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두의 우연한 현실 사계절 1318 문고 54
이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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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리쌍, MC 스나이퍼, 드렁큰 타이거, 양동근, 빅뱅, MC몽에 심취한 작가라... 자유롭고 즉흥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의 영향을 받은 작가라서 그런지 이현의 글 모음집 「영두의 우연한 현실」은 동요와 발라드에 익숙한 내게 힙합만큼이나 낯선 글이었다. 영두의 우연한 현실을 비롯해 어떤 실연, 빨간 신호등, 로스웰주의보, 그가 남긴 것, 오답 승리의 희망 이렇게 6편의 글들은 굳이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한때는 아주 주요한 관심사였으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잊은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생을 좌우하기도하고, 생사화복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듯이 영두에게 닥친 우연한 현실이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진실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세계와 너와 내가 다른 이가 아닌 바로 한 사람이란 것에서 나의 이성이 휩쓸리기를 거부하기에 묘한 아쉬움(?)을 두고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생각과 입장에서만 바라보았던 이성의 몸짓을 간과하는 실수를 발견한 종원의 넋 나감과 시연의 난감함이 현실감 있게 묻어나는 ‘빨간 신호등’에서는 단순히 넘쳐나는 호르몬 탓만 하기엔 부족한 씁쓸함이 묻어난다. 스스로를 어른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겁 없음을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아빠의 병으로 인해 단란했던 가정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마땅히 누려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상적인 행복’의 부재에 가족들 모두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마는 ‘그가 남긴 것’에서는 다른 사람의 일이라 쉽게 생각하고 넘겨짚는 가벼운 말과 행동에 몸서리치는 아이들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몰아가는 사회와 왜 서둘러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앞에서 달리니 무작정 따라 달리는 스프링벅처럼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푸라푸라’의 침입을 아는 유일한 지구인 가람이의 지구 탈출기 ‘로스웰 주의보’에서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주는 신선한 재미가 쏠쏠하다.

빠른 리듬과 숨 가쁜 춤으로 대표되는 힙합이 상대적으로 반사회적인 성향이 강하고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상징으로 보이듯이 힙합의 영향을 받아 쓴 이 책 역시 삶의 이정표를 스스로가 계획하지 못하고 무작정 앞만 보고 따라가는 이 시대에게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자신의 자유의지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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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소년 레슬러의 감동 실화
K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글담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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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 쯤 친정 엄마로부터 종합검진을 받는다고, 위와 장 내시경을 하면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내 시간 내기가 좋은 때로 날을 잡으라고 해서 정한 게 5월 8일 어버이날이었는데 어느새 검진일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 거꾸로 아이가 된다고, 늘 당당하고 활기에 넘치던 엄마가 서운한 마음을 많이 비치신다. 나도 딸이 있어 여덟 살짜리 여자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어려움을 엄마도 느끼셨을 테니 그 부분은 현재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도 남지만, 육십을 코앞에 둔 엄마의 낯선 어리광은 성질 급한 딸의 입에서 고운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한다. 미리 준비한 문진표를 들고 병원을 찾아 검진을 하는 동안,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가져간 책을 읽었다. 「꿈꾸는 토르소맨」일부러 골라온 책도 아닌데, 나를 위해서 그리고 엄마를 위해서 참 잘 가져온 책이란 걸 금세 느꼈다. 검진 중간 중간 짬 날 때마다 내 곁에 와서 책을 함께 보시던 엄마는 평소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이렇게 사는 게 참 우울하다고 말씀하셨던 게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책 표지에 양쪽 팔꿈치 아래가 잘리고, 양쪽 허벅지 아래가 잘린 채로 레슬링 복을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와 엄마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들인지를 충분히 느끼게 된다.  


다섯 살 어린 나이에 입은 가벼운 상처에서 감염된 병균이 혈액을 타고 다니며 염증을 퍼뜨리는 ‘수막구균혈증’에 걸려 팔다리를 잘라내야 했던 소년 더스틴 카터. 그 어린 소년이 자신의 장애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세상을 향해 자신을 당당하게 내보이게 되기까지 겪었을 아픔과 눈물, 좌절, 그리고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는 처지에서의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삶이 아름다움을, 도전할 가치가 있음을,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레슬링을 만나고부터 더스틴은 오로지 레슬링만을 생각하고, 레슬링을 위해 공부를 하고, 인내하며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성과를 이루어내 전 세계를 감동시킨다.

KBS스페셜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 이야기”를 시청하지 않았어도, 유튜브 동영상을 접해보지 않았어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통증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3시간에 걸친 엄마의 검진 시간 동안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푹 빠져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더스틴이 레슬링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며 소원하는 자리에 올랐을 때, 아직도 성장이 멈추지 않은 몸이기에 살을 뚫고 나오는 뼈를 깎는 수술을 해야 할 때, 장애의 몸이 힘들고 불편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끝끝내 괜찮다라고 말하는 더스틴을 볼 때...

성공한 사람들이 ‘보통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고 그를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인내가 있어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종종하곤 하는데, 더스틴은 그저 말뿐이 아닌 진짜 뼈를 깎는 고통과 함께 더스틴을 향한 세상 사람들의 눈에 자신이 정말 건재함을 온 몸으로 보여주느라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검진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쉬는 시간에 엄마가 말씀하신다. “사람일은 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것인데, 그걸 자꾸 잊어버린다. 세상에! 그 어린 것이 팔다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우리는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고.

맞다. 그래서 더스틴은 희망인가 보다. 더스틴이 소속돼 있던 고등학교의 레슬링 팀원들이 힘들 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가장 큰 힘은 중증 장애인 더스틴이 그들보다 더 열심히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더스틴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 동영상을 보고 TV를 통해 더스틴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들 새로운 힘을 얻고 자신의 일을 개척해 나갈 것 같다. 더스틴은 ‘희망’의 또 다른 표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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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팔계전 2 : 스트리트 파이터 할머니
신현하 지음, 현근용 그림, 홍승원 글 / 바우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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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 발달의 특성에 맞게 판타지 분야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재미와 함께 영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을 만났다. 영어 학습만화인 「SS팔계전」은 천상에서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낮이 되면 돼지로 변하는 천봉을 주인공으로 하여 천봉을 돕는 무리와 봉인된 어거스트 1세를 구하기 위한 어거스트 가문의 후계자 사이즈 모어를 돕는 무리의 대결이 주된 스토리다.

하얀 아기돼지가 흰 눈을 뜨고 어설픈 동작을 하며 보여주는 익살스런 동작과 표정은 아이들의 배꼽을 쥐게 하고, 오징어 요괴의 “킹왕짱 SS주문 암기법”을 암기하는 귀엽거나 혹은 무시무시한 요괴들이 주문을 사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고 재밌다.

오래전에 오락실 한쪽을 가득 메웠던 2D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가끔 구경하면서 무슨 재미로 그런 게임에 열중을 할까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만화 자체로 열광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좋아하는 요괴, 무술 스토리를 좋아하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스티리트 파이터 할머니”를 외치며 각 문장마다 우리말로 발음을 달아 놓은 구절을 어설프지만 재미있게 소리 내어 읽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I think John is smart, Have you tried the fish here?의 , You have to listen to your parents, My father is a train conductor의 트, Could you tell me where the park is?의 , If you need help, let me know의 , Where is Turkey?의 터, Ms. Simpson lives in Hollywood, California의 , I must finish my homework의 , I need to take a picture의 가 오징어 요괴가 자랑하는 킹왕짱 SS주문법의 전문이다. 각 문장이 서로 연관성은 없지만, 차례대로 읽다보면 스트리트 파이터가 완성되는 모양에서 학창시절 외우기 어려운 암기과목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도움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영어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적대감을 가진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영어와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데 도움을 줄만한 책인데, ‘아이 씽크 좐 이스 스마알트’와 같은 발음을 그대로 따라하니 좀 어색하고 우스운 기분이다. 다행인건 반기문 총장님 같은 분의 영어 발음도 그다지 좋지 않지만 세계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했던 글을 읽었기에 이 작은 걱정도 패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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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
이성호 지음 / 말글빛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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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교수님의 「우리 사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는 책 제목만 보면 연애소설 같기도 하고, 결혼 후 불화를 겪는 이 시대의 불행한 부부들을 대상으로 쓴 책 같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야 책 제목 주변으로 흩어져 있는 그림들-우산을 쓴 이,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이들, 아이의 손과 강아지를 묶은 끈을 양손으로 잡고 가는 이, 풍선을 들고 가는 이, 의자에 앉아 어딘가를 바라보는 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아이, 잡기놀이를 하는 아이들- 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이 이미지처럼 때론 같이, 때론 혼자 쓸쓸히 지내며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한숨이 나올 만큼 관계의 혼선을 빚고 있는 요즘 사람들,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어긋난 관계를 생각하고 ‘어쩌다 우리 사이 이렇게 됐을까?’ 절로 고민하게 만드는 책,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한 챕터가 끝나기 전에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을 보고 희망을 생각하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관계’에서 벗어나 살 수 없는 우리들의 삶, 이 속에서 어떻게든 행복으로 향하는 마음과 행동을 배워 복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을 향한 분노로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을 배척하는 행동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을 갖고 있고 간절히 원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에 매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성호 교수님은 21세기에 들어서 더욱 각박해진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 사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에 평범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을 움직일 수 있는 언어로 소개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조금씩 양보하고 손해 보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상생(相生)게임을 사례와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에서도 “도와준 것은 모래에 새기고, 도움 받은 것은 바위에 새겨라”라는 말로 사람살이의 기본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교제의 도구로 사용되는 ‘말’이 일방적으로 흐르거나 오히려 더 큰 벽을 만들게 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모두를 살리는 대화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많은 예화를 들어 이야기해 준다.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신선한, 그래서 뻔한 이야기라 치부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히는 이 책이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다. 상대를 살피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내가 손해보고 양보하는 삶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지만, 세상에 어떤 일은 쉬운 게 있나? 행복한 삶이 노력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기에 오늘 나는 이 책으로 내 마음을 다잡아본다. 제대로 된 관계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보려 노력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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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 높은 학년 동화 17
김하늬 지음, 김유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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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많아 꽃댕이 돌이 많아 돌테미」는 독특한 제목에 먼저 눈이 간다. 이거 시집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동화다. 히히, 내가 좋아하는 김유대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셨네.. 기분 좋게 책장을 넘겨본다. 몇 장 읽지 않았는데도, ‘어? 이 책 아이들 책이라는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구나!’ 하며 책을 앞으로 끌어당겨 스스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의식 있는 선생님의 독특한 여름방학 숙제로 뭉친 꽃댕이 초등학교 ‘웃꽃당 마을 조사단’의 맴버는 예주, 영봉, 오성, 꼼지 이렇게 넷이다. 도시에서 전학 온 천상 여자에 모범생인 예주를 중심으로 모였지만, 어른들 사이의 이해관계로 소원하게 지내는 아랫꽃당 아이들과 경쟁이 붙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아이들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사신 황씨 할머니를 찾아가 마을에 얽힌 전설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꽃댕이 마을이 전국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것과 시내와 가까운 아랫꽃당 어른들이 돌테미 산을 스키장으로 만들려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돌테미산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이 하나로 뭉친다.

세상에 있는 것은 생명이 있건 없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있는 게 없다는 황씨 할머니 말씀은 개구쟁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평소 신경 쓰지 않았던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이신 황씨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되면서 ‘원원(원하고 원하다)’이라는 할머니의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드리고, 임종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장례를 돕는다.

학교 문집을 만들어 마을 이야기를 싣고자 했던 선생님의 마음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과거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았던 시절을 살아오신 어른들은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곳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어쩔 수 없이 떠나 살지만, 마음은 늘 그곳을 그리며 때때로 용기를 얻으며 사는데, 요즘의 산하에서 그러한 마음의 고향으로 간직될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좀 좋다고 입소문이 난 곳은 벌써 계산 빠르고 행동까지 빠른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고 개발 후에는 여지없이 원래 간직하고 있던 순수한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리고 없다.

나도 그렇지만, 한창 자라나는 내 딸아이와 같은 세대를 사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가 커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아름다운 시절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픈 소망이 몇 년 전부터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서 가까운 산과 공원을 자주 찾아다닌다.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서서히 자연의 모습을 찾아가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기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세대와 아이들 세대가 함께 해야 할 일이기에 오늘도 찬바람에 떨어져 누운 꽃잎도 그냥 지나지 않고 이야기 나눴다.

“아! 정말 이쁜 꽃이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빨리 떨어져 내렸네. 아쉽다.”  

“엄마, 그래도 꽃은 우리를 기쁘게 하고 갔잖아. 속상해 하지 마요.” 

“맞다. 내년엔 또 예쁜 모습으로 다시 오겠지.”  

“내년이요? 내년에도 꽃펴요?” 

“그럼! 저 나무들 속에 내년, 내후년, 10년, 20년, 30년 후의 꽃들도 모두 담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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