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ㅡ도스또옙스키~♡

맙소사....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그런 밤이었다.  - P11

어떤 놀라운 우수가 아침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불현듯, 모든 사람들이 외로운 나를 저버리고 나에게서 떠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들었던 것이다.  - P11

나는 또한 건물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내가 걸어갈 때 건물들은 나보다 앞질러 거리로 뛰어오는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창문을 통해 나를 바라보며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안녕하세요, 건강은 어떠세요? 저는 덕분에 건강하답니다. 5월에는 한 층을 더 올려 줄 거랍니다>혹은 <건강은 어떠세요? 내일은 집 수리가 있답니다> 혹은 <저는 하마터면 불에 홀랑 탈 뻔했어요. 그래서어찌나 놀랐던지요> 등등 - P13

그는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깜찍한 석조건물로, 어찌나 붙임성 있게 내게 눈을 주고,어찌나 오만하게 주변의 꼴사나운 건물들을 내려다보는지, 그의앞을 지나갈 때면 내 가슴은 사뭇 기쁨에 들뜨곤 했다.  - P13

이 자리는 내게 이미 다정한 장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 P29

나는 내 감각의기념일을 지내야 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과거에 그토록다정했던, 그러나 사실은 한번도 존재했던 적이 없는 것들의 1주기 말입니다. 이 기념식은 어리석고 허황된 몽상을따라 거행됩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는 이 어리석은몽상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 무엇으로도 그것들을 쫓아낼수 없기 때문입니다. 몽상도 사실 목숨이 질긴 편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지금 언젠가 과거에 나름대로 행복을 느꼈던 장소들을 기억해 내곤 일정한 시간에 그곳을 방문하길 좋아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과거에 맞추어 현재를 꾸미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마치 그림자처럼 까닭없이, 목적도 없이 우울하고 침울하게 뻬쩨르부르그의 골목골목, 거리거리를 싸돌아다닙니다.  - P56

세월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가! 그리고 또다시 묻습니다. 그래, 너는 이 세월 동안 무엇을 했는가? 너의 황금같은 세월을 어디다 묻어 버렸는가? 살아 있었던 거냐 아니냐? 그런 다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조심하라고, 세상은 점점 냉혹해지고 있어. 몇 년 더 지나면 또 우울한 고독이 뒤따를 거야, 목발을 짚고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노년이 찾아오겠지, 그리고 그 뒤에는 우수와 권태가 뒤따를 거야. 너의 환상 세계도 빛을 잃겠지, 그리고 꿈은 시들어 낙엽처럼 떨어지고 마침내 사라져 버리겠지……. 
- P57

하숙인이 표끌라를 시켜 전갈을보내 왔어요. 자기한테 프랑스 책이 많이 있는데 모두 읽어 볼 만한 좋은 책들이다. 할머니께서도 심심하실 텐데손녀딸에게 읽어 달라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내용이었어요.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셨어요. 그렇지만 저에게 그 책들이 도덕적인지 아닌지를 자꾸만 캐물으셨어요. 만약 부도덕한 책이라면 절대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뭐, 나쁜 걸 배우게 된다나요.
- P65

그 사람은 걸음을 멈추었고 저는 얼굴을 붉혔지요.
그 사람도 얼굴을 붉혔어요. 하지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는 할머니 건강은 좀 어떠시냐고 물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책들은 다 읽었습니까?> 나는 대답했어요. <네, 다 읽었어요.>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어요. <어떤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까?> 저는 <아이반호와 뿌쉬낀이 제일좋았어요>라고 했지요. 그때는 그게 다였어요.
- P66

「아, 나스쎈까! 사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게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합니다.
나도 당신이 나를 만나 준 것에 대해, 그리고 내가 평생 당신을 기억할 거라는 데 대해 당신께 감사합니다.」 - P76

오늘은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슬픈 날이었다. 마치 미래의 내 노년처럼 한줄기 빛도 비치지 않았다. 너무도 이상한 상념과 너무도 우울한 감각이 나를 온통 메우고 있다.
나도 아직 확실히 모르는 여러 가지 의문들이 뇌리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그것을 해결할 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건 내 힘에 부치는 일이다!

- P79

그 대목에서 그녀가 내 손을 하도 꼭 쥐는 바람에 나는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녀는 웃기 시작했다.

(아 도선생님 이런 멘트 너무 재밌음ㅎㅎ이 문장만 떼어보면 요즘 작품이라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
- P82

<아, 나스젠까, 나스젠까! >나는 생각했다. <너의 이 말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걸 내게 말해 주는지 아는가! 《어떤때》는 그러한 사랑이 가슴을 얼어붙게 하고 영혼을 무겁게짓누르는 법. 너의 손은 차갑고 내 손은 불같이 뜨겁다. 나스젠까, 너는 정말 눈이 멀었구나! 아! 행복한 인간이란 때로 참을 수 없이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화를낼 수 없지……!> - P83

하느님, 그 비명 소리란! 그녀는 얼마나 떨었던가! 내 손을 뿌리치고 그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가던 모습이란.....!

(아앗ㅋㅋㅋㅋㅋㅋㅋ도선생님~♡) - P110

나는 마뜨료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 정정한,
젊은 노파였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그녀가눈이 가물거리고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허리가 착 꼬부라지고 노쇠한 노파처럼 보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내 방도 그 노파처럼 갑자기 늙어 버린 것 같았다. 벽과 바닥 모두 색이 바래 버렸다. 모든 것이 침침해졌다. 거미줄은 더욱 늘어났다. 창밖을 내다보자 어찌 된 영문인지 이번에는건너편의 건물이 늙고 우중충하게 변한 듯이 보였다. 기둥의 회반죽은 벗겨져 무너져 내렸으며 처마끝은 검게 그을고 여기저기 금이 갔다. 가라앉은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보이던 벽은 얼룩덜룩하게 되었다......


- P114

오, 하느님!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지극한 행복이여! 인간의 일생이 그것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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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4 2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로 백야를 읽으시는군요~!! 백야 너무 좋았었는데 ㅎ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미미 2021-08-14 21:31   좋아요 2 | URL
읽고 또 읽어도 좋을 문장들이 가득하네요ㅎㅎ🤗

초딩 2021-08-14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도스또예스끼 책은 끝도 없네요
그래서 끝도 없이 좋아요 ㅎㅎ

미미 2021-08-14 23:24   좋아요 1 | URL
네!! 단편도 이렇게 잘쓰면 반칙아닌가요?ㅎㅎ

고양이라디오 2021-08-19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읽을 만한 소설책이 없었는데 도선생님의 <백야> 좋을 거 같네요^^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그런 밤이었다.˝

멋진 문장이네요^^

미미 2021-08-19 17:59   좋아요 1 | URL
아 이문장 너무 예뻐요!!ㅎㅎ 요 시리즈 얇아서 하나씩 꺼내읽기 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