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인생 책 중 하나가 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집필한 사이먼 싱의 책을 하나 더 찾아읽었습니다.메리와 엘리베자스 여왕의 왕좌 쟁탈전에서부터 1.2차 세계대전과 4차산업이 코앞에 닥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지만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암호의 역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리스 시대의 암호 전달법이 재밌었는데 그땐 아주 단순하게도 첩자의 두피에 메시지를 기록하고 머리를 기른 후 상대에게 기밀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암호해독가와 암호기술자 간의 끝없는 경쟁이 있었고 암호라는 특성상 전쟁시에는 물론 그 이후에도 외교적.군사적.정치적 목적에 따라 비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아 긴 세월이 지나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곤 했다고 하네요. (특히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책의 후반에는 양자암호로 까지 가능성을 열고 있는데 이 책의 출판년도가 2009년이니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계발되고 있는 지금에는 양자암호에 관한 연구도 상당히 진전 되었겠죠?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는 요즘. 질병의 통제를 위한 개인정보공개에 대해서 어느정도까지 허용해야하는지 찬반논란이 있습니다. 정보화시대인만큼 일반인에게는 물론 범죄자나 테러리스트 관련문제에서도 암호화는 명암이 존재하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전직 스파이 출신 영국 작가 존 르카레의 두 소설을 한권으로 묶은 책입니다. 뒤에 있는 소설이 시간 전개상 먼저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아마도 출판사 쪽에서 담당자가 직접 이 소설을 읽지 않은 탓으로 편성에 문제가 있던것 같습니다.(개인적인 추론) 그런 아쉬움과 별개로 내용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존 르카레는 특히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통해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지휘를 맡은 ‘리틀 드러머 걸‘이나 게리올드만 주연의 ‘팅거.테일러.솔져.스파이‘가 있고 이제는 고인이 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사실적인 첩보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은 유작인 ‘모스트 원티드맨‘이 있습니다. 흡입력있는 전개는 물론이고 긴장감이 오가는 심리묘사는 작가가 스파이 출신이어서 가능한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그의 작품이 왜 여러편 드라마와 영화화 되었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데 그의 작품중 가장 큰 명성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영화도 이미 개봉한 작품이라 살짝 고민하다가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봤는데 역시 이 순서가 맞다고 느낀 또 한번의 경험이었습니다.이동진 작가가 김중혁작가와 ‘영화당‘에서 이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 했는데 두 사람은 존 르카레의 작품이 진입장벽이 높아 초반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책을 읽을때도 영화를 볼때도 그 진입장벽을 실감했고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애정이 가고 쏠쏠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허영심을 충족해준달까요? 어떤 분이 이 책 후기에 정말 재미없다고 썼는데 마지막에 자기만 알고싶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굳이 그런 헛소문을 퍼트리지 않아도 워낙 이해에 어려움이 따르는 소설이고 영화입니다. 게리올드만도 베네딕트컴버베치도 톰하디도 다 제가좋아하는 영국출신 배우들인데 모두다 이 영화에 출연합니다. 게리올드만은 이 영화로 첫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니 그의 전작들과 연기를 생각할때 의아했습니다.소설 속에 등장인물이 좀 많은 편이라 헷갈릴 수 있는데 다행히 영화 출연진 사진을 보며 익히면서 도움이 많이 되었네요.
여러 단편이 담긴 책입니다. 술술 읽히고 여러차례 웃다가 턱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대부분 마찬가지시겠지만 보통 소설은 한 번 읽고 다시 보는 일이 드문데 이 책은 적어도 두 번은 더 읽고 싶어집니다. 물론 이건 제 경우입니다.^^*<정식은 자신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는 자로 간주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지들 마십시오. 저 죄 없어요.도대체 왜들 이러는 거요? 승용차 안의 형사들은 누구도 대꾸하지 않았다. 콜라박스를 나르는 인부들이 콜라병과 대화하지 않고 우시장의 중간상들이 소와 이야기하지 않듯이 이송중인 피의자에게 형사들은 말 걸지 않는다. P.261>
역사학자이자 열정적인 사회운동가 , 행동을 통해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몸보 보여준 미국의 훌륭한 교수였던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에세이 입니다.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경험과 그 이후 반전운동, 분리주의인종정책에 대한 반대시위등 미국의 전쟁과 역사적 급변기의 현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입니다.대단하고 눈에 띄는 큰 일보다는 작고 소소한 용기와 행동들이 모여 더 놀라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사람이기도 합니다.역사 공부는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곳으로의 손쉬운 여행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책이었고 마치내가 그 현장에서 경험한듯 내내 가슴뛰었고 울컥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이런 지식인들과 시민들덕에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고 의료보험이 사회악이 되어버린 미국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