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소년 레슬러의 감동 실화
K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글담어린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보름 전 쯤 친정 엄마로부터 종합검진을 받는다고, 위와 장 내시경을 하면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내 시간 내기가 좋은 때로 날을 잡으라고 해서 정한 게 5월 8일 어버이날이었는데 어느새 검진일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 거꾸로 아이가 된다고, 늘 당당하고 활기에 넘치던 엄마가 서운한 마음을 많이 비치신다. 나도 딸이 있어 여덟 살짜리 여자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어려움을 엄마도 느끼셨을 테니 그 부분은 현재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도 남지만, 육십을 코앞에 둔 엄마의 낯선 어리광은 성질 급한 딸의 입에서 고운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한다. 미리 준비한 문진표를 들고 병원을 찾아 검진을 하는 동안,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가져간 책을 읽었다. 「꿈꾸는 토르소맨」일부러 골라온 책도 아닌데, 나를 위해서 그리고 엄마를 위해서 참 잘 가져온 책이란 걸 금세 느꼈다. 검진 중간 중간 짬 날 때마다 내 곁에 와서 책을 함께 보시던 엄마는 평소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이렇게 사는 게 참 우울하다고 말씀하셨던 게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책 표지에 양쪽 팔꿈치 아래가 잘리고, 양쪽 허벅지 아래가 잘린 채로 레슬링 복을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와 엄마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들인지를 충분히 느끼게 된다.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입은 가벼운 상처에서 감염된 병균이 혈액을 타고 다니며 염증을 퍼뜨리는 ‘수막구균혈증’에 걸려 팔다리를 잘라내야 했던 소년 더스틴 카터. 그 어린 소년이 자신의 장애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향해 자신을 당당하게 내보이게 되기까지 겪었을 아픔과 눈물, 좌절, 그리고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처지에서의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이 아름다움을, 도전할 가치가 있음을,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레슬링을 만나고부터 더스틴은 오로지 레슬링만을 생각하고, 레슬링을 위해 공부를 하고, 인내하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성과를 이루어내 전 세계를 감동시킨다.
KBS스페셜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 이야기”를 시청하지 않았어도, 유튜브 동영상을 접해보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통증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3시간에 걸친 엄마의 검진 시간 동안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푹 빠져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더스틴이 레슬링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며 소원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 아직도 성장이 멈추지 않은 몸이기에 살을 뚫고 나오는 뼈를 깎는 수술을 해야 할 때, 장애의 몸이 힘들고 불편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끝끝내 괜찮다라고 말하는 더스틴을 볼 때...
성공한 사람들이 ‘보통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고 그를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인내가 있어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종종하곤 하는데, 더스틴은 그저 말뿐이 아닌 진짜 뼈를 깎는 고통과 함께 더스틴을 향한 세상 사람들의 눈에 자신이 정말 건재함을 온 몸으로 보여주느라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검진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쉬는 시간에 엄마가 말씀하신다. “사람일은 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인데, 그걸 자꾸 잊어버린다. 세상에! 그 어린 것이 팔다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고.
맞다. 그래서 더스틴은 희망인가 보다. 더스틴이 소속돼 있던 고등학교의 레슬링 팀원들이 힘들 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가장 큰 힘은 중증 장애인 더스틴이 그들보다 더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더스틴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 동영상을 보고 TV를 통해 더스틴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들 새로운 힘을 얻고 자신의 일을 개척해 나갈 것 같다. 더스틴은 ‘희망’의 또 다른 표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