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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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동 < 2001년 9월 12일 오지마 겐타 -> 1944년 9월 12일 이시바 고이치 >

 

  게임크리에이터가 꿈인 오지마 겐타는 현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꿈이 있긴 하나 적극적으로 매달리는데 인내와 노력이 부족하다. 대학을 포기하고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유난히 자신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홀 책임자 야마구치에게 술을 끼얹고 나온다.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여자 친구 미나미와의 전화 통화로 어수선해진 머리와 마음을 달래려고 서핑을 하러 바다에 온 겐타는 갑작스럽게 밀려온 파도에 휘말려 정신을 잃게 되고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생김새와 체격, 글씨체와 취향까지도 닮은 가즈미가우라 항공대 비행연습생 이시바 고이치의 대역을 맡게 된다. 무절제한 생활의 표본인 겐타가 규율이 엄격한 그것도 전시상황의 군인으로서 행동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지만 21세기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꼭 살아 있어야 했기에 인내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을 역사로 배워 알고 있기에 그동안 살아만 있다면 다시 시간이동을 할 수 있다고 믿은 겐타는 항공대가 아닌 특공대로 착출 되어 인간어뢰 훈련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관 가모시다와 파도에 휩쓸렸을 때 도와준 청순한 여인 후미코가 여자 친구 미나미의 조부모임을 알게 되고 잠수정에서 바다에 떨어져 익사 직전에 구해 준 정비병 오지마가 자신의 할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무슨 일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과거로 돌아와 자신이 꼭 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깨달은 겐타는 패전 소식에도 군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함장에 의해 인간어뢰에 탑승하게 될 가모시다를 제지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타임 슬립의 공간을 찾아)을 떠난다. 그 때가 1945년 8월 16일이다.

 

별세계 <1944년 9월 12일 이시바 고이치 ->2001년 9월 12일 오지마 겐타 >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후에 이시바 고이치의 소망은 비행사가 되는 것이다. 어렵게 가즈미가우라 항공대 비행연습생으로 첫 비행을 나선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체에 결함이 생겨 낙하하면서 정신을 잃고 만다. 다시 깨어났을 때에는 사람도 건물도 물건도 모두 생소한 별세계에서 오지마 겐타라 불리는 닮고 싶지 않은 자가 되어 있었다. 사실을 말하지만 모두들 사고의 충격으로 인한 기억상실이라 생각하고 더 각별히 애정을 쏟으며 돌보아주는 겐타의 부모와 여자 친구 미나미로 인해 피끓는 애국전사 이시바에서 겐타로 살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어려서 죽은 동생의 묘를 찾아 갔다가 비행연습에서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지 않고 일본 패망 직후에 사망한 것을 알려주는 자신의 묘를 보고 겐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게 된 후 시공간을 다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노렸다. 미나미와 함께 떠난 휴가지 바닷가에서 잠수를 하며 겐타를 부르던 고이치는 산호초에 옷이 걸리면서 바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 때가 2002년 8월 16일이다.

  타임 슬립은 쌍둥이처럼 닮은 두 청년 겐타와 고이치가 서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겪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 놓았다. 맥없는 인생을 사는 것 같았던 겐타가 과거로 가서 끔찍한 전시상황에 던져졌어도 유머와 재치(정신봉에 미리 금을 내어 쉽게 부러지게 만든다던가 엉덩이 사이에 탈지면을 끼워 충격을 덜어주는 일 등)를 잃지 않고 오히려 인내와 용기를 배워가는 과정과 전시의 긴장감과 빈곤에서 갑자기 풍요로운 시대에 던져진 고이치가 현대에 적응해가는 과정(달나라 여행에 버금가는 놀라운 발견인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수 있고 치킨과 콜라에 길들여지게 된다)에서 긴장을 늦추고 젊은이다운 열정을 발산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펼쳐진다. 항상 생명을 위협받는 겐타와는 달리 재미있는 부모님(아버지의 모습은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에 나오는 아빠의 캐릭터와 정말 많이 닮았다. 특히 썰렁한 농담을 즐기는 면에서)과 상상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발명으로 모든 것들이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고 그것들을 익혀가면서 고이치가 점점 겐타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소설이 타임 슬립이라는 재미있는 주제로 위와 같은 스토리만을 담고 있다면 그다지 마음에 남는 작품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로의 여행과 미래로의 여행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좀 무겁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다.

  고이치가 본 미래의 모습에서는 넘치는 것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50년 뒤의 일본은 너무 많은 물질과 욕심과 소리와 빛과 색의 세상이었다. 다들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고, 자신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겸허도 수치도 겸양도 규범도 안식도 없었다.’  p.254

  소설의 곳곳에서 전쟁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통 받게 했는지, 전쟁은 침략당하거나 지배당한 나라만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침략국의 힘없고 무지한 백성과 교묘하게 애국심을 자극해 지원하거나 착출당한 군인들에게도 그만한 고통을 동반하게 만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작년에, 옆 동네 지주 집 셋째 도련님이 육군 유년학교에서 도망쳤다가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우. 열다섯 살밖에 안 되어서 그대로 다시 끌려갔지만, 육군도 체면 때문에 쉬쉬했재.’
p. 120 
 ‘쓰네오 말로는 그러다가는 적하고 싸우기도 전에 먼저 죽어버릴 것 같다고 그러더구먼.’
p. 120 
 ‘아직 변성기도 끝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목소리였다.’ - 겐타가 끌려간 항공대에서 구타를 당할 때 물을 떠 온 병사들  p.192 
 ‘한 때의 광기에 들떠서 아무런 견식도, 예측도 없이 전쟁을 벌였다.’  p. 219 
 ‘남자라는 이유로 죽을 날과 장소를 기다려야 하고, 그것이 언제 어디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 계속 - ’  p. 241

 ‘식사는 죽과 매실장아찌, 삶은 달걀이 전부였다. 소박하기는 했지만 기요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만큼 가혹하지는 않았다.’ - 민간인이 처한 상황 -  p. 257 
 ‘기량과 도량에 따라 적을 공격하는 것이 항공대이련만, 군사령부는 비행기 탑승원을 단지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계로만 보는 것 같다. -중간생략- 결국 조종간을 쥐어본 적도 없는 군사령부 녀석들이 책상 위에서 만들어낸 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 녀석들 머리에 머리띠를 둘러서 조종석에 처넣고 그 잘난 놈들부터 먼저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 p.303

 ‘인간어뢰. 별칭 그대로 말도 안 되는 병기다. 한번 발사되면 멈출 수 없다. 돌아올 수도 없다. 가미카제 특공대보다 더 심했다.’ - p.410

 ‘본 군대는 병기는 치졸해도 마음을 부추기는 기술만큼은 교묘했다.’  p. 436 
 ‘모두 죽음이라는 말을 명예와 동의어라고 믿었다.’  p.456 
 '내가 말하는 당신은 천황 폐하가 아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사는 곳에 공습을 하루라도,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무엇이 아까우리요 미천한 목숨도.‘ p.467 
 '8월 16일.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교과서에는 이렇듯 전쟁을 그만두지 않으려는 인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 따위는 실려 있지 않았다. 연사 연표에는 단 한 줄. 1945년 8월 15일 종전이라고 쓰여 있지만, 생각해보면 여러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전쟁이 이벤트 종료일처럼 오늘까지만,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로 끝날 리 없었다.‘  p.520

  ‘타임 슬립’을 읽고 나니 한 시도 평안을 누릴 수 없었던 전시가 더 나쁜 것인지, 오로지 물질만 풍요로운 현 시대가 더 나쁜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직접 빠르고 효과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과 서서히 영혼을 고갈시키는 것의 차이일 뿐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앞으로 정리해야할 숙제가 쌓여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 책, ‘타임 슬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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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 - 마음이 따뜻해지는 17가지 이야기
홍성중 엮음, 윤덕진 그림 / 홍진P&M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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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인터넷에 접속해보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사가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네 모녀의 살해, 5년간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한 통계청에 대한 불신, 삼성비자금 사건 등. 이럴 바에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곤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하지요. 세상은 아름다운 거라고. 천상병 시인이 소풍이라 표현한 세상,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라고. 저 역시 세상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며 착한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이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17가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는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메마른 가슴과 시선으로 보면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슴을 열고 보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지기도 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17가지의 이야기 중에서 몇 편만 소개하려 합니다.

  아빠의 손톱 밑이 지저분하다고 놀리거나 멀리하는 아이들도 밉지만 손톱 관리도 못하는 아빠가 더 미웠던 아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미장원들로 인해 아빠의 이발소에 손님이 줄고, 줄어든 수입을 메우려고 시작한 구두닦이 일 때문에 손톱 밑이 까맣게 된 것을 알게 됩니다. 피곤한데 술까지 마시고 들어오신 아빠가 이불도 펴지 않은 방바닥에 쓰러져 주무시자 아들은 아빠의 손톱을 깎아 드리고 아빠 옆에 나란히 잠이 드는 ‘손톱 깎는 아이’

  새로 이사한 집에서 소녀는 기쁜 날들을 보내는데, 담장의 낙서가 기쁨을 반감시킵니다. 지우면 또 낙서가 되어 있고, 또 지우면 또다시 같은 낙서가 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낙서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낙서를 하는 두 소년이 나누는 말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지켜보게 됩니다. ‘집 나간 엄마가 돌아오시려면 우리가 이사 간 곳의 주소와 약도를 남겨야 하잖아.’하며 약도를 그리는 아이들을 보고 소녀는 낙서 하나쯤은 그대로 두어도 좋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상한 낙서’

  다섯 형제를 키우는 가난한 집이 있습니다. 하루 두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형편에 거절하지 못할 청이 들어옵니다. 이웃 마을의 부잣집에서 자식이 없는 까닭으로 양자를 들이기로 하면서 그 대가로 일 년치의 양식을 준다고 했으니까요. 막내와 넷째는 너무 어리고 셋째는 몸이 약하고 둘째는 장난꾸러기이기에 매일 혼날 것을 염려한 부모님은 어디가도 반듯하게 처신할 첫째를 보내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와서 아들을 데리고 가려 했을 때 부모님은 첫째를 보내지 못합니다. 왜냐구요? 가난해도 한 가족이기 때문에 아이들 중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밤새 누가 부잣집으로 가게 될까 고민하며 눈물  짓던 형제들은 이 순간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습니다. ‘다섯 형제의 눈물’

  한 소녀가 교통사고로 많은 피를 흘려 수혈이 필요한데 희귀혈액형입니다. RH-의 피를 가진 사람들이 흔치 않기에 한시가 급한 소녀의 수술에 유일한 희망은 혈육인 남동생뿐입니다. 긴급한 상황이기에 의사는 아이에게 누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수혈을 하자고 하는데 아이는 선뜻 그러마하고 승낙하지 않습니다. 잠시 시간을 달라던 아이가 짧은 기도를 마치고 누나에게 수혈을 합니다. 그리고는 의사에게 묻지요. ‘저는 언제 죽게 되나요?’ 피를 뽑으면 죽는 걸로 아는 소년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누나가 살기를 소망했던 이야기를 통해 의사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소년을 힘껏 안아 주기만 합니다. ‘누나를 살려 주세요’

 

 

 제게도 하루 세 끼 밥을 다 먹지 못하고 지낼 만큼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늦둥이 동생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엄마는 산전, 산후 관리가 모두 힘들었기 때문에 아기에게 물릴 젖이 나오지 않아 부모님은 산파를 통해 아이를 입양시설에 보내셨죠. 제 나이 열 살. 언니와 남동생이 모두 두 살 터울이니 우리 모두 가족의 의미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때였고 가난한 살림은 철이 빨리 들게 만듭니다. 우린 묵묵히 물 말은 밥에 단무지만 올려 져 있던 밥상에서 숟가락을 들지 못했습니다. 상 위에 똑똑 떨어지던 눈물방울의 영상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다행히 동생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고 그 동생이 지금 28살이 되어서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섯 형제의 눈물’을 읽으며 다시금 가족은 절대 떨어져 지내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힘든 상황이어도 ‘가족’이란 이름에는 그 어려움들을 이겨낼 충분한 힘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많다’라는 형용사가 붙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앞서 말했던 답답한 세상사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도 많지요. 하지만 좋은 것들은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있는 것들 중에서 뽑을 수 있는 것들은 뽑고, 덮을 수 있는 것들은 덮어주며,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고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주변에 좋은 것들로 더 많이 채워줘야 합니다. 그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복된 이야기,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이 넘쳐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화’는 분명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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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 어린이 스스로 꿈을 기록하고 실천하게 하는 책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존 고다드 지음, 임경현 옮김, 이종옥 그림 / 글담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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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직업상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꿈을 꾸는 사람들이나 꿈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품고 있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마음 한구석에 답답한 통증을 느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아이들이 입에서 아무 생각 없이 뱉어내는 말들은 세상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게 만듭니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여자 아이 절반은 연예인을 꿈꾸고 남자 아이 절반은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말하더군요. 몇 명의 아이들만 합당한 이유로 의사나 사육사, 곤충학자, 선생님을 꿈꾸고 나머지는 ‘꿈같은 거 없어요.’하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데 그럴 때마다 이 아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듭니다.

  오늘 만난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은 이제까지의 내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꿈이라하면 내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토해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대단한 일(비현실적이어서 꿈꾸다 마는)이나 밥벌이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미래의 안정적인 직업과 연관해서 생각했었는데, 15살 소년이 어느 비오는 날 적어 내려간 127가지의 꿈의 목록을 보면서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습니다. 그 꿈은 세계에서 제일 긴 강인 이집트의 나일 강을 탐험하는 것부터 오스트레일리아나 케냐, 알래스카 같은 원시문화의 답사, 에베레스트 산, 킬로만자로 산, 매킨리 산 등 각 대륙에서 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등반하는 것, 세계의 모든 나라 여행, 비행선과 열기구 타기, 코끼리와 낙타, 타조, 야생말 타기, 1분에 50자 타자치기, 플루트와 바이올린 배우기, 해저 세계탐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기사 쓰기 등 보통의 어른들도 생각하긴 어렵고 실천하긴 더더욱 어려운 일부터 아주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전문 산악인이 세계 곳곳에 자리한 험준한 산들을 차례로 정복하는 것만으로도 일생을 바치는데, 이 책의 저자 존 고다드는 위에 언급한 127가지의 꿈 중에서 111개를 이루어냈으니 ‘이게 정말 사람 맞아?’ 하고 놀랄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책에서는 그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일단 127가지의 꿈의 목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인 나도 처음 본 지명이나 자연에 대한 지식이 들어 있습니다. 직접 보거나 경험해 보지도 못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그건 책을 통해서입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지식을 습득하고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했습니다. 또 어려운 꿈을 이루려면 육체와 정신, 영혼의 건강이 조화롭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사람을 통해서 사랑과 용서를 배우고 학문을 많이 접할수록 꿈꾸고 있는 것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첫 번째 꿈의 목록에 들어 있었던 나일 강 탐험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자연의 신비, 특별한 영감을 선사하는 사막의 별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랜트 캐년에서의 급류타기 등 꿈을 이루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저도 ‘우리 가족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었던 내 꿈을 수정했습니다. 겁이 많아서 포기했던 자전거 타는 것에 도전하기, 일주일에 일기 삼 일 이상 쓰기, 가족 봉사단에 가입해서 활동하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보고 우리나라 곳곳을 찾아가보기, POP로 멋진 작품 만드는 것 지속하기, 내가 만들지 못하는 찌개 한 가지에 도전하기, 바둑 배우기, 피아노로 ‘이원수의 시에 붙인 노래’ 동요를 모두 연주하기 등등..

  아직은 서른 가지도 못 적었지만 차츰차츰 내 꿈의 목록을 늘려가면서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줘서 딸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와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흐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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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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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승용차, 기사, 스톡옵션, 여행비 일체를 지원하는 백지수표, 세계 굴지의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등 누구나 선망할 수밖에 없는 좋은 위치에 있었던 전도유망한 청년 존 우드가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세계 오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설립하고 책과 컴퓨터, 장학금을 전달하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위의 글은 ‘히말라야 도서관’을 짧게 요약한 것이다. 하지만 존 우드의 용기와 도전 정신은 훨씬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하고 어떻게 하면 평범하고 지루하기만 한 인생이 정신적 풍요를 누리며 살 수 있는지 가르쳐 주고 있다.

 

  겉모습만 보았을 때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삶이 결과적으로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결함을 초래하면서 성공보다 더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존 우드는 충동적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다. 여행 첫 날 묵었던 네팔의 숙소에서 교육재정 담당관인 파수파티와의 우연한 만남은 존 우드의 인생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다(정말 중요한 일은 모두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파수파티를 따라 간 바훈단다의 학교에서  흙바닥과 함석지붕, 한 교실에 70명이 넘는 아이들, 책상이 없어 무릎 위에 공책을 올리고 공부하는 모습, 책이라곤 등산객들이 보다 남기고 간 몇 권의 책(그것도 손상될 것을 염려해 자물쇠로 잠긴 캐비닛에 보관되어 있었다)이 다인 도서관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오래전부터 수많은 등산객들이 학교의 현실을 보고 책을 기증할 것을 약속했지만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에 꼭 약속을 지키리라 다짐한 존 우드는 자신의 결심을 바로 실행에 옮긴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책과 도서관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는지를 기억하고 읽을 책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다 본 책을 ‘우리보다 조금 적게 행운을 누리고 사는 많은 아이들’ 에게 지원하자는 이메일을 보내 약속을 지킨 것은 역사적인 ‘룸투리드’는 시작을 예고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지사의 이사로 바쁜 생활을 하다 빌 게이츠의 중국 방문에서의 쓴 경험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중국에서 펼칠 자선사업에 대한 토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선이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빈곤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시일 내에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에 회의를 느끼며 자선이 대용품이 되지 않는 날을 상상한다.

  결과적으로는 세계의 낙후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감동을 만들어 낸 존 우드이지만 ‘룸투리드’를 시작하면서 인간적인 고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까지 생각한 애인과의 아픈 이별과 지금까지 누려 온 혜택, 불안정한 미래를 생각할 때 현재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존 우드는 이 문제를 혼자 고민하지 않고 아버지와 의논하는데, 현명한 아버지는 황금빛 미래를 보장하는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라는 충고가 아닌, 인생에서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음을 인식하도록 한다.

  존 우드는 본격적으로 도서관과 학교를 건립하고 소녀들의 장학금 기금을 모집하면서 기부와 자선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낸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치열하게 일했던 경험을 ‘룸투리드’를 운영하는데 직접 접목시킨 것이다. 결과에 집중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결과를 말하고 그것을 자주 업데이트했다. 이를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 늘 첨부하며 자신들의 돈이 어떻게 쓰여 지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채용함에 있어 열정이 있는 직원을 채용한다. 그리고 그 직원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복리후생과 건강, 퇴사 후 재취업에 관한 프로그램과 효과적인 은퇴후 프로그램을 제공해 안정적이며 상호적인 충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했다. 팀웍을 중요시해 강연을 할 때마다 마지막에 “나를 훌륭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라고 마무리하는 데에서 지금까지의 성과가 개인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닌 ‘우리’가 해낸 일임을 강조한다.

  존 우드는 후원금을 조성할 때 가난이 보여주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피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마케팅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존 우드 개인의 생각은 나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 졸업장을 받고 눈부신 미소를 짓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희망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되라고 말한다. 가난한 이들에게 당장의 허기를 면하는 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해 나가도록 돕는 사업은 그라민 은행이나 우리나라의 월드비젼과 같은 성격을 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직장과 가정을 등지지 못하지만 그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 하며, 제대로 된 곳에 기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경비와 투명한 기부금 운영, 보고서는 기부금의 숫자를 더 늘어나게 만들었다.

  진정한 변화는 위대한 한 사람이나 일개 조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시민의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말은 정말 값지다. 존 우드가 조직한 ‘룸투리드’에서 지원한 물자로 도서관을 지었다 해도 그 지역 전체의 관심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일회성 행사로 그칠 수 있지만, 고된 일과 중에서 아이들을 위해 시멘트를 나르고 고사리 손으로 흙을 다지고 벽돌을 나르는 아이들이 함께 한다면 그 도서관은 밝은 미래를 여는 등불 같은 존재가 된다.

  책을 읽으며 많이 울었다(원래 눈물이 많기는 하지만). 그리고 더 많이 웃었다. 처음 책을 가지고 바훈단다의 학교에 방문했을 때, 미래를 선물했다는 교장선생님과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울었고, 불안한 미래를 아버지와 의논하는 존 우드와 현명한 아버지의 보석 같은 말씀을 읽으며 울었다. 언제나 좋은 기회는 도시 사람들의 것이었는데, 이제 마을을 떠나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캄보디아의 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읽고 또 울었다. 베트남의 ‘부’와 캄보디아의 오토바이 운전사, 아이들을 돕기 위해 스스로 자선모금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꼬마, 수많은 기부자들, 그리고 존 우드의 친구들을 통해서 웃었다.

  책이야 말고 사람을 바꾸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을 ‘히말라야 도서관’의 저자 존 우드에게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내게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하는 선량한 마음이 또 다시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렸을 때 많은 책을 읽어주신 어머니가 생애 최고의 행운이라는 존 우드의 말을 훗날 내 딸아이에게 듣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제 말을 멈추고 행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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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제이크 미쉬킨

  나 제이크 미쉬킨은 지적재산권 변호사다. 유일하게 돈 드는 취미가 ‘여자’인 천하의 난봉꾼이다.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은 가까운 이들 뿐이지만. 이 못된 취미로 인해 성녀에 가까운 이해심(여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치유되지 않은 병이라고 생각)과 인내심을 자랑하며 재택 금융전문가로 큰돈을 버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는 아내와 별거 중인 겉모습만 그럴싸한 사회적 성공인 축에 낀다. 대학동기이면서 20여년의 세월을 가까이 지내고 있는 컬럼비아 대학 영문학 교수인 친구 미키 하스의 조언을 듣고 나를 찾아온 현 시대의 가장 위대한 셰익스피어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벌스트로드 교수가 17세기 초에 쓰인 리처드 브레이스거들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보이며 편지 안에서 언급된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발견하게 되면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한차례 셰익스피어 위조 사건에 연루되어 명예가 추락한 경험이 있었던 벌스트로드 교수의 경력을 알고 있기에 망상이라 여기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 후 그 편지를 보관하고 떠난 벌스트로드 교수는 고문과 함께 죽임을 당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벌스트로드 교수의 유일한 혈육인 조카 미란다 켈로그에게 대책 없이 끌리는 이성적인 호감(늘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내 아말리와 흡사한 분위기 때문에 더욱 끌렸다)이 도를 넘어 교수의 유품인 편지를 보게 해 달라는 당치 않은 부탁을 쉽게 들어준다. 이후 러시안 갱단의 침입을 받고 미란다와 편지는 사라지면서 자신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리처드 브레이스거들

  1642년 청교도 혁명 중 엣지힐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고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알리고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의 존재와 얽힌 암호문의 행방을 알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리처드는 주물공인 사촌에게서 무기주물을 배우다 할머니의 유품으로 천주교도 묵주를 가지고 있던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내쫓김을 당한다. 이후 사촌에게도 버림받고 어머니를 여읜 후, 묵고 있던 숙소의 주인집 딸과 사랑에 빠지나 가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아버지의 집에서 우연한 기회에 배우게 된 아라비아 수와 대포를 다루는 기술을 인정받아 평범한 사람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경험하고 많은 돈을 벌어 다시 청혼하려 했으나 이미 다른 사람과 혼인중인 것을 알게 되어 방탕한 생활로 모든 것을 탕진하고 만다. 결국 범법을 저질러 교수형에 처해질 운명이었으나 왕과 왕의 정책에 맞서 음모를 꾸미는 던바튼 경의 수하가 되어 배우이며 작가인 셰익스피어를 염탐하는 임무를 맡아 위기를 모면한다. 왕에 맞서는 음모에 가담하였는지라 암호를 해독하고 만드는 밀정기술을 익혀 셰익스피어 측근이 되는 것에 성공하고 작품을 만들도록 유도하나 이내 배신으로 인해 다시금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앨버트 크로세티

  나는 영화감독이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대에 있는 유명한 영화학교를 가기 위해 돈을 모으려고 고서점에서 일을 한다. 이곳에서 주인인 글레이저와 호감가지만 쉽게 곁을 허락하지 않는 고서 복원 전문가인 캐롤린 롤리와 함께 일한다. 어느 날, 서점 옆 음식점에서 일어난 불로 서점이 피해를 입게 되어 일부 고서들을 복원하기 위해 롤리와 함께 그녀의 작업장 겸 주거지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젖은 책을 말리기 위해 간지로 끼워 넣던 종이가 예사 물건이 아님을 알게 되고 롤리의 권유에 따라 재코비언 문서 전문가인 벌스트로드 교수를 찾아간다. 교수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롤리(앞의 모든 정황으로 볼 때 롤리에게는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의 애원에 암호편지와 설교원본을 교묘하게 빼돌린 후 팔아넘기게 된다. 이후 롤리와 벌스트로드 교수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가 살해당했고, 벌스트로드 교수의 수첩에 적힌 이름을 보고 연락한 지적재산권 변호사 미쉬킨을 집에서 만나는 날, 암호편지를 노린 무장한 갱들과 한바탕 총격전을 벌이게 된다.

  위대한 문학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이는 셰익스피어 위조 산업이 난립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과 그림자의 책’은 고서복원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 브레이스거들이란 자에 의해 17세기에 쓰여 진 편지와 암호문서가 셰익스피어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언급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지적재산권 변호사 미쉬킨과 영화감독 지망생 크로세티, 고서복원전문가 롤리, 영문학 교수 하스, 셰익스피어 전문가 벌스트로드 교수, 러시안 갱단, 전문사기범 파스코, 폴란드의 암호해독 전문가, 미쉬킨의 아이들과 능력 있는 형 폴, 역시나 재주 많고 가족애가 넘치는 크로세티의 가족들간의 실타래 같이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엮어져 있다. 교수와 함께 사라진 롤리와 미쉬킨의 감각을 일깨운 미란다는 크로세티가 알고 있는 롤리와 동일인임이 밝혀지고 예수회 신부인 폴의 정보망을 통해 이 일이 모두 벌스트로드 교수의 명예를 실추시켰던 셰익스피어 위조범 파스코의 또 다른 정교한 사기극임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극에 달한다.

  속고 속이고, 어느 것이 진짜 얼굴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6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셰익스피어에 관련한 추리물 ‘바람과 그림자의 책’을 읽으며 ‘무엇인지 스스로도 모르는 것에 굶주려 있었다. P.295' 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가 지금 열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 심취하는 것들에 대해 정말 잘 알고 도전하는 것인지 뒤돌아보며 생각하게 만든다. 전직 비밀요원으로 암호해독 전문가인 클림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다 읽고 보면 사기극에 얽힌 소설이라 할만한 ‘바람과 그림자의 책’을 읽는 중에도, 읽고 나서도 지나간 페이지를 자꾸 들추어보게 만드는 것은 내 마음을 움직이는 철학적 요소가 꽤 있어서이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가까운 곳에 이 책을 두고 볼 것 같다.

크로세티와 클림의 예술에 대한 대화 중 클림의 말. P 327 - 328

  “아버지는 나치에 살해당하고, 어머니는 폭동에 잃고, 1944년 나는 열두 살 누나의 보살핌을 받는 아기로 거리에 나앉게 되었으니까. 나의 제일 오래된 기억은 불길에 휩싸인 시체 더미와 냄새야. 우리가, 우리 세대 전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네. 덧붙이자면 이후 폴란스키처럼 나도 아내를 잃었다네. 미치광이에게 당한 건 아니었고, 몇 달씩 고문당해 죽었지. - 중  략 - 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전쟁 후 독일 사람과 러시아 사람들이 휩쓸고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 안에 아직 생명이 있음을 발견했다는 거네. 배우고,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았지. 폴란드는 살아남았고, 우리의 언어는 살아 있어서 사람들은 시를 썼어. 바르샤바는 재건되었고 벽돌 하나하나가 전쟁 전과 똑같았네. 밀로시는 노벨상을 탔고, 쉼보르스카도 노벨상을 탔어. 우리 가운데 교황이 나왔지. 누가 이걸 상상할 수 있었겠나? 그러므로 우리가 예술을 만들 때는, 이 예술은 거의 대부분 ‘아, 나는 너무 불쌍해, 얼마나 고난을 겪었는지, 악마 탓이다, 인생은 쓰레기야,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런 것보다 더한 무언가를 담고 있지. 내 말은 바로 이런 뜻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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