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민 이야기 - 이주와 다문화의 지구촌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20
소피 라무뢰 지음, 기욤 롱 그림, 박광신 옮김 / 상수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함께 독서모임을 하던 K가 남편의 직장을 따라 프랑스로 간 지 1년이 지났다. 모이는 이들 가운데 가장 젊고 예쁜데다 순수하기까지 해 왕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K, 남은 사람들의 서운함이 크긴 했지만 떠나는 이의 복잡한 심경과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언어와 풍습, 사고방식이 다른 이들 속에서 어린 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그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살고,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한국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며 SNS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여행 이야기를 알려 주니 새삼 과학의 발전에 경이를 느끼게 된다.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조국을 떠나 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이민을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인의 경우처럼 직업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삶을 꿈꾸거나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이민을 떠나는 자의 개인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불행하게도 개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떠밀려 이민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세계의 이민 이야기’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이주를 해야만 했던 이유를 역사 속에서 찾고, 현대에서 원주민과 이주민들이 통합해 가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최초의 인류가 기후 변화로 인해 먹을 것을 찾아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전쟁과 종교로 인한 핍박을 벗어나기 위한 이주,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를 찾아 떠난 이주, 인종 차별과 노예제도로 인한 이주 등 수천 년간 끊임없이 터전을 옮겨 다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주민들이 많아져 세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던 원주민들의 핍박과 피부색의 다름으로 인한 차별 등 숱한 문제를 끌어안고 있지만, 이주민들로 인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고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크기에 달갑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과 지도자들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봄에 잠시 들어 왔다 간 K의 말에 의하면 프랑스 사람들 역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어 우아하게 티는 내지 않지만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어울려 노는 것도 피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면서 유치원과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나마 K의 경우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영구 이민을 택하든 다시 돌아오든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지인인 새터민 O나, 콩고 난민이면서도 난민의 신분을 인정받지 못해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M의 경우는 그 처지만으로도 힘겨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 참 슬프고도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주민이 정착한 나라에 동화되어 사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이렇게 가다보면 이주민들의 원 국적이나 출신성분, 피부색, 그들만의 문화가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고 ‘다양성’이란 말을 말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가장 큰 준비는 ‘열린 마음’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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