섯번째 편지」) 시인이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독한 내면 속으로 자주 침잠하는 것은, 세상과 격리될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한 실존적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해와 왜곡에 가려진 자아의 고유성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시인은 타인의 배제와 세계로부터의 분리를 전제로 성립되는 고독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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