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뛰어넘는, 날개가 덧붙여 주는 이런 아름다움의 증거로, 우리는 동일한 여인이 자주 우리에게서 번갈아날개를 갖기도 하고 가지지 않기도 하는 점을 들 수 있다. 

그존재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할 때면 나머지 다른 이들은 모두 망각한다. 그 존재를 붙잡고 있다고 확신할 때면 우리는 그존재를 다른 이들과 비교하고, 그 존재보다 다른 이들을 더 좋아한다.  - P150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그 일을 감춘다면 (또는 우리가 사랑하기에는 이런 이중성만을 결핍한 사람이그 일을 감춘다면), 그것은 얼마나 예외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는가! 고통 자체는 고통을 초래한 사람에게 반드시 사랑이나증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를 아프게 하는 외과 의사에게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동안 우리의 전부라고 말해 왔던 여인이, 그러나 실은 그녀에게서 우리가 전부이지 않았던 여인이, 그저 만나서키스하고 무릎에 올려놓으면 즐거운 여인이 느닷없이 저항하고, 그래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여인임을 깨달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 P152

우리의 불안한 마음이 잉태한 이 끔찍한 사랑은, 단지 우리 마음의 새장 속에서 의미 없는 말들을이리저리 끊임없이 뒤집어 보는 데서 비롯한다. 게다가 사랑을 느끼는 여인들이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우리 마음에 드는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그 여인을 택한 것이 우리의 확실한 취향이 아닌, 어느 한순간의 우연한 고뇌이기 때문이며,
또 이 순간은 밤마다 고뇌의 경험을 되풀이하면서 진통제에도움을 청할 정도로 실추한 우리의 나약한 성격 탓에 무한히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9권의 핵심) - P153

이다. 질투의 까다로운 요구와 맹목적인 신뢰는 사랑하는 여인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 P154

후하게 인심을 베풀 목적으로 부를축적하는 수전노가 있듯이, 우리는 인색함 때문에 재물을 탕진하는 탕아이며, 또 한 존재를 위해 우리 삶을 희생하기보다는 그 존재가 우리의 시간과 날들에서 자기 주위에 엮을 수 있었던 온갖 것 때문에 희생하며, 그것에 비해 아직 우리가 살지 않은 삶, 비교적 미래의 삶은 보다 멀리 있어, 우리로부터벗어나 있고 내밀함도 덜해서 우리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 P157

나는 고뇌를 멈추든가 사랑을 멈추든가 선택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욕망으로 형성된 사랑이, 나중에는 고통스러운 불안에 의해서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 P172

꿈이란 때로 삶의 가장 투박한 질료로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이 질료가 가공되고 반죽되면, 깨어 있는 상태에서처럼 시간제한으로 방해받는 일 없이 늘어나고 가늘어지면서 우리가그 질료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한히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 P198

그녀는 뭔가 사랑의 상념에 잠길 때면, 또 우리의 존재가그녀를 귀찮게 하고 짜증 나게 할 때면 휘파람을 불지 않았던가? 그녀는 이런저런 사람을 알거나 알지 못한다고 지금 우리에게 단언하는 것과 모순되는 말을 과거에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며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한 채, 꿈의 일관성 없는 파편들을 찾으려 애쓰며, 그동안에도 우리 애인과의 삶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알지 못하게 하고 어쩌면중요하지 않은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하며, 그리하여 우리와 실제 연관이 없는 존재들에 대한 악몽만을 꾸게 하는 우리의 방심한 삶, 망각과 균열과 공허한 불안으로 가득한 삶, 꿈과도 흡사한 삶은 계속된다.
- P242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책읽기 2021-05-27 1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렵네요. 프루스트는 저 머릿속으로 어찌 살았나 몰겠어요. 자주 체했을 것 같아요. 마들렌만 먹었을까요?? ㅋ 150페이지. 남자들이 결혼 후 바람 피는 이유를 콕 집어줬네요^^

미미 2021-05-27 12:34   좋아요 2 | URL
예전에 스콧님 페이퍼에서 본 기억으로는 죽기전까지 침대에서 거의 누워지내며 집필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몸이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작품을 통해 일반인들은 펼칠수 없을만큼 관념과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것 같아요~♡

scott 2021-05-27 17:06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죽기전까지 눕방 자세로 집필하고 방문은 코르크 마개로 밀봉한채)
수시로 체끼가 가시지 않았고 천식으로 숨쉬는 건 물론
결벽증이 심해서 항상 외출시에는 하얀색 장갑을 꼈던 마르셀
마들렌과 홍차는 오후 티 타임
아스파라거스를 유독 좋아해서 이거 다듬던 하녀가 쓰러질정도로 ฅ՞•ﻌ•՞ฅ

미미 2021-05-27 16:57   좋아요 2 | URL
주로 누워 지내야해서 소화하기도 힘들었겠어요. 아스파라거스~소금 간 적당히 해 구우면 정말 맛있는ㅋㅋㅋ♡

페크pek0501 2021-05-27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축약본 같은 한 권의 책으로 읽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요.
안 읽었다면 무지 궁금했을 터...

미미 2021-05-27 16:59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워낙 많이들 얘기해서 읽게된 책!ㅋㅋ만화로도 잘 나와 있나봐요. 나중에 만화랑 축약본 찾아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