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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경기도 안산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5월의 ‘국제 거리극 축제’는 세계의 이름난 광대들의 신명나는 놀이터이다. 해마다 참가국과 팀들이 더 늘어나고 연기의 질도 향상되어 관람객들에게는 행복한 3일을 보장한다. 수많은 공연 중에서 나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것이 마술과 연기를 곁들인 모노드라마이다. 마술과 스토리가 있는 환상의 무대, 거기에 내가 잠시 조연으로 설 기회를 얻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실재로 2006년도 행사에 참여했을 때, 맨 앞에 앉아 반짝이는 눈을 하며(같이 간 다섯 살배기 딸아이보다 내 호기심이 더 크다.) 마술을 지켜보고 있던 중 지폐가 필요하다는 몸짓에 얼른 천 원짜리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 대목에서 내가 지금까지 기울였던 집중력보다 더 한 집중력으로 연기자를 보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른 채 나의 천 원짜리 지폐가 오천 원짜리 지폐로 바뀌었다. 아마 나의 놀라움이(지폐를 건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가장 컸을 것이고 더욱 행복했던 건 내게 지폐를 돌려 줄때 천 원짜리가 아닌 바뀐 오천 원짜리로 주었기 때문이다. ^^
가끔 텔레비전에서 간단한 마술에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한 마술의 신비를 벗겨준다며 마술의 준비과정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걸 보면서 참 한심하게 생각했던 것은 마술이 마법사의 요술이 아니란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굳이 신비롭게 비춰지는 것들을 파헤쳐 보고 있는 이들의 상상력과 신비감, 즐거움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나 하는 점이다. 그것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 ‘수요’에 의한 ‘공급’이라면 할 말 없지만 씁쓸해지는 기분 역시 어쩔 수 없다.
여덟 살, 할아버지가 보여 주신 동전 마술에 인생이 바뀐 리처드 와이즈먼은 10대에 세계적인 마술 클럽 ‘마법 서클’에 최연소 회원이 되고, 20대에는 프로 마술사로 일하는데 어떻게 하면 좀 더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느냐보다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지에 호기심을 품고 속임수의 심리학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나 같이 어리보기하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증거이다.
저자의 경력 때문에 ‘괴짜 심리학’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에는 수많은 마술의 비밀과 그것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놓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머리말을 보는 순간부터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또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무릎을 치는 공감대를 발견하니 ‘보석’하나를 손에 쥐게 된 느낌을 받았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기도 전에 혈액형 또는 생일로 나를 판단하는 말을 들을 때면, 그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도대체 ABO식의 간단한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구분하며, ‘같은 생일에 태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왜 똑같은 인생을 살지 못하는가?’와 같은 간단한 의구심도 갖지 않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혈액형, 별자리뿐만 아니라 이름, 운명, 에니어그램, 각종 선호도 검사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검증된 자료를 내가 갖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인간 심리의 여러 측면을 수량화하기 위해 애썼던 한스 아이젱크 교수가 유명한 점성가 제프 메이오와 협력해 2000여명의 점성술 학교 학생들에게 생년월일을 적은 검사지를 작성하며 별자리가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예측가능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조사에서 점성술의 예측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조사대상자들이 이미 점성술에 강한 믿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젱크 교수가 별자리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적은 1000명의 아이들을 새롭게 조사한 결과 별자리는 사람의 성격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영국의 과학자 제르리 딘은 1958년 3월 3일에서 3월 9일 사이에 런던에서 태어난 2000명의 기록을 검토하며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다.
위와 같이 ‘괴짜 심리학’에서는 사주팔자와 같은 시간과 날짜의 심리학, 거짓말과 속임수, 미신과 초자연, 암시와 선택의 심리, 유머와 웃음의 심리, 이타성과 인간관계의 심리에 대해서 우리 삶 곳곳에서 취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을 실험하며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점성술가와 투자전문가 그리고 네 살배기 꼬마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주식투자가는 누구일까? 명절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세금제도의 중대한 변화가 사망률을 변화시키나? 꾸며지기 쉬운 웃음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예측할 수 없는 상항을 통제하기 위해 매달리지만 그로 인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미신, 미묘한 자극으로 인해 많은 돈을 벌기도 하고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음악이나 소설 등), 농담만으로 철학서를 집필할 수 있는가? 농담이 왜 좋고 웃음을 나게 만드는가? 어느 종교집단이 도움에 더 적극적인 손길을 펴는가?
머리말에서도 기술했듯이 모든 연구가 행동주의 과학의 정통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에 타당성 없는 연구나 이야기가 없다. 정말 위의 것들이 궁금하다면, 우리 삶과 우리가 속해 있는 수많은 연결 고리가 되는 사회에 깊숙이 내제되어 있는 심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