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ONE WAY TICKET
올해 원서 레벨1부터 읽기 시작해 첫 책이다. 나는 미미니까 시작을 미미하게! 이번달은 책을 구입하지 않기로 마음먹어서 도서관에 찜해둔 나의 원서 책들 중 하나를 빌렸다. 우리 도서관에는 항상 정장을 깔끔하게 입고 있는 준수한 외모의 사서쌤이 한 분 있다. 요즘 거의 대부분 후드티를 유니폼 삼아 입고 있는 나는 그분을 피해 다른 사서쌤들에게 대출할 책을 내밀거나 무인대출기를 사용하곤 한다. 레벨 1을 빌리려니 괜히 창피해서 의기소침해진 나는 아무래도 더 신경쓰여 당연하게도 무인대출기를 이용하려했다. 그런데 하필 무인대출기 위치가 사서 데스크 앞이고 하필2 정장쌤이 그걸 지켜보고 있다. 그것도 뭘 빌리는지 볼 수 있는 방향. 젠장! 굳이 멀리있는 대출기로 가기에는 오늘따라 자존심이 상해서 사서쌤이 보지 못하게 각도를 살펴 잘 가리고 레벨1인 책을 대출하려고 바코드를 찍었다.
'삐삐! 이 책은 대출기를 통해 대여하실 수 없습니다. 부록자료가 있으니 데스크에서...' 처음 보는 빨간 글씨가 화면에서 번득인다. '이를 어쩌지?' 뒤를 돌아보니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간 건지 정장사서쌤만 우두커니 앉아 있다. '아 쪽팔리게..' 어쩔 수 없이 돌아서 사서쌤에게 레벨1을 내민다. 나는 내가 듣기에도 당황한 목소리를 쏟는다. "무인대출기는 안된다는데요. 부록은 필요없어요" 잠깐이지만 이런 상황은 놀랍도록 느리게 흘러간다. 나는 속으로 아주 수다스러워져서 '레벨1인지 나만 빼고 아무도 신경안쓸꺼야 사람이 다 그렇듯 다른 생각에 골몰해 있겠지. 이걸 왜 신경써'하며 머리로 중얼댔다. '띡띡~oo일 까지입니다.' 사서쌤이 내게 레벨1을 내민다.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이 책이 레벨1임을 상대가 알고 있는지 눈치를 살핀다. 이건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알고 있다.ㅠ.ㅠ
꾸준히 대출하고 읽고 또 읽어서 언젠가 레벨 7을 저분에게 대출받겠어!! 다짐하고 도서관을 나왔다. 나름 수치스럽게 빌린 문제의 레벨1은 'ONE WAY TICKET'이다. 열차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중심으로 3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The Girl with Green Eyes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4/pimg_7592501083294689.jpg)
객실칸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다. 그 중 마주앉은 목청 좋은 갈색모자의 중년 남자와 짧은 머리의 젊은 남자가 시시콜콜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만 신나는 분위기다. 젊은 남자는 초록눈의 아름다운 아내 줄리와 함께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지루해하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남편 때문에 해마다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 다른 나라 곳곳으로 가보고 싶지만 남편 고집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그들의 칸에 키가 큰 한 남자가 신문을 읽고 있다. 그녀는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 남자가 눈으로 웃어준다. 갈색모자의 중년 남자는 과거에 경험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고 젊은이와 웃음꽃을 피운다. 그리고 둘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칸에 간다. 초록눈의 여인은 키큰 남자가 빼든 책을 눈여겨 본다. 그는 빈 자리 옆에 그 책을 올려두고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도시들'이라는 책이다. 얼마 후 점심먹은 두 남자가 돌아왔지만 줄리는 없었다. 젊은 남자는 아내를 찾는다. 그를 빼고 같은 객실에 있던 모두는 알고 있다. 그녀가 어디로 누구와 함께 떠났는지를.
she thought. "I want to go there. I want to go to Vienna,to Paris, to Rome, to Athens.‘ Her green eyes were boredand angry. Through the window she watched the little villages and hills of England.- P5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4/pimg_7592501083294690.jpg)
Mr. Harris and the Night Train
중년의 해리스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열차를 타고 친구가 있는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점잖은 해리스는 사람이 없고 조용한 객실칸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으려는데 젊은 남녀 승객이 그가 있는 칸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두 사람은 바로 티격태격하는 분위기다. 흥분을 가라앉힌 여성은 동생인듯한 남성에게 제발 훔쳐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게 없어지면 목걸이를 선물한 남편이 자길 죽일거라며 두려워한다. 동생은 웃으며 자긴 돈이 없어 러시아에 가서 살려면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필요하다고 절대 돌려줄수 없다고 한다. 해리시는 그들 때문에 더이상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느순간 여자가 긴 칼을 빼들어 동생에게 들이대며 다시 애원한다. 동생은 그런 그녀를 비웃는데 순간, 그녀는 그에게 칼을 꽂고 울부짖는다. 당황한 해리스는 객실을 빠져나와 승무원을 찾는다. 그리고 돌아와보니...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길!
He put his book down and closed his eyes. But he couldnot sleep because the two young people didn‘t stop talking. The young woman sat down and said in a quieter voice:Carl, you‘re my brother and I love you, but please listento me. You can‘t take my diamond necklace. Give it backto me now. Please!‘- P28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204/pimg_7592501083294691.jpg)
객실이 있는 유럽의 열차는 무척 낭만적이다. 어떤 사람들이 내가 있는 칸에 들어오게될지 조금 두렵기도 하고 설레어하며 기대하기도 한다. 창 밖으로는 온갖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침대 칸에서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쪽잠을 잘 수도 있으니 열차 여행이란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하다. 그런 낭만과 두려움을 실은 열차에서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낸 작품들이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횡단 열차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러시아를 지나 프랑스까지 달리며 중간중간 식당칸이 교체되어 각 나라별 음식과 술도 맛보고 그 지역 사람들과도 이야기나누고 조용할 땐 책도 읽는 그런 날을!
그 밖의 북웜 레벨1책들
![](https://image.aladin.co.kr/product/18155/89/coveroff/0194620530_1.jpg)
![](https://image.aladin.co.kr/product/170/43/coveroff/9780194789097_1.jpg)
부록을 안 빌린 이유는 유튭에 어지간히 있기 때문이다.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