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환상의 삼총사 지그재그 3
엘리자베스 브로캠프 지음, 조니 스트링필드 그림, 이서용 옮김 / 개암나무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도 그렇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입속의 혀처럼 서로에게 ‘척하면 척’인 친구가 있어서 친구 수대로 삼총사, 사총사, 오총사 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인생 그런대로 잘 살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부딪힘 없이 오랜 세월을 함께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해주며 서로를 긍정으로 이끌어주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환상의 삼총사」에 나오는 초등학교 4학년생인 린지와 케이트 그리고 벨라도 서로 사랑하는 친구사이다. 셋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같이 하고픈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위기가 왔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3’이라는 숫자가 의외로 삐걱댈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교실에서 짝꿍은 둘씩 짝지우고, 때로 부모님들께서 한 명의 친구만 더 참석할 수 있는 운동경기나 문화체험을 허락하실 때가 있다. 그리고 전학 와서 모든 게 낯선 친구에게 친구가 되어주고자 한 친구가 마음을 써준다면 나머지 두 친구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셋 중에 둘이 싸우기라도 하면 그 사이에 끼어서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나 어릴 적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로 늘 골머리를 앓곤 했는데, 어린 학생들이야 오죽할까. 지금은 그러한 일들을 겪어나가면서 어른이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는 걸 알지만, 막상 그 일이 자신의 앞에 닥친 아이들은 마냥 ‘잘 될 거야!’라고 위로하는 말에 큰 위안을 받지 못한다.

 책 속에 나오는 여러 상황을 읽어가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인양 공감할 것이고 그 속에서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늘 싸우는 것 같지만 어는 순간엔 같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고, 잠옷파티 계획을 세우는 사랑스런 세 아이들에게서 뭐든지 내게만 맞춰주는 친구만을 찾고픈 아이들의 생각을 바꿔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종 이야기를 해볼까?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14
줄리어스 레스터 글, 카렌 바버 그림, 조소정 옮김 / 사계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엄마, 사람의 피부랑 머리카락이랑 겨드랑이 털이랑 짬지 털이랑 모두 없애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아이의 뜬금없는 물음에 아주 잠깐 동안 뜸을 들이고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정답은?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아요. 백인이든 흑인이든 모두 다.”

사계절의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리즈 「인종 이야기를 해 볼까?」를 읽다가 눈에 띤 대목이 인상적이었던지 퀴즈를 낸 아이는 엄마가 모르는 걸 알려준다는 생각에 더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차별, 그 중에서도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가 무겁기도 하거니와 검은색보다는 흰색이 훨씬 깨끗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건 참 어렵다. 이 책의 저자인 줄리어스 레스터는 이런 민감한 문제를 아주 명쾌하게 그림책으로 풀어놓아 읽는 순간,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편견’이란 부분을 인식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생각의 씨앗을 심어준다. 딸아이가 잠자기 전에 한 번 더 읽어주면서 책에 쓰인 대로 눈 아래 가장자리를 만져 뼈를 느껴보고(이 대목에서 아이는 상대방의 얼굴을 만질 때엔 꼭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이야기도 책에 쓰여 있다. *^^*) 갈비뼈를 손가락으로 긁어대며 기타를 연주한다며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다.

나의 이야기든, 너의 이야기든 우리는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상대에게 물을 때 얼마나 돈이 많은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황인인지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 무엇을 가장 좋아하니? 무얼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니? 취미는 뭐니? 어떤 음식을 좋아하니? 무슨 색을 좋아하니? 형제는 어떻게 되니? 등등 우리가 서로에게 들려주거나 물을 수 있는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저마다 자신 안에 무엇을 담아두었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보이는 것이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님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란제리 클럽
유춘강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란제리 클럽」이라. 팬티와 브라, 하얀색 메리야스를 뺀 속옷이라곤 입어본 일도 없는 내게 란제리는 멋 부리기 좋아하는 여성들의 필수품 정도로만 알고 있다.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상호신용금고에서 여직원을 상대로 에티켓 교육을 받았을 때, 속옷을 아름답게 입는 사람이 겉옷도 아름답게 입을 수 있다는 얘길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속으로 ‘웃긴다.’라고 생각했던 나. 때문에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썩 건전한 내용은 아닐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 그런데, 참 재미있다. 그리고 화가 난다. 중간 중간 ‘설마!?’하는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책장을 넘기다보니 벌써 끝이 났다. 마흔을 코앞에 둔 어느 날, 믿었던 남편이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자살을 해 버린다. 뜨겁게 사랑하지는 않았어도,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며 살지 않았어도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나름대로 만족한 결혼생활을 했다고 믿었던 그녀에게, 직장생활이라곤 해 본 일도 없기에 더더욱 암담하기만 한 그녀에게 의심어린 시댁의 눈총과 갚아야 할 대출금 그리고 배신감만을 남기고 떠난 남편. 아이러니하게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깔끔했던 남편의 비밀은 뿌연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드러나게 되는데, 그것도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당연히 받았어야 할 사랑과 믿음이 기초가 되는 결혼을 치졸하게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위장을 목적으로 10년 세월을 유린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 결혼, 그거 남들 다 하는 거라고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만만하게 봤지.” 라고 말하며 담배를 피워 물던 지소의 말처럼, 꿈같은 환상을 품고 있었던 20대의 그녀들인 나, 소정, 지소 이 세 여인들은 저마다 결혼의 굴레에서 상처받고 자가 치유하기를 10여 년간 계속해 오고 있다. 그리고 화자인 내가 태클 거는 세상에 당당하게 맞받아칠 용기를 갖게 되면서 통쾌한 반전을 준비하듯 소정과 지소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해 나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 생각났다. ‘절대로’의  혜완, ‘어차피’의 경혜, ‘그래도’의 영선처럼 나와 소정 그리고 지소는 묘하게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다. 스물 살 초반에 읽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나는 ‘절대로’의 혜환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마흔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읽은 「란제리 클럽」에서 나는 ‘절대로’가 조금 누그러지고 ‘그래도’에게 꽤 많은 자리를 내어 준 듯한 느낌이 든다.

아내, 엄마, 딸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자들의 마음을 이 한 권의 책이 대변한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같은 여자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상당한 책 「란제리 클럽」을 읽고 나니, 책 속 그녀들이 종국에는 제 갈 길을 찾아간 것처럼, 내 인생 38년도 다시 돌아보고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아름답게 살아야할 나의 마흔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 첫 한자표현사전 글송이 어린이 첫 사전 시리즈
정우상 감수, 손중근 그림 / 글송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 아침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던 딸아이가 왜 신부라는 말이 다르게 쓰이냐고 물었다. 서로 사랑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견원지간인 두 가문의 다툼으로 인해 교제를 축복받지 못하여 찾아가게 된 신부님과 로미오의 신부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줄리엣.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가톨릭의 성직자를 뜻하는 神父와 갓 결혼하였거나 결혼하는 여자를 뜻하는 新婦가 있다고 얘기해주니 그제야 이해를 하고 다시 책읽기에 몰입을 한다.

이렇게 우리 실생활 속에서 말은 같지만 서로 뜻이 다르거나 순수 우리말이 아닌 한자말은 전체 우리말 어휘의 70%가 넘기에 어렵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우리 고유의 언어가 아닌 것처럼 한자를 천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다행히 내가 정규교육을 마치던 때까지는 학교에서 한자를 꽤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지금 실생활에서 말로 인한 어려움을 덜 겪고 사는데, 나보다 어린 세대의 사람들은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에 속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종종 듣곤 한다.

「어린이 첫 한자표현 사전」은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학령기 아동들이 한자와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기울여 만든 사전이다. 자연과 인체, 가정, 방향과 규모, 학교, 기타로 나누어 실생활에 두루 쓰이는 한자를 수록했는데, 한 면에 크고 정확하게 한자를 표기하고 뜻과 부수, 획수, 쓰는 순서, 한자의 생성과정, 예문을 두어 상황에 따라 한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펼쳐진 양면으로 보면 두 글자의 한문이 하나의 단어를 이루고 앞과 뒤에 다른 한자를 넣어 만들 수 있는 단어도 3개씩 덧붙여 그 쓰임이 더욱 광범위하다. 일러스트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도록 한자의 뜻과 관련한 그림으로 그 뜻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도와주며, 한자의 제자 원리도 함께 수록되어 그림을 연상하면서 한자를 익힐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 준다.

각 초등학교마다 특성화된 교육을 하느라 몇몇 학교에선 한자 교육에 비중을 많이 둔다고 하는데, 학과 공부만으로도 버거운 아이들에게 어려운 한자까지 공부해야한다며 불만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한자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서 한자를 익힌다기보다는 오히려 한자에 대한 반감만 더 키우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만들었는데, 「어린이 첫 한자표현 사전」과 같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한자에 흥미를 갖게 되고 스스로 더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길 것 같아 주위에 많이 추전해주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엄마 이야기 사계절 그림책
신혜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유쾌하고 따뜻하며 감동적인 그림책이 또 있을까? 교육감 선거로 학교 투표소에 오는 길에 딸아이를 위해 빌려온 「세 엄마 이야기」를 읽는데, 너무 웃겨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깔깔대며 웃었다.

그림책의 화자인 소녀, 소녀의 엄마,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이렇게 4대에 걸친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는 소녀의 집이 넓은 밭이 딸린 작은 집에 이사를 하면서 시작된다. 소녀보다 더 덜렁대고 계획을 세운다기보다는 행동부터 하고 보는 귀여운 엄마는 콩가루가 가득 묻은 인절미가 먹고 싶은 생각에 그 너른 밭에 콩을 심기로 한다. 하지만, 밭일이라곤 해 본 일이 없던 엄마는 처음 시작할 때는 산이라도 옮길 만큼 의욕이 넘쳐나지만 밭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하다하다 안되니 콩을 심을 때, 잡초를 뽑을 때, 콩을 베어낼 때, 콩을 털 때마다 “엄마! 도와줘!”를 외친다. 그러면 엄마의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오시고,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황소를 타고 달려오신다. 그때마다 농기구도 적절하게 쇠스랑이며 낫을 들고 오셔서 그 많은 콩을 심고 가꾸며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은 글이 없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을 만큼 말보다 더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표정으로도 그림책을 읽는 내내 웃음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게 만든다.

이 그림책을 보니 나도 엄마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체급식을 못하는 비위 약한 딸을 위해 졸업 후에도 직장생활을 했던 수년간 도시락을 싸 주시고, 나이만 잔뜩 먹었지 철없는 딸이 결혼을 한다니 숟가락, 젓가락까지 사다가 놔 주시며, 아이를 낳아 팔다리가 가늘어 부러질 것 같은 아기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때 손수 목욕시켜 주시고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던 엄마. 햇수로 10째인 주부인데도 고기를 먹지 않는 딸을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을 해서 수시로 가져다주시는 울 엄마. 이렇게 유쾌한 그림책을 읽고 났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 엄마에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내 딸아이에게 우리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한 권의 그림책이 주는 힘을 「세 엄마 이야기」를 통해 다시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