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놀라운 이야기 곤충 진짜 진짜 재밌는 그림책
수잔 바라클로우 지음, 고호관 옮김, 조 코넬리 그림, 유정선 감수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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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택배로 도착한 책을 반갑게 들고 펼쳤다가 깜짝 놀라 물러서게 만들었던 「아주 놀라운 이야기 곤충」은 내가 함께 책장을 들춰줘야 할 만큼 선명하고 아름다우면서 무섭게 보이는 동물이 많다. 산과 인접해 있어 온갖 벌레와 곤충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 놀라는 때가 많은데, 여태 징그러워 발견 즉시 처치해야 할 귀찮은 존재일 뿐이라 여겼던 것들이 이 책에서 보니 참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로 보인다.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딸아이와 “이게 사진일까, 그림일까?”하며 의견이 분분했던 책 속에는 우리가 그동안 관심 갖지 않았던 곤충들의 이야기를 노린재목, 딱정벌레, 진드기, 귀뚜라미 & 바퀴벌레 & 사마귀, 나방 & 벌 & 말벌, 기타 무시무시한 벌레들로 분류하여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애벌레로 지내는 몇 년 동안 배설을 한 번도 하지 않다가 성충이 되어 처음 하는 것이 배설물을 버리는 일이라는 개미귀신, 우리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침대에서 우리의 피부 각질을 먹고 살며 배설을 하며 무려 200만 마리나 산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와, 더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그림을 곁들인 집먼지 진드기 등 80여 종에 달하는 곤충과 벌레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실제로 이 동물들을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이나 관련된 용어 설명이 따로 되어 있어 고학년 아이들은 직접 찾아보며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고, 어린 아이들의 경우엔 부모가 직접 물음에 답해주기 용이하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는 동네 아이들과 사이다나 콜라병을 들고 논에서 한 병 가득 메뚜기를 잡아 튀겨 먹었던 기억이 선명한데도, 지금은 어쩌다 풀밭 위를 걸으면서 메뚜기나 방아게비 등을 발견하면 혹여 내 몸에 닿을 새라 몸을 사리게 된다. 선입견이 없는 어린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대하던 곤충들이 왜 갑자기 징그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그저 막연히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멀어져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할 뿐이다.

생물종에 대한 다양성을 보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는 요즘, 당연히 생태계에서 제 몫을 담당하고 있는 벌레나 곤충역시 보호해야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해충이라 하더라도 자연 속에 그들이 포함된 것은 분명 그들에게 부여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며, 딸아이가 곤충과 벌레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임을 잊지 않고, 그들의 생명도 존중하는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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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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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여행할 생각을 했을까 정말 의아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를 만났다. 처음엔 내가 당장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 대리만족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얼마나 시간이 많으면, 돈이 많으면 하는 생각에 책을 앞에 두고도 딱히 읽고 싶단 생각이 안 들었었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지하철로 왕복 3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하는 일이 생겨 부담 없이 읽어보자는 생각에 들고 나섰다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에 주변을 잔뜩 의식하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재미있는 여행기라 한 달 가량을 방치해뒀던 게 미안할 지경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젊은 남녀 여섯 명이 캠핑카를 대여해 북유럽의 4개국을 여행한다니 얼마나 근사할까,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과 사물의 여유로움을 직접 보고 느끼다니 정말 부럽다 했는데, 이 생각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계속 확인할 수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1박 2일 또는 2박 3일만 여행을 해도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 같은데, 하물며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여행을 할 때는 오죽하랴. 

소심한 성격에 혼자 먼 길을 떠나기는 두렵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자니 하고 있는 일을 모두 접고 따라나서지 않는 이상, 하루 이틀도 아닌 30일이 넘게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니 B(저자 배재문)가 궁여지책으로 카페를 이용해 함께 여행할 동반자를 찾는다는 것이 오히려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함께 할 사람을 선정하고도 출발을 얼마 안 남겨두고 두 사람이 포기했을 때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는 것부터 시작해 예약에 필요한 금전적 어려움,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목돈을 넘겨줄 때의 불안함,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출발, 해외로 가지고 가는 짐의 무게 조절 등 생각하면 머리 아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 모든 어려움을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감과 열정으로 극복하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읽는 내가 다 감사할 지경이다.

썸머 타임 적용을 몰라 타고 갈 비행기를 놓쳐 하룻밤을 꼴딱 새고,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짐은 아직도 출발 지점에 있던 일, 어렵게 구한 캠핑카를 운전하자마자 일어난 접촉사고,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돌발 상황, 비싼 물가, 사전지식이나 기대감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관광지 등 이야기 거리가 무수하다. 

어휴, 나도 가끔 우리나라를 벗어나 해외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얇디 얇은 신경줄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과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더라도 수시로 부닥치게 되는 문제들이 결국 우리 인생의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도 같다는 생각에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며 이들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과 상황 속에서 즐기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한 갖가지 에피소드와 사진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찾아 즐거웠던 간접 유럽 여행기,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장마철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다소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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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노란상상 그림책 1
안젤라 맥앨리스터 지음, 김경연 옮김,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 그림 / 노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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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전국 각 시도의 교육청과 교보문고가 함께 주최한 청소년 ‘독서스쿨’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열린다는 것, 초대강사가 외화번역가이면서 작가인 이미도 선생님이란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아직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찾아간 일이 있었다. 강연을 듣기에 앞서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과 마술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다. 내가 아는 유명한 마술사라고는 이은결 뿐이었지만, 아직 어린 티가 풀풀 나는 10대의 전문 마술사의 손끝에서 나오는 신기한 마술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함께 온 딸아이보다 내가 더 몰입하고 즐거워했다. 마술을 보여주기에 앞서 어린 마술사가 ‘다 속임수야, 잘 봐! 이러고 팔짱 끼고 두 눈 부릅뜨고 보면 재미없는 시간이 될 뿐’이라는 당부를 미리 했지만, 이미 나는 준비된 청중이었기에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누렸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마법을 부릴 수는 없지만, 마술로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마술사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일상의 마술을 보는 그 순간만은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신기한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즐기고,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을 보며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마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마술사가 아무리 공들여 만든 마술일지라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마술의 신기한 매력에 빠져 눈을 반짝이는 레온은 준비된 청중이었다. 친구들이 마술쇼를 보러 왔으면서도 마술 같은 거 믿지 않는다, 다 속임수일 뿐이라며 투덜거릴 때 레온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마술사 압둘 카잠을 기다린다. 레온에게 있어 마술은 마법이고, ‘압둘 카잠’은 마법사이다. 압둘 카잠의 신비한 마술이 시작되고 청중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순서가 왔을 때 레온은 망설이지 않고 그 마법의 시간 속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다. 압둘 카잠의 안내에 따라 상자 안으로 들어갔을 때 레온은 신비한 마법의 세상인 ‘사이’를 보게 된다. ‘저기와 여기의 사이’인 ‘사이’, 마법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는 그곳에서 레온은 그동안 경험해 보았던 마술과 처음 접하는 마술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다시 압둘 카잠의 목소리를 따라 상자 밖으로 나왔을 때, 친구들은 묻는다. 레온이 다녀온 마법의 세상에 자신들도 갈 수 있는지. 레온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 누구나 갈 수 있지. 믿는 사람은 누구나.” 

 

 



마술쇼가 끝나고 사위가 모두 어둠으로 묻혔을 때에도 레온과 아이들의 눈에는 압둘 카잠의 신비로운 미소가 아른거린다.

보랏빛과 황금빛, 검은빛이 어우러져 화려한 그림과 신비로운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를 비롯한 많은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신 김경연님의 번역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 가슴 설레는 마법의 세계로 이끄는 「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을 읽고 나니 마술 공연이 또 보고 싶다. 마법과도 같은 신비한 시간 속으로 푹 빠지게 한 예쁜 그림책으로 내 마음의 책꽂이가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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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왕의 속담 암기법 - 만화로 보는 만화로 보는 국어왕 시리즈 2
이희정 지음, 김지훈 그림 / 가나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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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연일 찌푸린 날씨와 습기, 더위, 퀴퀴한 냄새로 불쾌지수가 높아가는 가운데 아이들과 장마에 관한 기사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장마와 관련된 속담이야기를 해보았다. 의외로 관련된 속담이 많았고, 우리 생활과 관련된 것은 물론 그 속에 담긴 의미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 아이들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속담은 우리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체험한 것을 토대로 이루어진 인생에 대한 교훈이나 훈계를 쉽게 표현한 것이기에 거의가 우리 생활 속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사고방식에도 많은 차이가 생겼다 하지만, 근본에 해당하는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살면서 수시로 경험한다. 어떤 일을 겪고 나면 ‘아, 그래서 이런 속담이 생겨난 거구나!’하고 느끼는 건 나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인 딸아이도 종종 상황에 맞는 속담을 곁들여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속담이 우리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아이가 다니는 학교 도서실에도 속담 관련 책을 여러 권 빌려 읽으며 아이와 속담 퀴즈 게임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학습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가나출판사에서도 속담관련 학습 만화가 나왔다. 교과 연계라는 말이 들어가면 좋아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에 착안을 했는지 ‘교과서 속담, 쉽게 익히고 오래 기억한다!’는 표지 글이 들어간 「만화로 보는 국어왕의 속담암기법」을 보면서 발상의 전환이 이 속에서도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무식하게 힘만 세고, 먹는 것을 밝히는 저팔계를 ‘국어왕’으로 임명해 속담 전수에 매진하게 했으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진다.

속담이 먹는 것인 줄 알았던 왕 무식쟁이 저팔계가 국어왕이 되어 쌍둥이 남매 ‘어리와 바리’에게 속담을 설명해주는 모습이 재미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속담을 이야기하고, 속담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따로 정리해 한 눈에 보기 쉽게 구성했다.

‘노력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속담 / 어리석은 생각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속담 / 말의 중요성 및 말조심에 관한 속담 / 좋은 일이 생겼거나 바랄 때 쓰는 속담 / 올바른 생활 태도 및 행동을 알려 주는 속담 /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피해를 봤을 때 쓰는 속담 / 나쁜 행동과 습관을 나타내는 속담 / 예상치 못한 일이나 임기응변, 인과 관계에 관련된 속담’ 이렇게 총 8개의 큰 주제와 관련된 속담을 펼친 책으로 한 면씩 할애해 아이들이 언제든지 펼쳐보기에 부담이 없다. 딸아이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한 번에 모두 읽을 만큼 재미도 있다. 재미있게 속담을 익히며 생활 속 지혜도 쌓고, 교훈과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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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개성파 주디 무디 4 - 난 훌륭한 의사가 될 거야! 톡톡 개성파 주디 무디 4
메간 맥도날드 지음, 피터 레이놀즈 그림 / 예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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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 좋은 점은 무수히 많다. 알지 못하는 세상을 간접 경험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는 등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요즘 내가 경험한 바로는 책이 ‘위로’의 몫도 톡톡히 해내기에 이 역시 책이 갖는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책을 통해 해결하는데, 서로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아이만 유독 이상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가슴을 쓸어내리는 때가 많다.

장래희망이 최초의 여의사였던 엘리자베스 블랙웰처럼 훌륭한 의사인 톡톡 개성파 주디 무디가 「난 훌륭한 의사가 될 거야!」로 찾아왔다. 1권과 2권을 재미있게 읽었던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권이 나오고 곧 5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해 놀랐다.

딸아이가 2주일 전쯤부터 두 번이나 넘어져서 무릎과 팔꿈치를 많이 다쳐 간단한 샤워만 하다 어제는 맘먹고 때를 벗기는 목욕을 했더니, 완전 지우개다. “에고, 지저분해라”를 연발하며 열심히 때를 미는 족족 아이는 신이 나서 그 때를 모은다. 지저분하게 무슨 짓이냐 해도 들은 체도 안한다. 목욕을 다 마치고 때를 모아 뭉친 작은 구를 눌러서 거울에 붙이며 신기해하는 아이를 지켜보며 어이없는 웃음만 흘렸다. 이 뿐인가? 나아가고 있는 상처의 딱지가 떨어지면 그것도 버리지 않고 한 곳에 모아둔다. 그냥 버리라고 하면 이것도 ‘내 몸의 일부’라며 당당하게 외치고 자신의 보물상자로 가져가는 데 정말... 실은 얼마 전에 떼어 낸 티눈 붙은 피부조각도 가지고 있다. 에구구...  

그런데 우리 딸 같은 아이가 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바로 주디 무디. 토드 선생님이 진행하는 ‘우리 몸 알아보기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주디 무디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여러 개 적은 것 중 하나가 ‘상처 딱지 모은 것을 가져다가 보여 주기’다. 이 부분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주디 무디는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면서 동생 스팅크의 배꼽(나도 딸아이의 배꼽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아기 때 깎아놓은 손톱과 발톱도. 그러고 보면 나 역시 같은 과인가?)을 몰래 가져다가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엘리자베스 블렉웰이 되어 호박을 가져다 수술 장면을 보여준다. 과정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수술할 때의 주의사항이나 순서에 대해 설명하고 절개와 봉합까지 하는 모습은 꽤 진지해 아이들과 선생님의 공감을 자아낸다.

또, 주디 무디가 편도선염에 걸려 오랫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 느낀 것처럼 환자에겐 좋은 약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가족과 친구들의 존재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깨닫는 장면에서 의사가 의학적 지식과 기술 외에 꼭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주디 무디처럼 의사선생님이 꿈인 딸아이도 요즘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때 사용하는 소독약과 붕대, 반창고 등을 엄마 몰래 꺼내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진짜 의사선생님인양 치료하며 구급약품을 바닥내는 것을 보며 ‘진정해’를 속으로 무수히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딸아이 역시 놀이를 통해 약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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