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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그림동화 1
이우일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모르고 사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우일의 그림동화’를 손에 들고 다시금 깨달았다.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과 현상을 내가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만화가의 작품은 고사하고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데에서는 잠시 무너지는 가슴..
선전 문구에서 「그림형제의 ‘그림동화’는 가라」라는 글을 읽고는 단순히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형제의 명작을 만화로 재구성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책을 받아보며 익살스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한 여자아이가 그려져 있는 책 표지에 잠시 웃음 지어보고 책장을 넘기는데, 일곱 살 난 딸아이가 만화책이라며 제가 먼저 본다고 떼를 쓰고는 두 시간 정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보았다. 그저 ‘엄청 재미있나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다 보고 건네 준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못했을 때, ‘허걱’ 소리가 먼저 나왔다. 페로의 ‘재투성이’,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여섯 편을 뼈대만 살려 두었을 뿐, 나머지는 시공을 넘나드는 환경과 언어, 작가의 상상력이 묘하게 결합되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앞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19세 이하 접근금지’ 마크를 부착해야 할 것 같은 성적인 묘사와 그림이 그저 가볍고 유쾌하게 읽을거리를 찾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불쾌감을 줄 수 있을 만큼 많이 들어가 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말로만 전해 들었던 ‘재투성이’에서의 잔혹한 장면들도 우리 옛이야기 ‘해님과 달님’처럼 호랑이가 떡을 다 빼앗아 먹고 나중에 엄마의 팔과 다리, 몸통마저 모두 먹어버렸다는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만큼 표현했다.
또 어떤 것이 원작인지 읽다보면 헷갈리게 여러 이야기가 혼합되어 있어 음료로 비교한다면 몸에 좋다는 10가지의 야채를 섞어 갈아 놓은 ‘쥬스’같은 느낌이다. 재투성이에 미녀와 야수, 세일러 문, 거기에 콩쥐팥쥐까지..하하하.
진지하고 늘 똑같은 일상에 젖어 한 편의 코미디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면 성적인 묘사와 인터넷 용어, 은어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 스스로 정화능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읽는 것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본다. 딸아이가 아직 어린 탓에 무슨 말인지 모르고 넘어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림동화’와의 유쾌한 시간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