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들은 본질적으로 자기들끼리 여성들을 무시하는 말을 한다. 그들은 여성에 대한 상징적 공격성으로 자신들의 이성애 성향을 확인하려 한다. (중략) 1933년에 '뉴욕타임스'에서 말한대로 '사람들'이 나쁜 섹스를 배워가게 마련이라면 , 여성과 남성이 배우는 내용은 동일할까?(중략) 자신의 역할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쾌락을 얻는 것 뿐이라고 배우는 사람은 누구이며, 섹스의 결과는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고 배우는 사람은 누구인가?
나쁜 섹스는, 여성은 성적 활동에서 동등한 행위자가 될 수 없으며 남성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을 만족시킬 권리가 있다는 젠더 규범에서 나온다. 이는 성적 지식, 성교육, 성적 보건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이 부적절하고 불평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는 집단 간에 불평등하게 적용되는 권력의 역학과 유무죄를 판단할 때 작용하는 인종차별적 개념을 서슴없이 이용한다. 나쁜 섹스는 정치적 문제로, 쾌락과 자기결정권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중 하나다. 이것은 동원 가능한 수단을 사용해서 성생활의 고통에 대응해보려 하는 젊은 여성들의 문제를 개인화하거나 유난스럽다는 태도로 비평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신중히 검토해야 할 정치적 문제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될까? 응, 해도 돼. 이 구조는 최악의 이성애 규범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P.56
최근에 남편이 넷플릭스에서하는 인도영화 RRR를 보다가 황당한 장면이 있다며 한 번 보라고 했다. 두 남성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마초영화로 보였는데 그 중 한 남성이 차를 타고 지나가던 백인여성에게 한 눈에 반한다. 그 남성의 친구는 이를 눈치채고 친구와 백인여성을 이어주기 위해 압정인지 못인지를 길에 뿌려놓는다. 그 사실을 모르고 계속해서 달리던 백인여성의 차는 타이어가 펑크나 길 한복판에 멈춰선다. 이 두 남성은 마치 구원자라도 되는듯 나서서 어쩌고 저쩌고...이런 류의 스토리가 2022년 전세계가 시청하는 OTT에서 소비되는 것이 과연 무얼 의미하겠는가? 감독은 아마 이 장면에서 모두 웃을거라 기대하겠지만 그가 생각하는 관객은 남성관객이겠지. 남성 사이의 우정이 이런 것이라면 술에 취한 백인여성을 친구에게 업어다 주는것도 맥락상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나쁜 섹스는 자연스럽게 똬리를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