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을 위한 e지식
지호진 지음, 주소진 그림 / 서울문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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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들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 불철주야 쉼 없이 머리 쓰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어른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아이들 역시 어렵고 힘들다. 아이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니 대다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머리가 좀 굵었다 싶은 녀석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불행이죠.’라며 반항적으로 이야기한다.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마음 같아서는 ‘네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지 않고 히말라야 부근의 네팔이나 아프가니스탄, 아니면 아프리카의 절대빈곤국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까? 사지 멀쩡하게 태어나지 않고 눈이 멀거나 팔다리가 기형이라면 더 좋았을까? 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아시는 네 부모님에게서 태어나지 않고 철없는 10대의 실수로 태어나 시설을 전전하거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오히려 돌봄이 필요한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의지하고 살았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이렇게 열변을 토하며 그녀석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이 아이들 대부분이 끝없는 경쟁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무엇인가 미처 생각할 틈이 없었던 거라 여겨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렇게 행복의 의미와 이유를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그동안 있는지도 몰랐던 행복의 자산이 꽤 많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다.

기성세대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이 대다수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바로 잡아야하는지, 사회 각계에서는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어쩌다 같은 생각을 해도 적용 방법에 대해 또다시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 질려버린 어른들은 말 많은 이들에게 등을 돌리고 눈과 귀를 걸어 잠근다. 문제는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식들의 미래가 걸리니 어떻게든 내 아이가 바른 길을 걸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살기를 바라는 공통의 주제를 놓고 고민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책’에서 길을 찾는다.

「초등학생을 위한 e 지식」은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남들이 가니 나도 따라가는 인생이 아니라 자기만의 확실한 주관을 세우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그러면서 어떠한 삶이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도 유익하게 하는 삶이 될 수 있는지 알게 해 준다.  


자동차의 매력에 빠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고 난 뒤, 과감하게 인생항로를 수정해 전 세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꿈을 심어준 감독 조지 루카스와 자신의 작품에 쏟아진 냉담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분야를 개척한 백남준.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학교와 고아원을 세운 호프바우어와 결혼도 안하고 가난한 병자들을 위해 죽을 때까지 헌신한 의사 선우경식.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에 성장이 멈추었음에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피터 팬’을 선사해준 배리. 애니깽, 카레이스키 등으로 불리며 머나먼 타국에서 생존의 위험과 편견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낸 세계 속의 한국인들과 다치고 병든 사람들이 있다면 세상 어느 곳이든 달려가는 국경없는 의사회.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의 상징과 수난. 움직이는 조각 모빌이 탄생하기까지 영향을 주었던 예술가들. 꼴찌를 기록했어도 아름답기만 한 올림픽 출전 선수들. 만화영화 ‘아톰’에 어린이들을 향한 사랑과 환경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첨단 과학에만 초점을 맞추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현실에 눈물지은 일본의 만화가 데스카 오사무. 아이들이 조국의 미래라 생각해 이들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대한 ‘어린이날’의 창시자 방정환. 가슴 아픈 조국의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헤이그 특사 3인.

「초등학생을 위한 e 지식」에는 위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세상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과 험난한 삶을 꾸려가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다 간 사람들을 소개해준다. 부와 명성, 권력으로 대변되는 ‘성공’이라는 것에 매달려 사느라 쉽게 놓치고 사는 것들을 돌아보게 하고 ‘진정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하는 책, 쉬우면서도 울림이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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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00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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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마다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토미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요정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감성이 풍부하고 귀여운 네 살배기 꼬마다. 할머니 댁에 계신 두 분의 할머니 중 한 분은 아흔이 넘어 늘 위층 침대위에서 지내기 때문에 ‘위층 할머니’라 부르고, 다른 한 분은 늘 부엌에 있는 커다란 렌인지 옆에서 일을 하고 계시기에 ‘아래층 할머니’라고 부른다.

아흔네 살의 위층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계실 때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끈으로 묶으니 네 살인 토미도 할머니 옆에서 의자에 묶인 채로 박하사탕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래층 할머니가 일을 모두 마치시면 토미가 먹을 케이크를 구워 주시고 낮잠을 재워주시며 위층 할머니의 길고 아름다운 은색 머리카락을 빗어 주시며 재미있는 머리모양을 만들어주시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미는 일요일이 아닌데도 할머니 댁에 가야했다. 위층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토미는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된다. 그리고 토미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아래층 할머니로 불리지 않던 ‘할머니’도 돌아가신다.

두 분의 할머니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토미는 별똥별을 할머니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입맞춤이라 생각하는데 어느 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고는 ‘이제 두 분 모두 위층 할머니세요.’라며 할머니들을 그린다.

딸아이에게도 위층 할머니와 아래층 할머니처럼 늘 사랑으로 지켜주시는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계시다. 시댁은 같은 빌라에 살고 있으니 아침저녁으로 볼 수 있고,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친정에서는 수시로 딸네 집을 오가시기에 네 분의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는 딸아이는 아직 어리기에 그 사랑을 당연한 걸로만 생각한다. 같은 빌라에 살고 계시는 시댁 어른들을 4동 할머니할아버지로, 초지동에 살고 계신 친정 어른들을 초지동 할머니할아버지로 부르며 작은 공주처럼 그 어른들의 품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참 뿌듯하다.

가끔은 너무 가까운 곳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수시로 군것질거리를 사주시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시는 어른들이 아이 버릇을 나쁘게 들일까봐 불만일 때도 있지만, 우리 딸이 이렇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하는데 인색한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토미처럼 어른이 되어 옛일을 생각할 때 할머니할아버지가 아니면 회상할 수 없는 좋은 추억들로 인해 자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려운 일도 거뜬하게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일찍 돌아가신 세 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살아계시지만 손자손녀에게도 살갑지 않은 괴팍한 성격의 할머니 때문에 좋은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지금 딸아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 덕분에 누리는 행복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성심을 다해 대해야 할 양가 어른들에게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토미 드 파올라의 따뜻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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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의 비밀 - 어린이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주는 이야기
로버트 S. 프리드먼 외 지음, 프랭크 리치오 그림, 이세진 옮김 / 끌레마주니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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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 출산을 하기에 그다지 이른 나이가 아니었던 내가 혹여나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지 못할까봐 무진장 걱정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담당 산부인과 의사에게 나의 고민을 전 지구적인 문제나 되는 것 마냥, “의학기술이 이렇게 발달하고 기계도 좋아졌는데, 왜 기형아나 저체중아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나요?” 하고 물었었다. 의사는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을 해주고는, “어머니, 버스 사고 날 것이 두려워서 버스 안타실 건 아니잖아요? 혹여나 아이가 정상이 아닐 거라 미리 겁먹고 출산을 꺼리게 되면 지구의 종말도 그만큼 앞당겨 지겠죠! 엄마가 편안해야 태아한테도 좋습니다.”며 거듭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당부 하셨다. 그런데도 사서 걱정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한 나는 출산예정일을 며칠 앞두고는 악몽을 수도 없이 꾸었다. 예정일에서 사흘 후에 태어난 딸아이는 손가락 발가락은 물론 눈코입도 모두 정상이었고 육아서적에서 보았던 아이의 성장발달의 순을 그대로 보여주며 무럭무럭 자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끝없이 이어지던 나의 걱정은 전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나의 걱정하는 버릇은 위와 같이 큰 비중이 있는 문제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습관처럼 계속되어 왔기에 내 스스로가 짜증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걱정이 그 사람의 성격이 되어버려 늘 불안하고 조급하며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그냥 흘려보내는 세월이 얼마나 무수히 많은지를 생각할 때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을 하건만, 오랜 세월 내 머리와 마음을 지배하던 걱정이란 놈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으로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에크하르트 톨레가 아이들의 관점에서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깨우쳐주는 「밀턴의 비밀」은 밀턴이 학교에서 만난 난폭하고 심술궂은 상급생 형을 만나면서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했던 일상이 두려움으로 대치되는 것이 순간임을 보여준다. 그 일이 있기 전에 느꼈던 행복한 기억은 온통 사라져버리고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다시 그 형을 만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잠도 제대로 못 이루는 밀턴. 손자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걱정하던 할아버지는 무서운 개에게 물려 다친 고양이 스너글이 밀턴의 품안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과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교해주며, 현재에 충실하고 기뻐하는 스너글처럼 밀턴 주위의 것을 잘 살펴보고 귀 기울이여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기라고 말씀 해주신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말끔하게 떨쳐버리지 못한 밀턴이 꾼 꿈속에서 만난 아이스크림 가게 아주머니로부터 걱정하는 동안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사람들마다 ‘마음속의 빛’이 있어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 빛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이 빛을 찾은 사람들만이 ‘지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쓸데없는 즉, 문제해결이나 앞으로의 인생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것을 고민하느라 소중한 현재를 아깝게 놓치고 사는 우리들에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는 「밀턴의 비밀」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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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초등학생을 위한 영원한 필독서) 2
로이스 버뎃 지음, 강현주 옮김 / 찰리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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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판시장의 흐름을 보면 좀 인기가 있다 싶은 책들은 모두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구성해서 출판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아동들을 위한 책이 전무했던 때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던 것에 대한 뒤늦은 각성 때문인지, 단순히 출판사의 상술인지 알 수 없으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어린이를 위한 책이 다양한 것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어린이를 위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캐나다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30여 년 간 아이들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연극을 하며 아이들 각자의 느낌과 생각을 살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재구성한 책이다. 처음에 책장을 휘리릭 넘겨볼 때 두 페이지마다 하나씩 곁들여진 나도 셰익스피어! 란 코너를 보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짝 걱정이 되었다. 이런 기우는 책을 읽어 나감에 따라 정말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 지극히 아이들다운 발상에 의한 짧은 글과 그림이 100%곁들여진 이 책은, 이야기가 빠진 상태에서도 충분히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을 만한 재미와 놀라움을 선사해준다.

흔히 주인공들에게만 주의를 집중한 결과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는 주변 인물들에 대해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아이들은 등장인물들 모두를 주인공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어준다. 자신이 캐플릿 부인이 되어 줄리엣에게 파리스를 결혼 상대자로 은근히 추켜 세워주는 글, 티볼트와 머큐쇼의 대립에 불안해하는 베로나의 시민의 입장에서 두려웠던 당시의 마음을 쓴 글, 절망에 빠진 줄리엣이 비통한 마음을 가득 기록한 일기 등을 읽으면서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생소한 경험도 하게 만든다.

푸근하고 넉넉한 몸집의 유모 그림, 화가 난 로렌스 수사의 그림, 가면무도회에서 서로에게 반해 새빨간 입술을 맞추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림(이 그림을 보면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이마다 다른 표현의 로미오, 줄리엣, 유모, 티볼트, 수사의 그림을 보며 막히지 않은 아이들의 유연한 머리와 가슴이 느껴진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의 시각이 더 깊고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셰익스피어는 재밌다!’ 시리즈를 기획한 저자의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 같은 예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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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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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께서는 ‘참 세상 살기 좋아졌다.’고 말씀하신다. 강도 높은 육체노동도 많이 사라졌고 끝도 없는 듯한 혈연관계에서 발생하는 대소사도 줄어들고 넘치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세상에 살고 있으니, 과거 어르신들이 먹고 살기 위해 힘들었던 시절과 비교해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잘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면서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을 전해준 우리 조상들과 달리 풍요로운 세상을 사는 요즘 사람들은 남을 죽이기도 잘하고 죽기도 잘한다. 물질만능의 폐해다,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 인간성의 말소다 하며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에 개탄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는듯하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트라우마에 영혼 깊은 곳까지 상처가 나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상처를 숨기고 살거나, 자신의 상처에 힘겨워하다 결국은 그 상처로 인해 자신 속에 또 다른 자아를 키워 다른 이들한테도 똑같은 상처내기에 몰두하는 사람들까지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트마우마.「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에서는 24편의 영화를 통해서 등장인물들의 마음의 상처와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이 책에서 텍스트로 삼은 24편의 영화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트라우마가 단순히 전쟁이나 재난, 테러, 강간, 유괴와 같은 일반적인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특별한 경험 이후의 후유증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작은 상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것부터 가족관계, 불치병, 무관심, 방치, 부족함, 부끄러움과 같은 외부적 요인은 물론 개개인의 정신세계나 감정까지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자신 앞에 놓인 문제 해결에도 급급한 사람들이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지른 사소한 실수마저도 다른 사람들에겐 지독한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가정과 학교, 회사와 사회 속의 무수히 많은 상처받은 영혼들이 자신들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레인 오버 미’나 ‘밀양’에 나온 것처럼  트라우마에 정면 돌파하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내려놓으려 하는 불상사로 이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책에서는 트라우마의 치료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라 한다. EMDR(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요법)이라는 생소한 치료법의 소개와 함께 긍정적 경험과 긍정적 사고의 힘, 치료보다 좋은 가족 간의 소통, 예술을 통한 승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 저편에 고이 묻어두어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트라우마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늘 화산처럼 폭발해 제어가 어렵던 내 자신의 분노에 대해서도 돌아보았다. 요즘 들어 큰 잘못이 아닌데도 과도하게 딸아이를 꾸짖어 아이의 눈에 떠오른 두려움을 목격하게 되는 일이 잦았다. ‘아, 나로 인해 내 딸아이도 마음의 상처를 지니고 살게 되었구나!’ 하는 자각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쉽게 읽히지만, 결코 쉽게 읽고 책장 한 구석에 꽂아둘만한 책이 아님을 읽는 내내 느꼈다. 한동안은 사람들의 행동에서 버릇처럼 ‘저 사람의 저 행동은 어떤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며 살필 것 같은 예감이 딱 꽂히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책 속에 소개된 영화를 하나하나 빌려다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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