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여행할 생각을 했을까 정말 의아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를 만났다. 처음엔 내가 당장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 대리만족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얼마나 시간이 많으면, 돈이 많으면 하는 생각에 책을 앞에 두고도 딱히 읽고 싶단 생각이 안 들었었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지하철로 왕복 3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하는 일이 생겨 부담 없이 읽어보자는 생각에 들고 나섰다가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에 주변을 잔뜩 의식하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재미있는 여행기라 한 달 가량을 방치해뒀던 게 미안할 지경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젊은 남녀 여섯 명이 캠핑카를 대여해 북유럽의 4개국을 여행한다니 얼마나 근사할까,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과 사물의 여유로움을 직접 보고 느끼다니 정말 부럽다 했는데, 이 생각이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계속 확인할 수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1박 2일 또는 2박 3일만 여행을 해도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 같은데, 하물며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여행을 할 때는 오죽하랴.
소심한 성격에 혼자 먼 길을 떠나기는 두렵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자니 하고 있는 일을 모두 접고 따라나서지 않는 이상, 하루 이틀도 아닌 30일이 넘게 시간을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니 B(저자 배재문)가 궁여지책으로 카페를 이용해 함께 여행할 동반자를 찾는다는 것이 오히려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함께 할 사람을 선정하고도 출발을 얼마 안 남겨두고 두 사람이 포기했을 때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는 것부터 시작해 예약에 필요한 금전적 어려움,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목돈을 넘겨줄 때의 불안함,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출발, 해외로 가지고 가는 짐의 무게 조절 등 생각하면 머리 아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 모든 어려움을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감과 열정으로 극복하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읽는 내가 다 감사할 지경이다.
썸머 타임 적용을 몰라 타고 갈 비행기를 놓쳐 하룻밤을 꼴딱 새고,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짐은 아직도 출발 지점에 있던 일, 어렵게 구한 캠핑카를 운전하자마자 일어난 접촉사고,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돌발 상황, 비싼 물가, 사전지식이나 기대감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관광지 등 이야기 거리가 무수하다.
어휴, 나도 가끔 우리나라를 벗어나 해외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렇게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얇디 얇은 신경줄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과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더라도 수시로 부닥치게 되는 문제들이 결국 우리 인생의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도 같다는 생각에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하는 여행이 아니라면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며 이들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과 상황 속에서 즐기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한 갖가지 에피소드와 사진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를 찾아 즐거웠던 간접 유럽 여행기,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장마철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다소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