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라고 한다. 아들러는 세상의 중심은 네가 아니라고. 너는 그저 일부라고 한다. 나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았나 되짚어 본다. 나이를 먹을수록 자연스럽게 중심에서 일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라고.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그렇다면 젊다는 건 세상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충만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는 의미이고 나이 들어간다는 건 그렇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간일까.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의 심리학이 담겨 있고 이야기의 중심에 그것이 있지만 실용서에 가깝다. 실용 심리학이라고 해야 할까. 정수만 뽑아낸다면 2~3페이지로도 충분해 보인다. 2~3 페이지의 굵직한 본론을 위해 다른 부가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것. 그런 면에서 실용서가 책 좀 읽는 사람들에게 외면받지 않나 추측한다. 내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게 2019년인데 그때부터 점점 실용서를 졸업? 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남는 게 별로 없는 느낌.「정희진의 공부」에서 언니가 읽을만한 내용이 30%만 돼도 시장에서는 책을 출판한다고 하는 걸 들으니 역시 그렇구나 싶다. 그만큼의 기대가 남아서인지 실은 나도 완전히 끊지는 못하고 간간이 마음 가는 주제 위주로 실용서를 찾아 읽고 있다. 



이 책에서는 본론 외의 이야기들도 읽을만했다. 거품이 아니라 필요한 맥락으로 나머지가 채워져 있다고 느꼈다. 노년의 상담자와 젊은 남자가 '자유로운 삶', '행복 이란 뭘까' 같은 인생의 가치에 대해 대화를 이어간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주제지만 두 사람의 의견이 참예하게 갈린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젊은 남자는 비관적이고 어린 시절 경험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일반적인 관점 (프로이트의 원인론에 입각한 사고방식)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반면 상담자는 아들러의 관점(아들러의 목적론적 사고방식)으로 젊은 남자를 돕고 싶어 한다. 젊은 쪽이 나름대로 논리를 펴며 거칠게 저항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이들의 논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들러의 심리학을 이해하게 된다. (프로이트와 차이점도..) 어떤 결론에 이르기 위한 과정, 맥락이 중요함을 다시 실감했다. 



맥락의 사전적 의미

1. [의학 ] 혈관이 서로 연락되어 있는 계통.
2. 사물 따위가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나 연관.



내게 맞는 책일수록 당연히 밑줄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줄 그어가며 북마크 테이프 붙여가며 읽었는데 다시 밑줄 그은 부분만 재독 해보면 처음만큼 좋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 그건 왜일까? 궁금했다. 왜 처음의 그 감동이 없는 거지? 왜 그저 그런 문장 같지? 영 아닌 듯싶으면 북마크 테이프를 떼어버린다. 오늘에야 깨달았다. 맥락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책을 전체적으로 읽어나갈 때에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 맥락을 따라가기 때문에 해당 문장이 와닿고 뼈를 때리는 걸 느낀다. 하지만 그렇게 와닿았던 문장도 앞뒤 맥락을 제거한 상태로 그 부분만 읽으면 낯설어지는 거다. 이해라는 것도 마찬가지겠지. 맥락을 지우고 상대가 뱉는 말 자체만 바라보면 오독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문장도 있다. 정희진이 그렇고 울프가, 보브아르가, 프루스트가 그렇다. 그들은 그 나름대로 완성도 높은 문장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늘도 다른 사람들은 다 알만한 걸 뒤늦게 받아들이며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미움받을 용기」기억할만한 내용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한다. 

-무엇이 주어졌는가보다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자신의 삶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믿는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 그뿐이다. 그 선택에 타인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는 타인의 과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타인의 과제에서 나를 분리해야만 한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건 그런 분리를 못하고 타인의 과제를 내 문제로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예를들어 누가 나를 미워하면 그건 그 사람의 과제이므로 이쪽에서 노력할 필요가 없음)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되 상대의 영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인정욕구는 부자유를 강요한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것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의미다.

-칭찬은 능력있는 사람이 능력없는 사람에게 내리는 평가다.

-평가란 수직관계에서 비롯된 말이다. 

-과도하게 비관적인 사람은 그런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그런 자신을 나름 과시하는 거라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삶

-자신의 주관에 따라 내가 공동체에 유익한 존재라는 믿음.

-포기란 말에는 본래 '명확하게 보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키네시스적 인생(결과만이 중요함)/에네르게이아적 인생(과정 자체를 결과로 보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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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7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7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7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7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12-17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미미님은 북플의 중심입니다 ^^ 미움 받을 용기보다는 사랑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

전 그래도 밑줄 많이 그어진 책이 결국 기억에 많이 남더라구요~!

미미 2022-12-17 16:55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이 함께 해주신 덕분에 올해도 북플 활동 즐겁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받을 용기! 이 제목이 더 좋았겠는데요? ㅎㅎ

저에게도 소장가치 있는 책은 대부분 밑줄 잔뜩이예요.
감기조심, 웃을 일 많은 주말 보내시길요*^^*

그레이스 2022-12-18 2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맥락과 밑출친 문장에 대한 미미님 글 완전 공감합니다^^

미미 2022-12-19 09:39   좋아요 4 | URL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mini74 2022-12-21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앞뒤 맥락 떼놓고 보면 왜 밑줄을 그었지? 왜 표시를 했지 싶을때가 있어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책에 덮어놓고 밑줄 긋다보면 전부 다 일정도라서 민망스러울때도 있지요.
미미님 밑줄에 저도 공감 좌악! 입니다.

미미 2022-12-21 14:07   좋아요 2 | URL
네 그래서 언제든 다시봐도 좋은 문장은 정말 더 대단한것 같아요! 몇번 이러고 나니 신중해지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너무 많은 밑줄. 아무래도 감동과잉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