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초기 유대 전설에 따르면, 신은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기 전에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긴 시간을 함께할 여자를 만들었다. 고 한다. 이브의 원조에 해당하는 그녀에게 신이 붙인 이름은 릴리트다. - P92
피투성이 어깨에 나무 십자가를 진 채로 로마 병사들에게 채찍질을, 군중에게 조롱과 야유를 당하며 고난의 길을 오르던 예수는 마른 목을 축이려고 어느 분수대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한 유대인 노인이 그를 밀치며 어서 가라고 재촉했다. "알겠소. 하지만 그대는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요." 예수는 이렇게 답하고 골고, 다 언덕으로 마저 발길을 옮겼다.
이것이 바로 중세의 방랑하는 유대인 전설이 태어난 기원이다. 신의 아들을 불쾌하게 한 대죄를 저지른 그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방랑해야 하는 벌을 받았다. 성서에의하면 예수는 심판의 날이 오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 P100
근대에 이르러 방랑하는 유대인 전설은 수십 명의 작가들 손에 더욱 진화했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로는 외젠 쉬(유대인을예수회의 음모에 결부시킨 이야기), 페르 라게르크비스트(유대인을 인정받지 못한 선지자로 본 이야기), 마크 트웨인(유대인을 그저 평범한 관광객으로 본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유대인이야기를 불멸의 호메로스와 엮은 이야기)의 것이 있겠다. 제임스조이스는 유대인에게 레오폴드 블룸이라는 이름을 주고 영원한 하루 동안 더블린 시내를 방랑하게 만들었다. - P102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라면 네덜란드선이나 유대인의 끝없는 여행이 징벌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공항 수속과 보안절차를 둘러싼 히스테리에 대해서라곤 상상도 못 했을 그는 "희망을 갖고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바 있다. - P103
카를 구스타프 융이 회고하기를, 언젠가 길거리에서 마주친 삼촌이 자기를 멈춰 세우며 "신이 죄인들을 어떻게 고문하는지 알아?" 라고 묻기에 고개를 저었더니, "기다. 리게 만드는 거야"라고 답하고는 갈 길을 갔다고 한다. - P109
공주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저주도, 축복도 거부하고, 잠든 궁정 대신들도, 부모님이 저지른 결례도 거부하고, 끝없이 찾아오는 왕자마저도 거부하는 것, 그리고 입센의 노라나 카르멘 라포레의 안드레아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현대판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다)처럼, 마법의 성문을 열어젖히고 크게 뜬 두 눈으로세상을 맞닥뜨리는 것 말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 P110
1660년대에 찰스2세는 개신교 신앙, 즉 개개인이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읽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영혼의 구원이 달려 있다고 설파한 루터의 교리를 따르겠노라고 선포했다.
(개신교가 이런 의미였다니.....) - P130
monster(괴물)라는 단어는 "경고하다" 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인 monere에서 유래했다. 괴물은 천재, 괴짜, 특이한 것, 예기치 못한 것, 거의 또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뜻한다. 호라티우스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괴이한 무언가를 가리켜 ‘검은 백조‘에 빗댔는데, (보르헤스가 지적했다시피) 그는 자신이 그렇게 말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실존하는 검은 백조 무리가 오스트레일리아 하늘을 뒤덮고 있었음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우리가 있을 수 없는괴물이라 부르는 무언가가 바로 지금도 우주의 어느 후미진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가능성은 설령 작은 확률이라 할지라도 반드시존재한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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