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은 발걸음 - 작고 쉬운 실천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지혜
앨 세쿤다 지음, 최유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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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거나 막연히 일을 선택해 하는 일마다 꼬여 자꾸 새로운 일을 찾는 이들과 달리, 삶에 있어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정진하는 이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일에서 얻는 다양한 경험에 녹아있는 지혜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곤 한다. 작고 쉬운 실천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지혜 「위대한 작은 발걸음」의 저자인 알 세쿤다도 그런 이들 중 하나이다. 기업을 운영하고, 공연예술과 심리학, 형이상학, 동양사상 등을 접하며 얻은 삶의 기술과 철학을 ‘동기부여 전문가’로 활동하며 보급하는 알 세쿤다의 「위대한 작은 발걸음」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는 ‘15초 법칙’이 어떻게 성공을 여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읽다보니 정말 그럴법하다.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마음먹었을 때15초는 누구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니니 충분히 실천을 위해 시간을 내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날마다 15초 씩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고, 15초라는 짧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 자신에게서 다른 변명거리를 찾을 여지를 주지 않으니 꼭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방해가 되는 내 안의 훼방꾼을 맞서는 방법으로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심리적 요인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예화를 곁들여 익숙하게 여겼던 생활패턴과 인관관계를 탈피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해준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인생의 한 순간이라도 지니고 있었을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변화의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좋아질 미래의 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5초 법칙’을 통해 인생에서 작은 것이 차지하는 부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깨닫게 해 준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고, 첫 술밥에 배부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땐 번번이 좌절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위대한 작은 발걸음」이 앞으로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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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공부 -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금쪽 같은 이야기
박성철 지음, 이연성 그림 / 계림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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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뭐라고 생각해?”

남편과 내가 서로에게 수시로 묻는 질문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밥 먹다가, 인터넷 게임을 즐기다, 드라이브를 하다 던지는 이 질문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장난삼아 건성으로 답을 하는데, 웃기는 건 대답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정말 인생이 뭘까?’라는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끝없는 질문의 연속일까?

내가 어렸을 때에는 그 누구도 인생에 대해서 말하는 이가 없었다.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작은 어깨에 짊어지고 늘 고되게 일하시는 아빠와 네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동네 분들 농사를 도우시던 엄마도, 학교의 선생님들도 모두 인생이 무엇이지, 삶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이가 없었다. 꽤나 조숙했고, 터울이 많이 지는 막내 동생을 돌봐야했기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과 방과 후에 어울려 놀아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왜 엄마아빠는 늘 힘들게 일하시는데 우린 늘 가난할까? 난 왜 태어났을까? 학교는 왜 다녀야할까? 하고 싶은 과목만 공부하면 안 되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소원은 뭘까? 등등 그 당시엔 내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들은 ‘인생이란 도대체 뭘까?’라는 거창한 제목만 없었을 뿐, 항상 인생에 대해서 고민했었던 것 같다.

중요한 건, ‘인생’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생각하는 모든 것에 대한 고민 속에는 ‘잘’ 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기에 앞서 오직 하나 뿐인 인생을 제대로 잘 살기 위해 꼭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인생 공부」라 할 수 있겠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했던 공부, 사회가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고득점을 향해 무조건 해왔던 공부가 정작 인생을 값지게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출간된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금쪽같은 이야기「인생 공부」’는 자칫하면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하는 어린 시기에 놓칠 수 있는 중요한 마음을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바로 오늘이야!’, 나의 잘못으로 친구에게 사과해야 하는 날도 ‘바로 오늘이야!’라고 생각하고 미루지 않는다면 값진 보물을 날마다 캐낼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짧은 글을 시작으로 40여 편에 달하는 인생수업에서는 그것들 중에서 어느 것 하나만 취해 내 삶에 적용해도 놀랄 만큼 인생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보석으로 가득 차 있다.

혼자 자라는 딸아이를 위해 먼저 읽고 권해주려 선택한「인생 공부」였는데, 사십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나이에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가치 있는 책으로, 내 환경에서 부족한 부분을 내세워 미루거나 포기하고 마음을 닫아 놓았던 부분을 돌아보며 다시금 나를 추스르는 시간을 갖게 해 주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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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모가 사라졌다 - 2003년 제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20
공지희 지음, 오상 그림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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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제나, 슬프고 절망적인 이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곳

세상을 다 산 것 같았던 절망적인 열 살, 그 나이에 나는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나이 마흔이 되는 것을 소원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그 시절엔 어른이 되면 힘든 시기가 모두 지나가고 평온할 것 같았는데, 나의 간절한 소망이 영모보다 못했을까? 아니면, 영모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라온제나를 볼 수 없었을까?

공부 빼고는 뭐든지 잘하는 12살 병구는 마음과 머리를 편하게 해 주고자 수학을 무시한 결과 ‘0’점이라는 기록적인 점수를 받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의 ‘수학괴물’에게 맡겨진다. 이곳에서 늘 조용하기만 한 같은 반 친구 ‘영모’를 만나 진한 우정을 쌓아가던 중, 영모가 아빠의 과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심심찮게 폭행당하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해 아빠 없이 자라는 병구에겐 그런 아버지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살집이 없는 영모의 온 몸에 매가 지나간 자리와 멍 자국을 볼 때면 분노가 치민다. 어느 날 밤, 조각이 취미인 영모가 아버지에게 들켜 온몸에 상처를 입고 병구를 찾아와 울고 간 이후 영모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단짝친구인 영모가 사라진 연유를 짐작한 병구는 평소에 영모가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던 떠돌이 고양이로부터 얻은 단서로 ‘라온제나’에 들어서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나이로 살 수 있는 신비한 나라 라온제나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다니던 할아버지와 어린 아이를 신의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던 곳에서 탈출한 소녀 로아를 만난다. 그리고 라온제나를 다시 찾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아저씨로, 어린 소년 영모로 변하고 로아는 아가씨에서 할머니로 변한다. 나이를 조절하면서 상처 받은 나이대를 치유해가는 라온제나. 얼마 후, 아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며 집 나간 아들을 찾는 아저씨(영모의 아버지)를 만나며, 씻지 못할 것 같은 미움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절대로 부모님같이 살지는 않을 거라 굳게 맹세하면서도 문득 돌아보면 내가 부모님의 전철을 밟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쉽게 경험하고 있다. 영모의 아버지도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아들에게 잘 하고픈 마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아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자신과 아내 모두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주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의 자녀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가정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부모들이 참 많다.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없는데, 불을 보듯 뻔한 실수를 계속한다. 부모의 욕심과 기대에 앞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가장 최우선임을 깨닫게 하는 책, 「영모가 사라졌다」는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준다.

‘내 인생은 두 가지 일로 가득 차 있다. 한 가지는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들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12쪽) 라고 병구는 말한다. 나는 병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할 수 있는데도 안하는 일과 할 수 없는데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어린이일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늘 사람들은 안 돼는 것을 그리워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고.

땅과 하늘, 숲이 있고 멀리 있는 나라도 아니지만 ‘라온제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그 곳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우리 사는 세상이 ‘라온제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속에서...

“알려고만 한다면 알 수 있고, 보려고 하면 볼 수 있어. 그리고 오고 싶으면 얼마든지 올 수 있는 곳이 여기란다. 하지만 욕심과 이기심, 경쟁심...... 이런 것들이 마음에 가득 차 있으면 다른 것에는 관심 없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보려고도 하지 않아. 그 사람들에게 라온제나는 잃어버린 나라야.” / 87∼88족

“자신을 사랑해야 해. 나는 나 자신을 싫어했어. 난 내가 언제나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더구나. 내가 불쌍한 건 누구에게 나를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내 자신을 스스로 돌볼 때 나는 당당하게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어. 영모야, 너도 이제 자신을 스스로 돌볼 때가 되지 않았니?” /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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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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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아는 길만 다니고, 음식도 먹어본 음식만 먹는 나는 책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편독하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주위 사람들의 강력한 추천이 있거나, 그냥 끌리는 책에는 가끔 모험을 하는 마음으로 펼쳐보는데, 그 책이 내 맘에 쏙 들 때의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렇게 내게 온 책이 박경화의 소설집 「태엽 감는 여자」이다. 작년 여름, 김형경 작가의 ‘꽃피는 고래’를 읽으며 느꼈던 기쁨을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옅은 기대감마저 가지고 책을 대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덟 편의 소설들...

결혼할 사람이 있음에도 가랑비로 인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옷이 젖어버리듯, 살며시 들어왔다 떠나간 중년의 ‘님’을 그리는 [가을 몽정]. 달콤한 신혼의 기쁨을 누려야할 때 알콜 중독으로 클리닉에 들어간 남편의 성마른 성격과 힘겨운 임신 과정을 겪는 여자 이야기 [어항]. 초등학교 때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겪었던 창피함을 벗어나고자 과감하게 거리 퍼포먼스를 시도하는 [딤섬].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남편을 돌보며 영어회화 텔레마케터로 일하지만 실적이 형편없는 여자와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은 디자인 학원 원장의 하루 이야기 [스무 개의 담배]. 옷 수선 가게의 주인과 아내, 그리고 딸의 울분과 체념의 이야기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 모든 것을 다 갖춘듯 하지만, 마음속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해갈하기 위해 선택한 자유가 그냥 주워지는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태엽 감는 여자]. 일 년에 가까운 월급을 떼이고 그 월급을 받아내겠다고 사장의 주변을 도는 우리 시대의 안타까운 가장의 모습이 가감 없이 그려진 [현실은 비스킷]. 부모의 이혼과 계모의 학대, 가출로 이어진 가여운 청춘의 이야기 [어느 삭제되지 않은 비망록].

정말 가지가지 한다. 혼란스럽고, 답답하고, 서럽다. 여덟 편의 소설 속에서는 색깔만 다를 뿐 모두 ‘우울’이라는 하나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중년 남성의 마음을 감지했으면서도 미리 가지를 쳐내지 못하는 여자, 자신만의 공간을 침범한 타인들로 인해 소중한 것을 잃고 마는 여자, 오리 피를 만병통치약이라 여기는 답답한 아버지와 어린아이의 정신을 가진 엄마를 보살펴야 하는 딸, 아니다 싶음 뒤돌아서서 다른 직장을 찾았어야 마땅하지만 엉뚱한 우직스러움을 오기처럼 부렸던 가장과 가정의 경제위기 속에서 남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아내, 몸을 팔 때 수시로 생기는 생채기, 대가로 받은 수표마저 부도수표, X같은 인생..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요?” 하고 말을 거는 「태엽 감는 여자」, 그렇지만 잔잔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으로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요즘 그리 흔하지 않아요, 하면서 살며시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세상을 견뎌내며 잘 살아갈 테지...그리고 깨달을 테지... [어느 삭제되지 않은 비망록]의 22살 청춘이 약국에서 ‘약, 평화를 주는 약!’을 소리치는 게 내 귀를 울린다.

색깔로 치자면 물 먹은 짙은 보랏빛 소설 같은 이 책, 내려놓았는데도 자꾸 마음이 쓰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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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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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슬과 오후의 태양이 모두 내 것이라 여기며 집안과 대문 밖이 모두 제 세상이었던 한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정해준 규칙에 따라 「1학년 1반 34번’」이 된다. 아침잠이 많은 소년은 더 이상 달콤한 잠을 잘 수 없었고, 소리 지르는 걸 좋아하는 소년은 이제 듣기만 해야 했다. 아침 조회시간에는 손과 발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까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현실이 소년을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군다나 이런 답답한 일상이 언제쯤 끝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中

맑고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책 속의 그림은 소년이 다니기 시작한 학교에 이르면 온통 회색빛이다. 그 안에 정갈하게 다듬어진 초록색 나무마저 답답해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나 역시 학창시절이 즐겁지 않았던 때문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나 뿐만 아니라 동시대 청소년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에서 표현되는 학교도 34번이 느끼는 학교와 같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34번에게 주는 위축과 소외감은 ‘샤오헤이’라고 이름 지은 소년만의 특별한 올챙이로 인해 잠시 잊혀진듯 하지만, 학교에 올챙이를 가지고 오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명령에 소년은 다시 위축되고 더욱더 외로워진다. 때문에 과감하게 학교를 결석한 날,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함께 놀던 친구 아딩을 만나 신나는 하루를 보내지만, 그 만남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이 일로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소년을 더욱 믿지 못하고 소년은 전보다 더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며 다시 한 번 일탈을 감행한다. 샤오헤이를 숨겨두었던 숲 속으로... 그러나 이제는 개구리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빈 통만 남은 것을 보았을 때 깊은 상실감을 맛본다.

하지만... 

“어리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어리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것이지.” 또 다른 34번인 ‘마음속의 나’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며 한층 자라난, 어른이 된 나를 느낀다.

34번이 어둡고 힘든 시기를 거쳐 나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동 그 자체다. 어른들이 싫지만, 어른이 되고 싶은 34번의 마음도, 소년이 넘어설 수 없는 학교의 높은 담도, 함께 소통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 모두가 결국은 이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34번처럼 깨달음을 얻고 난 다음의 세상은 분명 이전과 다를 테지?

세상은 나를 어른으로 보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그래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 나도 여태 나 아닌 다른 이를 탓하며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도 34번처럼 내 안에 있는 마음속의 나를 불러봐야겠다. ‘지금 행복하니?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중요한 일을 놔두고 한 눈 팔고 있는 건 아니니?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딸아이에게 강요하지는 않니?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혹시 무거운 사랑과 기대는 아니니?......’

책 속에서...

34번은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싫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늘 옳다. 아니, ‘옳다’고 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야만 내 말이 모두 옳은 것이 될까? - 87쪽

엄마는 34번이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아이로 자라길 원했다. 물론 그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는 34번을 많이 사랑했으니까. 34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편했다. 너무 큰 기대와 사랑은 어린 마음을 짓눌렀다. 자꾸만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 113∼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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