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인물 성경 2 - 바벨탑.아브라함.이삭,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만화 인물 성경 시리즈 2
박흥용 기획, 고진하 감수.해설, 유동일 외 글.그림 / 바다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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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만화 인물 성경 1권 - 아담 ․ 노아」에 이어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만화 인물 성경 2권 - 바벨탑 ․ 아브라함 ․ 이삭」을 만났다. 이미 1편을 읽고 성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책임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감보다는 아브라함과 이삭에 대해 알고자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믿음의 조상이라고 일컫는 아브라함.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 왕에게 아내를 누이동생이라 거짓말을 하는데도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벌하지 않으시고 이집트 왕을 벌하시는 데에서 오는 반발은 성경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왜 그랬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또 어렵게 얻은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칠 때, 왜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서까지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셨을까 궁금했었다.

하늘에 닿는 바벨탑을 쌓으려 했던 어리석은 이들의 결과물이 피라미드처럼 현재 남아있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인데, 고진하 목사님의 ‘속 시원한 성경 문답’을 통해 우리가 성경을 읽음에 있어서 역사나 기록된 사건에 대한 진위여부를 따지는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알리고자 하셨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아브라함의 행위에 대한 결과가 우리 보기에 불만스러웠어도 이집트 왕을 벌함으로써 아브라함의 가정이 깨지지 않았고 그로 하여금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 되도록 한 것이 하나님의 깊은 뜻임을 알게 된다.

책 말미에 큰 숲을 먼저 보는 지혜 ‘5분 성경 산책’에서는 성경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2권의 내용에 맞는 여호수아서, 사사기, 롯기, 사무엘상, 사무엘하 등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한 책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이 수록되어 성경을 한층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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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인물 성경 1 - 아담.노아,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만화 인물 성경 시리즈 1
박흥용 기획, 고진하 감수.해설, 이장희 글.그림 / 바다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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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거창하게 현대사회의 흐름을 이용하고 나 자신의 게으름을 교묘히 버무려 무늬만 신앙인처럼 대충대충 하는 일이 많다. 늘 이런 나의 모습을 하나뿐인 딸아이가 보고 배우면 어쩌나 하며 걱정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아이에게 과학으로 설명되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분명한 하나님의 말씀을 알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독교 서점과 인터넷 서점을 두루 다니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고르려 했지만, 늘 내용이나 그림 또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음 기회에’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런 나의 고민은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만화 인물 성경 1권 - 아담 ․ 노아」를 만나며 해결이 되었다. 만화계의 거장이라 알려졌다는데 내겐 생소한 박흥용 화백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만화 인물 성경 시리즈가 인터넷 서점마다 메인 화면을 장식한 걸 보고는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표지 그림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이 도착하자마자 일곱 살 난 딸아이가 붙들고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재미있다 말하는 것을 듣고 나니 일단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많은 글이 없어도 그림을 통해 천지창조와 아담과 하와의 죄, 가인과 아벨, 의로운 사람 노아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처음에 그림에 대한 선입견 역시 등장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분노, 후회의 감정들을 보는 사람도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표정을 풍부하게 그려내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줬다. ‘최초의 사람, 아담’의 그림이 좀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의로운 사람, 노아’는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어 노아의 얼굴만 보아도 웃음이 난다.


여기에 ‘하나님을 닮은 사람을 흙으로 만들어’라는 부분에 있어서 여태 단순히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것으로 알았지만, 이는 ‘사람이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의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는 뜻’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성경과 관련한 미켈란제로의 ‘천지창조’와 ‘낙원추방’, 도메니키노의 ‘아담과 하와의 질책’, 베첼리오의 ‘가인와 아벨’등의 그림과 성경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고진하 목사님의 ‘속 시원한 성경 문답’이 있어 나 역시도 납득이 되지 않거나 궁금한 점을 많이 풀 수 있고 아이에게도 설명해줄 수 있어 나처럼 어린 아이를 둔 가정에 아주 유익하다. 모두 10권으로 기획되어졌다고 하니 한 권씩 사서 천천히 읽으며 전집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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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척 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 - 상
A.J.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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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친 짓’이 맞다. 이미 성경은 구약시대부터 신약시대까지만 보더라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진보했음을 알 수 있는데, 21세기에, 그것도 본인이 확실히 선을 긋고 출발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극히 비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라났고 스스로가 가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그러했던 사람이 성경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요즘 사회에선 정말 미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종교에 대한 자신의 무지가 혹여 잘못된 것이라면 그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고, 수천 년간 사람들의 행동과 일상생활, 가치관, 죽음, 사랑, 전쟁에까지 영향을 미쳐온 성경에 대해 알고 싶은 순수(아니다. 완전히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결국 처음 시작은 책을 펴내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한 마음에서 시작한 성경말씀대로 살아보기는 준비과정에서부터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조차 저자(A. J. 제이콥스)의 계획을 듣고 당혹스러워하며, 그리스도의 신성함을 먼저 인정하지 않고는 결코 성경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예수가 죽은 이후 원래의 가치를 상실한 계율도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나 ‘기적이란 그 안에 뛰어들었을 때 일어난다.’는 랍비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자신이 생각한대로 행했다.

여태 종교색이 짙은 책을 읽으면서 이만큼 유쾌했던 적이 있었나 싶도록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냥 굵직굵직하고 태나는 계율, 예를 들어 십계명만 제대로 해도 쉽지 않은 판에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도 한 권도 아니고 수십 권의 성경과 주석까지 모두 읽어 구약시대부터 행해지던 자잘한 계율까지 모두 실천하는 저자의 행동과 가족 특히 아내의 방해공작은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수염을 깎으면 안 되기에 1년간 기른 수염은 랍비나 교수처럼 보이게도 하지만, 테러리스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가지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며’란 계율을 지키기 위해 초청한 혼방섬유 감별사의 방문에서는 두 사람 모두 어째서 하나님은 인간이 혼방섬유 입는 것을 어째서 못마땅해 하셨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알 수 없다’로 결론을 내린다. 하나님은 우리와 다른 척도를 가지고 계시기에 이해 불가한 계율을 따르는 것은 그만큼 믿음이 깊다는 말이 된다는 것으로 결론짓고 실행에 옮길 뿐이다. 아마도 쉽게 믿어지지 않는 일들을 기록한 성경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 대목에선 성 어커스틴의 ‘믿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보상은 믿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옷에 술을 달고, 나팔을 불며, 거리에서 만나는 예쁜 아가씨를 보고 감탄해도 안 되고, 잘나가는 강사의 강연료를 부러워해서도 안 되며 성지 순례를 하고, 계율을 지키고 사는 이들을 방문해 그들의 생활상을 엿보기도 한다. 생리중인 아내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면 안 되며, 같은 침대를 써도 안 되고, 아내가 앉았던 의자에도 앉을 수 없다. 여기에 아내는 이 계율에 불만을 품고 집 안에 있는 모든 의자에 한 번씩 앉음으로 통쾌한(?) 복수를 한다. 때문에 휴대용 간이 의자를 사서 어디든 들고 다녀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아내 이외의 어떤 여자가 생리 중일지 알 수 없음으로... ㅋ)

‘대단히 흥미롭고, 적당히 불경하고,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히브리 유니온 대학 총장의 말처럼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은 세상을 쉽게 사는 이의 글이 아니다. 성경 속,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조차 모두 따라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을 그대로 따라하며 381일을 산 이후, 미리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저자는 무늬만 기독교인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과 행동까지도 기독교인이 된다. 나 역시 예배시간 이외에 성경을 꺼내 읽지 않고,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나쁜(?) 짓도 가끔 하고 살아왔기에 책을 읽는 내내 황당해하면서도 내 모습에 부끄러웠다. 세상이 조롱하지 않아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알고 나를 지켜보시는 그분이 알고 있음을 다시금 되새기며 저자처럼 유효기간이 지나간 율법까지 모두 챙겨 지키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성경말씀대로 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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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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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작은 딸 사랑해”


계집아이는 배울 필요 없다는 외할아버지의 잘못된 생각 때문에 초등학교 문턱도 못 밟아보고 스물도 넘기기 전에 결혼해 자식 다섯을 낳아 기르던 엄마가 야간 한글교실에 다니신지 5년 만에 처음 내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이 1년 정도의 시간에 한글을 얼추 깨치는 것에 비해 쉰이 다 된 나이에 시작한 한글공부의 진도는 달팽이 수준이었다. 배우는 엄마도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매주 3일, 두 시간씩을 투자했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얼마 전에는 운전면허증도 따셨다. 아직도 같이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다닐 때면 천천히 간판을 읽는 습관이 있는데, 집안일과 회사일이 버거워 따로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고, 공부하려고 앉아도 젊은 사람들처럼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기에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한 엄마만의 특별한 공부법이었다. 이후 장보러 갈 때 필요한 물품을 종이에 적어 걸어서 40분이나 걸리는 딸집에 들려 틀린 글자가 있는지 물어보고 다시 적는 엄마의 모습에서 ‘안다는 것’, ‘알아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분명 존재하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상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앎’에 대한 욕구가 있다. 엄마가 어려서 충분히 누렸어야 되는 것을 누리지 못해, 그로 인해 한층 높은 ‘지적인 생활’에 대한 동경, 생활 속에서 당했을 불편과 자격지심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것은 직접 당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된다.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엄마는 목표하고 있던 것을 이루었고 지금은 ‘초등학교 검정고시’라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엄마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알고자 노력했던 것처럼 ‘지적으로 생활하는 기술이란 주변을 유리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일상생활과 관련된 온갖 사정과 제약을 극복함으로써 풍요롭고 강인한 지성을 만들어 가는 것에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P. G. 해머튼의 「지적 즐거움」은 사회의 모든 부류의 사람들이 지적인 생활을 원하고 책과 사람, 자연을 선생님으로 삼아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쓴 책이다. 약 200년 전에 살았던 이가 불특정다수에게 편지형식의 글로 쓴 「지적 즐거움」이 지금의 시대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긴 하지만, 지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갖추어져야할 다양한 요소에 대해 찬찬히 쓴 글은 분명 어느 한 곳에 치중하면 다른 곳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다루어 문제가 생기는 병폐를 없애준다. 육체와 정신의 건강, 교육, 짜임새 있는 시간 관리, 금전의 문제, 결혼과 교제, 직업, 환경 등 인생의 전반에 걸쳐 다루어지는 글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혜를 나누어준다.


사람을 지적으로 만드는 것은 머릿속에 든 지식이 아니라 덕(德)임을, 지적인 생활이란 큰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진리를 추구해 가는 것임을, 그래서 늘 꿋꿋하게 고귀한 쪽을 선택하는 것임을 알게 해 준다. 이처럼「지적 즐거움」은 불리한 입장에 있거나 귀찮은 일에 휘말렸을 때, 흔들리지 않고 내 정신이 추구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사람과 자연,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 갖고 부딪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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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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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최악이야!’, ‘아주 죽어라죽어라 하는군...’, ‘혀 깨물고 콱 죽어버릴까 보다.’

툭하면 ‘죽겠어’를 연발하고 사는 요즘 사람들, 좋아 죽겠고, 싫어 죽겠고..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죽다 살아나는 사람들에게 삶은 날마다 전쟁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사람이 죽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죽을 용기 있으면 그 용기 가지고 다시 한 번 살아봐야지.’ 하며 말로 한풀이를 하고 힘겹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사람들에게선 ‘이런 게 인생이지.’하는 초연함마저 느껴진다. 금빛 요람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사람살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인데, 유독 내게만 시련이 닥치는 것 같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위축되고 자격지심만 잔뜩 키워 세상을 더 암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공감도 생기지만, 그렇게밖에 살지 못하는(스스로의 어리석은 선택이나 나약함 때문에) 것에 화도 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자기가 누리는 행복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어깃장을 놓으며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소설 속 미도리의 이복동생 같은)들에겐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때문에 이 같은 문제의 책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읽다가 집어 던지고 싶어진다. ‘최악’은 내게서 연민과 씁쓸함, 답답함과 분노를 함께 쏟게 만들었다. 유쾌함의 대명사인줄 알았던 오쿠다 히데오가 쓴 ‘최악’은 정말 최악이다.

가늘고 길게 가는 사업 스타일을 계속 유지했더라면 좋았을 철공소 사장 가와타니 신지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쉴 틈 없이 일하고 좋은 남편과 아빠로 자리하고 싶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불황, 그리고 새로운 이웃의 거듭된 소음관련 민원은 신지로를 미치게 만든다.

태어날 때부터 온순한 유전자를 타고 났을 것이 분명한 은행원 후지사키 미도리. 철부지 이복동생과 부당한 일을 행하는 직장 상사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여기에 이복동생이 은행 털이범이라니...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청년 노무라 가즈야. ‘내 인생에 해 뜰 날이 있겠어?’하며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성인오락실에서 한 건 터지는 것이 낙인, 하루하루를 그냥저냥 살아가던 그의 인생이 도둑질로 인해 야쿠자에게 덜미를 잡혀 엄청나게 꼬여버리게 된다.

은행 대출담당 직원에서 ‘좀 있어 보이려고’ 오만을 부리는 신지로의 모습이나, 홧김에 친구의 애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마는 미도리의 모습, ‘이판사판 공사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인 젊은 청춘이 위험한 줄을 타는 가즈야의 모습에서 우리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이나, 내 안의 감추어진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 주인공 셋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웃지 못 할 해프닝과 개운하지 않은 결말에서 세상을 살아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를 희망과 웃음으로 수놓으며 사는 이 시대의 용기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진짜 ‘최악’의 상황은 ‘자신을 스스로 버리지 않은 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읽었던 유쾌한씨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과 많이 달랐던 ‘최악’이었기에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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