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지능
저스틴 멘케스 지음, 강유리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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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말로 표현되어지든 글로 표현되어지든 그 힘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무엇보다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그 힘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하고 오류에 빠지게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참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을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말에 집중한다.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날마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넘치는 세상인데도 사람들은 늘 새로움에 목말라 한다.

  처음 ‘실행지능’을 대할 때에는 새로운 말이 또 생겨났네.. 아니, 파생되었네.. 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리 사는 세상에 ‘지능’이 들어가는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간지능, 음악지능, 대인관계지능, 언어지능, 지체운동지능, 자연관찰지능, 자기이해지능, 수리․논리․추리지능 등 말 그대로 다중지능 시대이다. 얼마 전에 ‘지혜의 숲’ 대표인 차오름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능은 앞으로 더욱 세분화 될 것이고 새로운 지능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그렇구나!’ 하며 책장을 넘겼다.

  평소의 독서습관과는 조금 다르게 저자의 약력을 먼저 살펴보았다. 전 세계의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임원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EIG의 대표이면서 그가 개발한 실행지수평가가 조직에 도움이 되는 리더들을 식별, 개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훌륭한 인재를 간단한 평가지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인가? 한 번 살펴봐야겠다.

  저자가 첫 직장에서 만나게 된 우수한 인재들의 모임 속에서 의문을 품고 시작한 일이 오늘의 ‘실행지능’을 존재하게 만들었다. 그 의문은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모여서 어떤 일을 계획할 때 유독 한 사람만 문제 해결을 위한 최고의 답을 내놓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들의 교육수준이 모두 동일한 상태에서 생긴 일이라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계기로 비판적인 사고와 지능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저자는 IQ [intelligence quotient] 에 주목한다. IQ 는 지능검사 결과로 지능의 정도를 총괄하여 나타내는 수치이다. 많은 연구 결과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업무 성과를 효과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으로 입증돼 왔으나, 현대의 경영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검사 문항과 직무 사이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을 비즈니스 영역에 새롭게 적용한 것이 ‘실행지능’이다.

  실행지능이란 무엇인가?

  이 장에서는 ‘실행지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보잉사의 회장 겸 CEO로 재임한 필립 머리 컨딧은 우수한 학력과 뛰어난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였지만 리더 역할을 하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회사를 궁지에 몰아넣고 만다. 이와 반대의 경우로 키스 그로스맨이 CEO로 고용된 의료기기 회사 ‘토라텍 코퍼레이션’이 토라텍보다 세 배 이상 큰 규모의 ‘서모카디오 시스템’을 인수할 때, 두 회사가 가진 취약점을 인식하게 하고 회사를 합치면 강하고 큰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합병에 성공하고 토라텍은 높은 수익률과 의료기기 시장에서 독점적인 입지를 고수하게 된다. 위의 두 사례만 보더라도 기업의 성패가 통찰력 있는 리더와 그렇지 못한 경우로 결정됨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비판적 사고력’이 대두되는데, 비판적 사고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데 있어 얼마나 능숙하게 정보를 수집, 처리, 적용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목적을 위해 가치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하되, 비현실적이거나 관련성이 없는 의견은 과감히 버림으로써 최선의 답을 찾는 것을 말한다.

  실행지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스킬 즉, 업무의 처리,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혹은 다른 사람들을 통한 업무 수행,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및 조정은 경영 업무 전체를 망라하며, 실행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많은 기업일수록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Ⅱ 실행지능을 갖춘 사람은 왜 그렇게 드문가?

  이 장에서는 많은 경영자들과 리더들이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 판단력 부재로 인해 기업이 실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경영 판단에서 범하기 쉬운 5가지 오류로 첫째, 부당한 낙관주의와 지나친 자신감을 든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의 지나친 긴장감과 두려움은 해가 되지만 그 일에 익숙해졌을 때 드는 긴장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둘째, 가용성의 오류다. 사람들은 가장 얻기 쉬운 정보를 가장 중요한 정보로 가정하는 잠재적 성향이 있다. 셋째, 틀이다. 이것은 뇌의 습관으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생각하게 하는데 이는 현실에 대한 정한 해석 쪽으로 기울어 그 외의 것을 외면할 수 있다. 넷째, 패턴매칭이라는 내재적 결함이다. 뇌는 세상이 돌아가는 유사한 방식, 즉 패턴을 발전시킨다. 이 패턴 때문에 우리는 세계를 예측할 수 있게 하지만 패턴에 집착하면 사고의 정체가 일어날 수 있다.

  일반적인 리더들의 실행지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입증된 관행에 따라 행동하는 것의 장점이 많았기에 본능적으로 날카로운 논리를 적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읷이 실행지능을 갖춘 인재가 드문 이유이다.

   실행지능이 열쇠다

  앞서 말한  IQ 검사가 높은 예측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문제들과 매치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자들에게 사용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 PBI 면접 평가를 소개한다. 이 면접 방법은 신뢰성이 높고 표준화 된 면접 형식을 찾는 이들에게 주효했다. 오늘날 PBI는 업계불문하고 임원 평가의 표준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한 개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실을 말해 줄 수 있는가에 한계가 있다. 인간은 복합적인 존재라 특정한 방법으로 측정할 수 없고 개개인의 차이점을 설명해 줄 수도 없다.

  여기에서 지식과 지능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간다. 지식은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기본이 되긴 하지만 이것을 얼마나 능숙하게 적용하느냐는 지능의 문제다. 이를 전제하고 실행지능 검사를 개발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평가 방법은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지능을 측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실행지능은 경영 업무가 수행되는 방식과 비슷한 환경에서 측정되어야 한다.

  실행지능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실행지능 평가는 현실적인 업무 시나리오를 활용해서 만든 질문에 상황을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며 추론을 정당화해야 한다. 실행지능 점수는 후보자의 답변 뿐 아니라 결론에 이르는 사고 과정 전체를 근거로 한다. 

  실행지능을 구성하는 인지능력은 학습이 가능하며 노력과 의지가 동반되면 향상이 가능하다. 실행지능이 높아지면 조직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이 비상하지 않고 평범한 조직으로 전락하는 것, 재능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표명한 ‘애로우일렉트로닉스’의 전 CEO 스티븐 카우프만의 말은 모든 조직이 안고 있는 숙제라고 본다.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리더가 실행지능을 갈고 닦는 것뿐이다.

  마지막으로 서론에서 읽었던 인상 깊은 구절을 옮겨 본다.

 “경영학은 리더쉽의 최고 프랙티스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 중요한 학문인데도, 일시적으로 입증도 안 된 아이디어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명지휘자를 만드는 근본적인 특징이 무엇인가’에 대해 수많은 이론가들이 내놓은 이론들은 저자도 지적했다시피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일시적으로 입증도 안 된 아이디어가 너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실행지능’이라면 혼란스런 머리가 개운해짐을 느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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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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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가슴에 오래 남는 드라마가 몇 있으니 ‘여명의 눈동자’, ‘네 멋대로 해라’, ‘청춘의 덫’ 이 그 주인공이다. 그 중에서도 ‘여명의 눈동자’는 main title과 여옥&하림의 theme 와 함께 더욱 또렷하게 기억된다. 텔레비전에서 hit한 드라마의 원작을 챙겨보는 습관도 없었기에 원작과 작가에 대해서보다는 연출자가 ‘김종학’PD이고 대본을 쓴 이가 ‘송지나’씨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오히려 드라마 삽입곡 때문에 ‘최경식’이라는 음악가를 한 번 더 눈여겨보았던 때다. 그러다가 신간 ‘안개의 사나이’를 만나면서 작가 ‘김성종’님이 수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추리소설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소설은 태어나면서 생모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진 후 고아원에서 자라다 9세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 소년이 냉전시대에 소련에서 공산주의 혁명 사상을 주입받고 KGB정보 요원으로 일하다 냉전이 종식된 후 살인청부업을 하게 된 ‘문삼식’이 주인공이다. 차세대 대권 주자로 부상한 ‘유달희’를 살해하고 ‘구림’이란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쓰던 ‘문삼식’이 수년 전 출판 기념회의 뒤풀이 자리에서 ‘오미주’라는 대학의 미술 시간강사를 알게 되고부터 부적절한(이미 ‘문삼식’에겐 이름뿐이긴 하지만 버젓이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관계를 맺고 그녀로 인해 가입하게 된 아시아자유평화연대에서 한국 지부 회장으로 추대되어 난징대학살 추모집회에 참석하게 된다. ‘유달희’를 살해하던 순간의 짙은 안개는 ‘문삼식’이 범인임을 쉽게 드러나지 않게 해 준다. 또 인천공항에서 추모집회에 참석할 일행과 만나 난징 행 비행기를 탔어야 했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일행과 다른 루트로 난징에 도착하면서 일행이 모두 사망하게 되는 비행기 사고도 피하게 된다. 더 이상 중국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문삼식’은 다시 서울로 오게 되고 제3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려던 중에 그를 쫓던 해운대 경찰서 강력반 반원들에게 잡히며 끝을 보인다. 그러나 ‘문삼식’이란 이름은 30여 년 전에 고기잡이배를 타고 가다 풍랑을 만나 죽은 제주도의 어부 이름을 차용한 것이고, 일본인 ‘사야마 겐이치’와 재미교포 ‘그레고리 킴’ 역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름이기 때문에 경찰들은 모든 정황이 들어맞고 살해 증거물들이 앞에 있음에도 그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한다. 필명으로 출간한 최근작 ‘안개의 사나이’와 안개 속에서 행한 살인, 안개로 인해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났기 때문에 ‘안개의 사나이’로 불리게 된 이유이다.

  사건이 발생한 2008년 7월 7일 새벽부터 ‘문삼식’이 검거된 7월 10일 오후까지 나흘간에 걸친 숨 막히는 추적 과정과 그와 반대로 너무 여유 있게 움직이는 ‘문삼식’의 행동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300페이지가 장편을 술술 읽혀지게 만드는 것도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싶다.

  읽고 나서 아쉬운 부분이라면 살인청부라는 직업에 목을 매고 있지 않을 만큼 작가로서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그 직업에 몸담고 있는 필연적인 이유라든가, 유달희를 살해할 때 입었던 피 묻은 점퍼를 왜 계속 지니고 다녔는지(중국에서 버렸더라면 검거되었다 하더라도 살인에 대한 죄명은 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한국에 미련이 없는 상태에서 왜 좀 더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텔레마케터의 전화도 매정하게 끊지 못하고 버려진 강아지에게도 자비의 손길을 펼치는 안개의 사나이가 어떻게 청부살인을 계속 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추리작가 구림을 좋아하는 서 형사가 ‘문삼식’을 검거하면서 내민 책 ‘안개의 사나이’에 쓴 글이 무척 인상적이기에 옮겨 본다.

  ‘모두가 안개 속에서 헤맨다. 그러나 아무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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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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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산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5월의 ‘국제 거리극 축제’는 세계의 이름난 광대들의 신명나는 놀이터이다. 해마다 참가국과 팀들이 더 늘어나고 연기의 질도 향상되어 관람객들에게는 행복한 3일을 보장한다. 수많은 공연 중에서 나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것이 마술과 연기를 곁들인 모노드라마이다. 마술과 스토리가 있는 환상의 무대, 거기에 내가 잠시 조연으로 설 기회를 얻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실재로 2006년도 행사에 참여했을 때, 맨 앞에 앉아 반짝이는 눈을 하며(같이 간 다섯 살배기 딸아이보다 내 호기심이 더 크다.) 마술을 지켜보고 있던 중 지폐가 필요하다는 몸짓에 얼른 천 원짜리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지금까지 기울였던 집중력보다 더 한 집중력으로 연기자를 보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른 채 나의 천 원짜리 지폐가 오천 원짜리 지폐로 바뀌었다. 아마 나의 놀라움이(지폐를 건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가장 컸을 것이고 더욱 행복했던 건 내게 지폐를 돌려 줄때 천 원짜리가 아닌 바뀐 오천 원짜리로 주었기 때문이다. ^^

  가끔 텔레비전에서 간단한 마술에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한 마술의 신비를 벗겨준다며 마술의 준비과정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걸 보면서 참 한심하게 생각했던 것은 마술이 마법사의 요술이 아니란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굳이 신비롭게 비춰지는 것들을 파헤쳐 보고 있는 이들의 상상력과 신비감, 즐거움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나 하는 점이다. 그것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 ‘수요’에 의한 ‘공급’이라면 할 말 없지만 씁쓸해지는 기분 역시 어쩔 수 없다.

  여덟 살, 할아버지가 보여 주신 동전 마술에 인생이 바뀐 리처드 와이즈먼은 10대에 세계적인 마술 클럽 ‘마법 서클’에 최연소 회원이 되고, 20대에는 프로 마술사로 일하는데 어떻게 하면 좀 더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느냐보다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지에 호기심을 품고 속임수의 심리학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나 같이 어리보기하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증거이다.

  저자의 경력 때문에 ‘괴짜 심리학’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에는 수많은 마술의 비밀과 그것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놓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머리말을 보는 순간부터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무릎을 치는 공감대를 발견하니 ‘보석’하나를 손에 쥐게 된 느낌을 받았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기도 전에 혈액형 또는 생일로 나를 판단하는 말을 들을 때면, 그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도대체 ABO식의 간단한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구분하며, ‘같은 생일에 태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왜 똑같은 인생을 살지 못하는가?’와 같은 간단한 의구심도 갖지 않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혈액형, 별자리뿐만 아니라 이름, 운명, 에니어그램, 각종 선호도 검사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검증된 자료를 내가 갖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인간 심리의 여러 측면을 수량화하기 위해 애썼던 한스 아이젱크 교수가 유명한 점성가 제프 메이오와 협력해 2000여명의 점성술 학교 학생들에게 생년월일을 적은 검사지를 작성하며 별자리가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예측가능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 점성술의 예측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조사대상자들이 이미 점성술에 강한 믿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젱크 교수가 별자리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적은 1000명의 아이들을 새롭게 조사한 결과 별자리는 사람의 성격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영국의 과학자 제르리 딘은 1958년 3월 3일에서 3월 9일 사이에 런던에서 태어난 2000명의 기록을 검토하며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다.

  위와 같이 ‘괴짜 심리학’에서는 사주팔자와 같은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거짓말과 속임수, 미신과 초자연, 암시와 선택의 심리, 유머와 웃음의 심리, 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에 대해서 우리 삶 곳곳에서 취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을 실험하며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점성술가와 투자전문가 그리고 네 살배기 꼬마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주식투자가는 누구일까? 명절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세금제도의 중대한 변화가 사망률을 변화시키나? 꾸며지기 쉬운 웃음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예측할 수 없는 상항을 통제하기 위해 매달리지만 그로 인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미신, 미묘한 자극으로 인해 많은 돈을 벌기도 하고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음악이나 소설 등), 농담만으로 철학서를 집필할 수 있는가? 농담이 왜 좋고 웃음을 나게 만드는가? 어느 종교집단이 도움에 더 적극적인 손길을 펴는가?

  머리말에서도 기술했듯이 모든 연구가 행동주의 과학의 정통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에 타당성 없는 연구나 이야기가 없다. 정말 위의 것들이 궁금하다면, 우리 삶과 우리가 속해 있는 수많은 연결 고리가 되는 사회에 깊숙이 내제되어 있는 심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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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그림동화 1
이우일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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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모르고 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우일의 그림동화’를 손에 들고 다시금 깨달았다.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과 현상을 내가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만화가의 작품은 고사하고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데에서는 잠시 무너지는 가슴..

  선전 문구에서 「그림형제의 ‘그림동화’는 가라」라는 글을 읽고는 단순히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형제의 명작을 만화로 재구성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책을 받아보며 익살스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한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는 책 표지에 잠시 웃음 지어보고 책장을 넘기는데, 일곱 살 난 딸아이가 만화책이라며 제가 먼저 본다고 떼를 쓰고는 두 시간 정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보았다. 그저 ‘엄청 재미있나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다 보고 건네 준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못했을 때, ‘허걱’ 소리가 먼저 나왔다. 페로의 ‘재투성이’,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여섯 편을 뼈대만 살려 두었을 뿐, 나머지는 시공을 넘나드는 환경과 언어, 작가의 상상력이 묘하게 결합되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앞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19세 이하 접근금지’ 마크를 부착해야 할 것 같은 성적인 묘사와 그림이 그저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거리를 찾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불쾌감을 줄 수 있을 만큼 많이 들어가 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말로만 전해 들었던 ‘재투성이’에서의 잔혹한 장면들도 우리 옛이야기 ‘해님과 달님’처럼 호랑이가 떡을 다 빼앗아 먹고 나중에 엄마의 팔과 다리, 몸통마저 모두 먹어버렸다는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만큼 표현했다.

  또 어떤 것이 원작인지 읽다보면 헷갈리게 여러 이야기가 혼합되어 있어 음료로 비교한다면 몸에 좋다는 10가지의 야채를 섞어 갈아 놓은 ‘쥬스’같은 느낌이다. 재투성이에 미녀와 야수, 세일러 문, 거기에 콩쥐팥쥐까지..하하하.

  진지하고 늘 똑같은 일상에 젖어 한 편의 코미디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면 성적인 묘사와 인터넷 용어, 은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스스로 정화능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읽는 것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본다. 딸아이가 아직 어린 탓에 무슨 말인지 모르고 넘어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림동화’와의 유쾌한 시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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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사랑에 대한 설레고 가슴 아픈 이야기
김성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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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 펌, 술, 담배, 화장하고 출근하기, 마사지, 가출, 미팅, 가슴 아픈 사랑, 군대 간 애인에게 편지 쓰기 혹은 면회 가기 등등. 이것들은 내가 태어나서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제대로 단 한 번 해본 것도 결혼식 때 했던 신부화장, 결혼, 세상에 하나 뿐인 보석 같은 딸을 낳은 것, 집에서 해 주는 닭도리탕이 먹고 싶다는 남편의 애처로운 부탁에 용기 내어 해 본 무지하게 달디 단 닭도리탕 정도이다. 아마도 헤어 펌을 뺀 나머지는 죽을 때까지 경험하지 못하거나 두 번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긴 생머리가 어울린다면 펌 하는 시기를 좀 늦출 수 있거나 쪽지고 비녀 꽂는 것이 다시 유행한다면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펌 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펌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풍요롭지 않아도, 많이 배우지 않았어도 자족하고 나누는 법을 알아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가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듣거나 아직도 즐겨 읽는 순정만화를 볼 때면 젊은 시절 사랑의 추억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빛바랜 사진첩을 가끔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듯이 내 기억의 사진첩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나 없다는 것에 빈곤함을 느끼는 것은 왠지 청춘을 잘 못 살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라디오 방송작가 김성원씨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는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산문시처럼, 꽁트처럼 읽기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만큼의 분량으로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날 문득 사랑이’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대했더라도 혼자만의 마음뿐이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내게 다가온 가슴 설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매일 밤 9시만 되면 천장을 울리는 소음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헬스기구를 충동구매해서 혼자 조립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도움을 주는 멋진 남자가 바로 매일 밤 9시만 되면 런닝머신을 뛰는 코끼리 발임을 알게 되고 사랑이 시작된다. 대학에서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고 처음 만난 선배가 한 손엔 커피를 들고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서 이상한 사진을 잔뜩 찍어서 속상하던 차에 그 선배의 블로그에 가보니 게시판 이름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고 지금까지 보았던 사진들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사진을 보게 된다. 마지막을 클릭하는 순간 ‘네가 여기까지 왔다면, 대답해줘. 매일 나하고 커피 마실래?’하는 문구가 뜬다.

  ‘사랑할수록 사랑이 그립다’에서는 자신감 없이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겪는 슬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고양이가 되는 짓까지 서슴없이 하게 하는 남자의 이야기. 좋은 느낌을 이야기해 줄 상대가 그것도 남자가 없다는 것에 외로운 여자들의 이야기. 처음 만난 날의 공기를 담아둔 주머니를 애지중지하는 여자와 그 주머니 속이 궁금한 남자, 결국은 남자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주머니를 열어보자 여자는 소중한 순간의 공기와 믿음을 잃었다며 슬퍼하는 이야기...

  ‘우리는 언제 헤어지는 걸까’에서는 이미 사랑하다 헤어진 사람들이 헤어진 후에도 사랑했던 상대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인해 수없이 다시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를 지우고 기념일을 지우고 머릿속에서도 지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지웠는데도, 소개팅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돌아온 저녁에 전화한다는 게 잊은 줄 알았던 옛 애인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는 사람, 5번의 이별을 하며 그 때마다 마음이 산산조각이 나서 ‘실연에 내성이 생기는 약’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

  ‘사랑, 또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에서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헤어지고 나서, 혹은 막 헤어졌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을 넘어서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다시 돌아오는, 또는 맞아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참 신비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김성원님의 글을 읽다보면 세상에서 사랑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바보짓인지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사랑 앞에서 두려워 벌벌 떤다고 해서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가 위대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며 빛바랜 사진첩에서 반짝 하고 떠오르는 옛사랑의 추억은 없지만 지금의 사랑을 잘 키우고 지키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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