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2권


* 바그너의 악극들로 당시 상류사회에서의 바그너 열풍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발퀴레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바그너가 집단적인 광기로 인한 전행의 위험을 예고한 작품이며(이 곡은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정념과 죽음을 노래한 서구인의 사랑의 원형이라 할수 있는 켈트 족 전설을 바그너가 악극으로 완성한 것이다.

바그너 ~❤ - P11

 지적인 사람은 다른 지적인 사람에게 바보로 보이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멋쟁이가 자신의 우아함이 무시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대귀족이 아닌 시골뜨기 앞에서다. 세상이 존재한 이래 사람들이 낭비해 온 재치의 비용과 허영심에 의한 거짓말의 사분의 삼은 — 이런 것은 인간의 품위를 떨어트렸을 뿐이지만 — 항상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공작 부인을 대할 때는 소박하고 소홀하던 스완도 하녀 앞에서는 무시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 잘난 체하는 것이었다.
- P16

지식인들 가운데에는 한가로운세월을 보내면서도, 그 한가로움이 예술이나 학문이 줄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흥미로운 대상을 그들의 지성에 제공하며, 삶에는 어떤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더 소설적인 상황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서, 거기서 일종의 위안이나 어쩌면 변명거리를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스완도 그런 부류 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적어도 그 점을 사교계 친구들 가운데서도 가장 세련된 친구들, 특히 샤를뤼스 남작에게 단언했고 또설득했다.  - P18

* 여기서 직역한 관용어들의 의미를 살펴보면 ‘악마의 아름다움(la beauté dudiable)‘이란 젊음이 주는 아름다움을, ‘푸른 피(le sang bleu)‘는 고결한 피를, ‘걸상 다리의 생활(La vie du baton de chaise)‘은 방탕한 생활을, ‘라블레의 십오 분(le quart d‘heure de Rabelais)‘은 셈을 치러야 하는 순간 또는 곤경에 빠진 때를 의미하며, ‘백색 카드를 주다 (donner carte blanche)‘는 백지 위임, ‘우아함의왕자(tre le prince des élégances)‘는 대단한 멋쟁이, 궁지에 몰리다(être réduit àquia)‘는 대답이 막힌다는 뜻이다. 이 중 ‘라블레의 십오 분이란 관용어는 16 세기 작가 라블레가 리옹의 한 주막에서 셈도 치르지 못하고 여행도 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봉투에 왕을 위한 독약‘이라고 적었는데, 이 때문에 체포되기는 했지만 파리까지 공짜로 갈 수 있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돈을 지불해야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순간을 의미한다.
- P31

가느다랗고 끈질기고 조밀하며 곡을 끌어가는 바이올린의 가냘픈 선율 아래서, 갑자기 피아노의 거대한 물결이 출렁거리며마치 달빛에 홀려 반음을 내린 연보랏빛 물결처럼, 다양한 형태로 분리되지 않은 채 잔잔하게 부딪치며 솟아오르는 것을보았을 때 커다란 기쁨을 느꼈다.  - P45

그는 자기 앞에 이미 순수 음악이 아닌 데셍이나 건축, 사상과도 흡사한 그런것을 보았다. 이제야 그는 음향의 파도 위로 잠시 솟아오른 악절을 뚜렷이 식별할 수 있었다. 악절은 금방 그에게 특별한 쾌락을, 그것을 듣기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쾌락을 줬는데, 악절 외 다른어떤 것도 그런 쾌락을 맛보게 해 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악절에 대해 미지의 사랑과도 같은 그 무엇을 느꼈다.
- P47

베르뒤랭 부인 집에서 젊은 피아니스트가 연주를시작한 지 몇 분 안 되어, 갑자기 두 소절 사이에 높은 음이 길게 이어진 후에, 스완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 공기와도 같은 향기로운 악절이, 마치 그것을 품고 있던 포란기의 신비로움을감추려는 듯, 음의 장막처럼 길게 뻗은 음향 밑에서 빠져나와은밀하게 속삭이며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 P49

* 보티첼리의 원래 이름은 알레산드로 디 마리아노 필리페피이나, 자신이 견습공으로 일한 적 있는 아버지의 친구 금세공가 보티첼로에 대한 존경심으로 보티첼리, 즉 ‘작은 통‘이란 뜻의 별명을 간직했다고 한다.
- P70

 기쁨은 그 자체로부터발산되었고, 기쁨 자체가 그가 두려워하던 고립을 꿈처럼 사라지게 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진실을 투영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 진실 위에 자신의 행복한 몽상을 기대어 쉬게 할 수 있었다. 마치 어느 화창한 날 지중해 해변에 도착한 나그네가 자기가 떠나온 고장의 존재마저도 의심할 정도로 빛나는 물의 끈질긴 푸르름에 도취해서는 바다.
쪽으로 눈길을 던진다기보다는 바다가 그를 향해 발산하는광채에 눈부셔 하는 것과도 같았다.
- P83

마치 문학에 조예 깊은 사람이 문장 단 한 줄만 읽어도 작가의 문학적 재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듯이, 사교계에 대한 지식에 호소할 필요도 없이, 신문에서 만찬 참석 인사들 이름만 읽어도 그 만찬이 어느 정도로 멋있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 P101

* 퇴폐주의(décadentisme) 또는 데카당스는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허무적이고 탐미주의적인 문예 운동으로, 스완도 어떻게 보면 삶과 예술을 혼동하는 이런 탐미주의적인 데카당스를 구현한다고 볼 수 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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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이지만) 1등 🤭 저 2권 문장읽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미미 2021-07-30 08:21   좋아요 2 | URL
저도 항상 그래요ㅋㅋㅋㅋ심지어 작가들도 그렇다는 기뿐 소식ㅋㅋ😉

2021-07-30 0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7-30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3쪽, 참 좋네요. ^^**

미미 2021-07-30 12:02   좋아요 2 | URL
그렇죠?!! 이런 문장들 때문에 프루스트를 사랑할수밖에 없네요~ ^^*💕

scott 2021-07-30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드디어 완독의 길이 보입니다.◕ܫ◕

미미 2021-07-30 12:17   좋아요 1 | URL
아 2권 후반부 프루스트의 아름다운 문장들 파도처럼 몰아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