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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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새벽이슬과 오후의 태양이 모두 내 것이라 여기며 집안과 대문 밖이 모두 제 세상이었던 한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정해준 규칙에 따라 「1학년 1반 34번’」이 된다. 아침잠이 많은 소년은 더 이상 달콤한 잠을 잘 수 없었고, 소리 지르는 걸 좋아하는 소년은 이제 듣기만 해야 했다. 아침 조회시간에는 손과 발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까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현실이 소년을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군다나 이런 답답한 일상이 언제쯤 끝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 족해.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곤 덥석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커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中

맑고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책 속의 그림은 소년이 다니기 시작한 학교에 이르면 온통 회색빛이다. 그 안에 정갈하게 다듬어진 초록색 나무마저 답답해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나 역시 학창시절이 즐겁지 않았던 때문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나 뿐만 아니라 동시대 청소년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에서 표현되는 학교도 34번이 느끼는 학교와 같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34번에게 주는 위축과 소외감은 ‘샤오헤이’라고 이름 지은 소년만의 특별한 올챙이로 인해 잠시 잊혀진듯 하지만, 학교에 올챙이를 가지고 오면 안 된다는 선생님의 명령에 소년은 다시 위축되고 더욱더 외로워진다. 때문에 과감하게 학교를 결석한 날,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함께 놀던 친구 아딩을 만나 신나는 하루를 보내지만, 그 만남은 비극으로 끝이 난다. 이 일로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소년을 더욱 믿지 못하고 소년은 전보다 더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며 다시 한 번 일탈을 감행한다. 샤오헤이를 숨겨두었던 숲 속으로... 그러나 이제는 개구리가 되어 사라져 버리고 빈 통만 남은 것을 보았을 때 깊은 상실감을 맛본다.

하지만... 

“어리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어리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일에 다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 것이지.” 또 다른 34번인 ‘마음속의 나’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며 한층 자라난, 어른이 된 나를 느낀다.

34번이 어둡고 힘든 시기를 거쳐 나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은 감동 그 자체다. 어른들이 싫지만, 어른이 되고 싶은 34번의 마음도, 소년이 넘어설 수 없는 학교의 높은 담도, 함께 소통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 모두가 결국은 이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34번처럼 깨달음을 얻고 난 다음의 세상은 분명 이전과 다를 테지?

세상은 나를 어른으로 보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그래서 어른이 되어야 하는 나도 여태 나 아닌 다른 이를 탓하며 보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도 34번처럼 내 안에 있는 마음속의 나를 불러봐야겠다. ‘지금 행복하니?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중요한 일을 놔두고 한 눈 팔고 있는 건 아니니?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딸아이에게 강요하지는 않니?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혹시 무거운 사랑과 기대는 아니니?......’

책 속에서...

34번은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싫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은 늘 옳다. 아니, ‘옳다’고 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야만 내 말이 모두 옳은 것이 될까? - 87쪽

엄마는 34번이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아이로 자라길 원했다. 물론 그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는 34번을 많이 사랑했으니까. 34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불편했다. 너무 큰 기대와 사랑은 어린 마음을 짓눌렀다. 자꾸만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 113∼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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