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 사랑에 대한 설레고 가슴 아픈 이야기
김성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헤어 펌, 술, 담배, 화장하고 출근하기, 마사지, 가출, 미팅, 가슴 아픈 사랑, 군대 간 애인에게 편지 쓰기 혹은 면회 가기 등등. 이것들은 내가 태어나서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제대로 단 한 번 해본 것도 결혼식 때 했던 신부화장, 결혼, 세상에 하나 뿐인 보석 같은 딸을 낳은 것, 집에서 해 주는 닭도리탕이 먹고 싶다는 남편의 애처로운 부탁에 용기 내어 해 본 무지하게 달디 단 닭도리탕 정도이다. 아마도 헤어 펌을 뺀 나머지는 죽을 때까지 경험하지 못하거나 두 번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긴 생머리가 어울린다면 펌 하는 시기를 좀 늦출 수 있거나 쪽지고 비녀 꽂는 것이 다시 유행한다면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펌 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펌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풍요롭지 않아도, 많이 배우지 않았어도 자족하고 나누는 법을 알아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가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듣거나 아직도 즐겨 읽는 순정만화를 볼 때면 젊은 시절 사랑의 추억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빛바랜 사진첩을 가끔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듯이 내 기억의 사진첩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나 없다는 것에 빈곤함을 느끼는 것은 왠지 청춘을 잘 못 살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라디오 방송작가 김성원씨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는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산문시처럼, 꽁트처럼 읽기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을 만큼의 분량으로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느 날 문득 사랑이’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대했더라도 혼자만의 마음뿐이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내게 다가온 가슴 설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매일 밤 9시만 되면 천장을 울리는 소음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헬스기구를 충동구매해서 혼자 조립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도움을 주는 멋진 남자가 바로 매일 밤 9시만 되면 런닝머신을 뛰는 코끼리 발임을 알게 되고 사랑이 시작된다. 대학에서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고 처음 만난 선배가 한 손엔 커피를 들고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서 이상한 사진을 잔뜩 찍어서 속상하던 차에 그 선배의 블로그에 가보니 게시판 이름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고 지금까지 보았던 사진들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사진을 보게 된다. 마지막을 클릭하는 순간 ‘네가 여기까지 왔다면, 대답해줘. 매일 나하고 커피 마실래?’하는 문구가 뜬다.

  ‘사랑할수록 사랑이 그립다’에서는 자신감 없이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겪는 슬픈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고양이가 되는 짓까지 서슴없이 하게 하는 남자의 이야기. 좋은 느낌을 이야기해 줄 상대가 그것도 남자가 없다는 것에 외로운 여자들의 이야기. 처음 만난 날의 공기를 담아둔 주머니를 애지중지하는 여자와 그 주머니 속이 궁금한 남자, 결국은 남자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주머니를 열어보자 여자는 소중한 순간의 공기와 믿음을 잃었다며 슬퍼하는 이야기...

  ‘우리는 언제 헤어지는 걸까’에서는 이미 사랑하다 헤어진 사람들이 헤어진 후에도 사랑했던 상대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인해 수없이 다시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를 지우고 기념일을 지우고 머릿속에서도 지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지웠는데도, 소개팅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돌아온 저녁에 전화한다는 게 잊은 줄 알았던 옛 애인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는 사람, 5번의 이별을 하며 그 때마다 마음이 산산조각이 나서 ‘실연에 내성이 생기는 약’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

  ‘사랑, 또다시 널 만날 수 있을까’에서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헤어지고 나서, 혹은 막 헤어졌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을 넘어서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다시 돌아오는, 또는 맞아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참 신비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김성원님의 글을 읽다보면 세상에서 사랑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바보짓인지 저절로 깨닫게 해준다. 사랑 앞에서 두려워 벌벌 떤다고 해서 사랑을 할 자격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가 위대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을 하며 빛바랜 사진첩에서 반짝 하고 떠오르는 옛사랑의 추억은 없지만 지금의 사랑을 잘 키우고 지키리라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