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 노란상상 그림책 1
안젤라 맥앨리스터 지음, 김경연 옮김, 그레이엄 베이커-스미스 그림 / 노란상상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전국 각 시도의 교육청과 교보문고가 함께 주최한 청소년 ‘독서스쿨’이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열린다는 것, 초대강사가 외화번역가이면서 작가인 이미도 선생님이란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아직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찾아간 일이 있었다. 강연을 듣기에 앞서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과 마술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다. 내가 아는 유명한 마술사라고는 이은결 뿐이었지만, 아직 어린 티가 풀풀 나는 10대의 전문 마술사의 손끝에서 나오는 신기한 마술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함께 온 딸아이보다 내가 더 몰입하고 즐거워했다. 마술을 보여주기에 앞서 어린 마술사가 ‘다 속임수야, 잘 봐! 이러고 팔짱 끼고 두 눈 부릅뜨고 보면 재미없는 시간이 될 뿐’이라는 당부를 미리 했지만, 이미 나는 준비된 청중이었기에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누렸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마법을 부릴 수는 없지만, 마술로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마술사들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일상의 마술을 보는 그 순간만은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신기한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즐기고,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을 보며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마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마술사가 아무리 공들여 만든 마술일지라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마술의 신기한 매력에 빠져 눈을 반짝이는 레온은 준비된 청중이었다. 친구들이 마술쇼를 보러 왔으면서도 마술 같은 거 믿지 않는다, 다 속임수일 뿐이라며 투덜거릴 때 레온은 가슴을 두근거리며 마술사 압둘 카잠을 기다린다. 레온에게 있어 마술은 마법이고, ‘압둘 카잠’은 마법사이다. 압둘 카잠의 신비한 마술이 시작되고 청중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순서가 왔을 때 레온은 망설이지 않고 그 마법의 시간 속에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다. 압둘 카잠의 안내에 따라 상자 안으로 들어갔을 때 레온은 신비한 마법의 세상인 ‘사이’를 보게 된다. ‘저기와 여기의 사이’인 ‘사이’, 마법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는 그곳에서 레온은 그동안 경험해 보았던 마술과 처음 접하는 마술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다시 압둘 카잠의 목소리를 따라 상자 밖으로 나왔을 때, 친구들은 묻는다. 레온이 다녀온 마법의 세상에 자신들도 갈 수 있는지. 레온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 누구나 갈 수 있지. 믿는 사람은 누구나.” 

 

 



마술쇼가 끝나고 사위가 모두 어둠으로 묻혔을 때에도 레온과 아이들의 눈에는 압둘 카잠의 신비로운 미소가 아른거린다.

보랏빛과 황금빛, 검은빛이 어우러져 화려한 그림과 신비로운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를 비롯한 많은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신 김경연님의 번역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 가슴 설레는 마법의 세계로 이끄는 「레온과 마법사 압둘 카잠」을 읽고 나니 마술 공연이 또 보고 싶다. 마법과도 같은 신비한 시간 속으로 푹 빠지게 한 예쁜 그림책으로 내 마음의 책꽂이가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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