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어쩜 이렇게 그리시는지.






 T.S. 엘리엇의 황무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나는 너에게 무언가 다른 것을 보여주겠다아침에 너를 성큼성큼 뒤따르는 그림자도 아니요저녁에 일어나 너를 맞이하는 그림자도 아니라,
먼지 한 줌에 깃든 공포를 보여주겠다.
- P21

내가 이 세상의 경험ㅡ사랑,죽음,우정,상실,감사,혼란,고통, 공포, 그 모든 것과 나 자신의 변화하는 정체성을 배운 곳은 거울 속의 내 그늘진 얼굴이나 다른 이들의 눈에 비친 내 모습만은 아니었으며, 그보다는 책에서 만난 가상의 인물들의 영향이 훨씬 컸다. - P21

왕포가자신의 앞에 나타난 제자의 유령에게 "자네가 죽은 줄 알았는데"라고 하자, 링은 이렇게 답한다. "당신이 살아 있는데 내가 어떻게 죽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 P24

한편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는 마지막이 다가오는 느낌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에게 일어난 일은 가끔 우리가 기차를 탈 때, 뒤로 가는 줄 알았던 열차가 실은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별안간 진짜 방향을 자각하는 경험과 비슷했다.

"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만약 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프루스트의대하소설"에 나오는 작가 베르고트처럼 죽고 싶다. "그 애도의 밤내내 불 켜진 창문들 안에서, 세 권씩 정렬된 그의 책들이 날개 펼친천사들처럼 경야하고 있었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그에게는 그 책들이 그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 보였다."
- P25

지금의 루마니아 영토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15세기 왈라키아공국을 다스리던 드라쿨레스티 가문에 블라드라는 이름의 군주가있었다. 그는 백성들에게 유난히 잔혹했고 죄수들을 뾰족한 장대로 꿰뚫어 고문하기를 즐겼기에 꼬챙이 블라드‘라는 별명이 붙었다. 

자그마치 1만 명이 넘는다는 희생자의 숫자도 어마어마하거니와, 인간의 피 냄새를 맡으면 건포도를 곁들인 오리 구이를 먹었을때보다도 기운이 난다고 말할 만큼이나 타인의 고통을 즐겼던 잔인한 성정도 유명하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와 유사한폭군들(헤롯, 네로, 폴 포트, 스탈린 등등)은 늘 있었다. 

그럼에도예술의 여신들은 모든 폭군 중에서도 오스만 제국의 숙적이었던살육광 블라드에게만 문학의 숙명을 점지해주었다.
- P46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의 시인인 모리스 세브는 창조주가 미의범위를 얼굴이라는 조그마한 영역에만 한정 짓지 않기 위해 상앗빛 목에까지 확장했다며, 목을 "가지이자, 제단의 기둥이자, 베누스의 서한을 읽기 위한 독서대요, 순결의 서랍장" 이라고 불렀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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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3 0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먼지 한 줌에 깃든 공포를 보여주겠다.]
이미 미미님이 지옥 관광 풀코스로 해주셔서
안무서움요 (ง ᵕᴗᵕ)ว

미미님 이책, 판도라 상자 !펼치는 순간
정신없이 장바구니 속으로 책들이 쌓여가는 ◖⚆ᴥ⚆◗

미미님 굿!나잇!
.
+ ∧∧ ☆
☆ ( ´ ∀ˋ)ノ +
( O ☆
+ ᒐ ´ * +

청아 2021-07-03 00:23   좋아요 2 | URL
네! 너무 무셔운 📚 책!ㅋㅋㅋㅋ그래도 다시 덮긴싫고 큰일입니다.🤭😊

새파랑 2021-07-03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 읽으면 안될거 같아요 🤔 미미님 보관함 3천권 찍으실 듯 하네요😄

청아 2021-07-03 11:30   좋아요 2 | URL
ㅋㅋㅋ일단 소설이 아니라서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아직까지는 들어본 고전들 위주로 얘기하고 있어요😉

초란공 2021-07-03 2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책구매가 늘어났다고 하시는 걸 보고 이 책은 당분간 멀리하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제임스 프레이져의 <황금가지> 에 대한 T. S. 엘리엇의 추천사를 봤는데, 이런 것도 있네요. ˝나의 <황무지>는 프레이저 경의 <황금가지>를 시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ㅋㅋ 이미 저 낚인 걸까요?

청아 2021-07-03 21:4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축하드립니다. 분명히 저처럼 낚이셨습니다ㅋㅋ노트 옆에 펼쳐놓고 책 목록 적어가면서 보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