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 시가 되라 - 달털주 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詩 수업 이야기
주상태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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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났을 때, 여담으로 500쪽 이상의 장편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더 힘들까, 시 한 편을 쓰는 시인이 더 힘들까 하는 이야기를 했었다. 내 생각에 소설은 중심이 되는 플롯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서브 플롯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한편, 시는 짧은 문장 안에 시인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감성이 모두 녹아들어야 하기 때문에 둘 다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술술 이야기가 풀리는 소설보다는 함축적인 문장 안에 모두를 담아야 하는 시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건 아마도 내 맘에 꼭 드는 시를 만나긴 어렵지만 일단 만나고 나면 소설보다 더 오래 기억나기 때문인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10∼20년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좋았다, 감동적이었다’는 느낌만 남을 뿐 대부분의 기억은 다 사라지고 없다. 반면에 시는 좀 다르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도 좋아서 암송했던 시는 완벽하게 외우지는 못해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결함과 더불어 ‘아름답고 예쁜 말’ 때문이다. 비속어와 은어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라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우리말이 대화 속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20% 밖에 안 되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시와 동요를 가르쳐주면 다른 어떤 교육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시가 끼친 영향을 몸소 체험하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도 ‘시’와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 주상태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만든 <사진아 시가 되라>의 머리말에는 ‘바람직한 삶에 어울리는 속도,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속도(플로리아 오피츠의 <슬로우>란 책을 인용함)’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보고 사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말로 시를 썼는데, 이미 아이들은 시와 더불어 자신의 삶의 속도를 스스로 찾은 것처럼 보인다.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면서 관성에 의해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을 때, 쉬고 싶을 때 아이들은 자신들이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 작업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제 속도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될 수 있기에 사진과 함께 하는 시 수업이 상당히 흥미롭게 보여 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과도 같은 활동을 해보았다. 일회성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시인의 자질을 타고 난 듯 자신이 느낀 것을 잘도 옮긴다.

 

시를 쓰는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다.

 

다음은 아이들이 ‘좋은생각’에서 보내준 사진엽서를 보고 쓴 시다. 모두가 시인이 되었던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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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한판 붙자! 외계인 대 미치광이 과학자 도전! 나도 작가 2
니칼라스 캐틀로우.팀 웨슨 지음, 신정미 옮김 / 책읽는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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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로봇과 고릴라의 한판 승부를 그린 ‘사막에서 한판 붙자!’에 이어 외계이과 미치광이 과학자들의 승부를 그린 ‘바다에서 한판 붙자!’가 나왔다. 그림의 일부를 어린이 독자들이 그려 넣어 세상에서 하나뿐인 책을 만드는 특별한 책이기도 하지만,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엉뚱함도 재미를 더한다.

 

 

지구의 자전을 멈추게 할 무시무시한 무기를 갖춘 외계인의 공격에 맞서 초강력 거대 자석을 바다 밑에 설치해야하는 임무를 띤 미치광이 과학자들, 따개비 퇴치선과 피라니아 대포를 동원했어도 외계인을 저지하지 못하고 급기야 허당 박사와 어벙 박사를 제외한 미치광이 박사들이 외계인의 포로가 되어 버린다.

 

 

다행이도 허당 박사와 어벙 박사가 잠입에 성공해 지구의 종말을 막게 되지만 노예보그 변환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외계인과 박사들의 모습이 뒤죽박죽 섞여 버려 구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작가가 설정해 놓았지만, 페이지마다 말 주머니와 상황에 알맞은 그림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아이들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책 만들기가 가능한 ‘바다에서 한판 붙자!.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다 보면 “어휴, 말도 안 돼.”, “실현 가능하다고 봐?”하고 부정하거나 되묻는 엄마로 인해 설전이 오간다.

 

 

너라면 외계인들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물으니 올해 ‘바다의 날’ 기념행사에서 받아 온 심해어들을 이용해서 꼼짝 못하게 만든다고 한다. 삼족어의 ‘이단 옆차기’ 만으로 외계인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물고기가 힘쓸 필요가 없다나?

 

 

오늘 같이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수시로 호우 특보가 휴대폰 메시지로 전달되는 날엔 집에서 꼼짝 못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데, 이럴 땐 아이와 함께 책놀이 하는 게 딱이다. 늘 상식선의 생각밖에 못하는 엄마에게 재미를 선사해준 딸과 그림책,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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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속의 문맹자들 - 한국 공교육의 불편한 진실
엄훈 지음 / 우리교육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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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부진을 겪는 아이들은 그 원인이 무엇인가와는 상관없이

수업에 강한 염증을 느낀다. 이들에게 수업시간은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관리하고 때워야 하는 시간이다.’

-본문中-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하루 6교시 수업이 대부분이다. 해석이 안 되는 말과 글로 인해 안 그래도 긴 수업시간을 더 길게 느끼고 힘들어 할 아이들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험한 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학년별로 잘 짜인 학과공부가 아니라 개인차를 고려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위 글은 이 같은 아이들이 보통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동안 느낄 자괴감이나 두려움, 분노, 위축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나 역시 중고등 학생 시절, 영어 시간이 끔찍하게 두렵고 힘들어 어떻게 그 시간을 모면해야 할까 궁리하고, 다른 과목을 제법 잘 했기에 당연히 영어도 잘할 거라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행여나 나의 부족한 부분을 들킬까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 과목에만 막혀도 학창생활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데, 읽기 부진으로 인해 글을 다루는 모든 과목에서 보통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끔찍할지 절로 상상이 된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라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등학교 졸업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대학입학도 당연한 거라 생각하는 시대임에도 읽기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부모와 알고도 형편이 어려워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실을 인정하고 도우려 해도 전문가나 선생이 적고 아이들의 의지도 이를 따르지 못해 첩첩산중이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 수업을 담당하며 읽기 부진아들을 만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한 결실이 담긴 ‘학교 속의 문맹자들’을 읽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읽기 장애와 읽기 부진 학생들의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어 관심을 끌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된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헌법적 권리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러한 권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소중한 날들을 무의미하고 슬프게(이마저도 인식하지 못하고) 보내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좀 더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가 직접 국어 수업을 했던 중학교와 이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읽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현장에서 만나 읽기 부진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서술한다. 그리고 읽기 부진을 공부 못하는 아이는 어디에나 있다고 인식하는 교사와 문제를 지닌 아이의 지도에 힘쓰다 보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렵다는 수긍은 되지만 아픈 현실을 드러낸다. 여기에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으로 장애가 없는 아이가 고학년이 되도록 문맹으로 남아 있는 기막힌 사실을 집어내며 학교 속의 문맹 문제를 단지 공부 못하는 아이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근원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읽기 발달 과정의 이해와 학교 속 문맹의 이슈화, 제도와 정책 마련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해야 할 일이 많다.


미국에서는 40여 년 전, 정상의 IQ를 지닌 남성이 13년에 걸친 정상적인 학교 수업을 받고도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읽기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교육부와 공교육 담당 장학관, 교육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읽기 문제에 대한 학교의 책임에 대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사실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문제인식과 해결에는 최소 40년의 격차가 있고, 이 기간 안에 한 세대를 넘어 고통 받는 아이들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업 성취도 평가 등을 도입해 기초학습 부진아를 판별하고 이들을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도입해 효과를 달성하려고 하지만 교육자들 사이에서 예상되거나 행해지고 있는 불편함이나 부담감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다.


저자는 무수히 많은 걸림돌 가운데 문제해결을 위한 원칙은 ‘아이로부터 출발하라.’라는 단 한 가지 공리뿐이라 말한다.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일이며,

그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받을 권리를 되돌려 주는 일이며,

 인권을 지닌 인간으로 온전히 대접하는 일이다.’ -본문中-


아이로부터 시작하다보면 아이의 문제를 파악하는 방법과 문맹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 교사 양성, 조기 지원 시스템과 같은 부수적 원칙들이 나올 수 있다고.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산을 옮기는 일도 첫 삽을 뜨면서 시작된다. 이 책으로 인해 문제를 인식했으나 해결이 요원하다고 해서 불편해도 애써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가정과 학교, 교육부 등 관련 주체들이 책임을 떠넘기거나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한 걸음 내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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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전 - 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
조재연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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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같은 단어를 말하고 있는데도 듣는 이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살면서 간혹 겪는 이 같은 일을 요즘 들어 부쩍 더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내 주변의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고부터다. 가까이로는 조카로 시작해 초등 저학년 때 만났던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거의 다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말이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어 튕기는 것은 물론이고 날카롭게 깎여 찌르는 일도 다반사다.

 

어떻게 해서 동일한 표기와 발음을 갖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으나 확실히 기성세대와 청소년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세대가 대립하는 게 단순히 한 때의 일로 치부되기엔 요즘 청소년들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인 문제가 너무 커서 마냥 지켜보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누군가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을 옥토 밭에 물주는 걸로 생각지 말고 자갈밭에 물을 붓는다 생각하라는 말을 했을 땐 그 말이 딱 맞는 말이라 공감했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끝도 없이 주는 데도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자신들을 향한 귀한 인내와 말이 쓰레기처럼 취급당하는 데 있어서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되었다. 이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지인의 고뇌였지만 옆에서 지켜보며 조금의 도움밖에 주지 못하는 나 역시 수시로 느끼는 바이기에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변화할까, 아니 변화가 가능하긴 한 걸까 회의에 빠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이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고,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수년에 걸쳐 경험했기에 다시 끌어안기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반복해 왔다.

 

아이 편에 서서 생각해보면 아픔과 성냄, 외로움과 동경 등의 마음이 백번 이해된다. 큰 소리로 욕하고 싶겠지,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곳을 집으로 여기고 싶지 않겠지, 늘 바쁜 부모에게 관심 받고 싶겠지. 그리고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얘기하고 싶겠지.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에게, 아무런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답답함을, 외로움을, 화남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가 보다.

 

이 같은 아이들의 마음이 수천 통의 편지로 조재연 신부가 운영하는 ‘고길동 상담실’로 배달된다. 아이들이 잘 아는 이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은 그가 아기공룡 둘리에서 나오는 고길동의 이름을 빌려 만든 이곳 상담실로 아이들이 생생하게 겪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는 이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들이 ‘청소년 사전’에 담겨 나왔다.

 

 

 

가난과 폭력, 무관심, 우울, 과다경쟁과 비교, 왕따 등 살면서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을 것들이 무수히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이에 대해 깊이 개입하지 못하더라도 잘 들었노라고, 참 아팠겠다고, 잘 참았노라고 다독이며 말해주는 이가 있어 아이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을 것이다.

 

현재 청소년 문제가 워낙 보편화된 문제이기에 전문가나 비전문가나 모두가 알고 수긍하고 있듯 그 원인이 지나온 기성세대의 사고와 행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무엇이 싫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꿈이나 희망이 없는 많은 아이들을 바라보면 열렸던 마음마저 닫히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하고 산다. 또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국가가 미래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은 참 많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아 보여도 통합되지 않고 산발적인 움직임만 있으니 참 안타깝다.

 

오늘도 이 책을 읽으며 센터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여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워낙 짧고 제한적이어서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이 아이들도 풀어놓고 싶은 답답한 이야기가 가슴에 쌓여 있겠지, 하지만 지치지 않고 들어주며 호응해주고 지지해주는 이가 없어서 포기하고 살았겠지, 하고 생각하니 또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나와서 토닥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나타내는 그 순간순간에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나와 다른 의미로 말하는 동일한 단어에서 단 한번이라도 아이의 마음을 읽고 다독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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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민 이야기 - 이주와 다문화의 지구촌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20
소피 라무뢰 지음, 기욤 롱 그림, 박광신 옮김 / 상수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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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독서모임을 하던 K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프랑스로 간 지 1년이 지났다. 모이는 이들 가운데 가장 젊고 예쁜데다 순수하기까지 해 왕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K, 남은 사람들의 서운함이 크긴 했지만 떠나는 이의 복잡한 심경과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언어와 풍습, 사고방식이 다른 이들 속에서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그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살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한국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며 SNS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여행 이야기를 알려 주니 새삼 과학의 발전에 경이를 느끼게 된다.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조국을 떠나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민을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인의 경우처럼 직업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삶을 꿈꾸거나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이민을 떠나는 자의 개인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불행하게도 개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떠밀려 이민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세계의 이민 이야기’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이주를 해야만 했던 이유를 역사 속에서 찾고, 현대에서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통합해 가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최초의 인류가 기후 변화로 인해 먹을 것을 찾아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전쟁과 종교로 인한 핍박을 벗어나기 위한 이주,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를 찾아 떠난 이주, 인종 차별과 노예제도로 인한 이주 등 수천 년간 끊임없이 터전을 옮겨 다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주민들이 많아져 세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던 원주민들의 핍박과 피부색의 다름으로 인한 차별 등 숱한 문제를 끌어안고 있지만, 이주민들로 인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크기에 달갑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과 지도자들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봄에 잠시 들어 왔다 간 K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 사람들 역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어 우아하게 티는 내지 않지만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 것도 피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유치원과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나마 K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영구 이민을 택하든 다시 돌아오든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지인인 새터민 O나, 콩고 난민이면서도 난민의 신분을 인정받지 못해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M의 경우는 그 처지만으로도 힘겨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 참 슬프고도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주민이 정착한 나라에 동화되어 사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이렇게 가다보면 이주민들의 원 국적이나 출신성분, 피부색, 그들만의 문화가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다양성’이란 말을 말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가장 큰 준비는 ‘열린 마음’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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