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뒤죽박죽! 이건 내 얘기 5
제니퍼 무어-말리노스 지음, 글마음을 낚는 어부 옮김, 마르타 파브레가 그림 / 예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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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 신기하다. 살살 만져도 금방 부러질 것 같은 팔다리로 마냥 울어재끼던 갓난아기가 어느 날부터인가 눈을 맞추고 웃으며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한다. 이어서 배밀이에, 기어가기, 잡고 일어서기, 걷기를 완벽하게 해낸다. 말은 어떠한가? 맘마, 찌지, 빠빠로 시작되어 수다쟁이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데도 수준급이며 주변 사람들을 인식하고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도 구분한다. 이 모든 일이 정말 신기한데도 더 신기한 건 이 모두가 너무도 당연시된다는 거다. 때문에 과정을 제대로 밟아가며 성장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감사와 칭찬이 너무 부족하다. 어쩌다 주변에서 말이 너무 늦되거나 한글을 일찍 깨우치지 못해 고민하는 이웃을 보며 우리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으로 생각할 뿐이다.

「글이 뒤죽박죽!」의 주인공인 사라는 공룡박사를 꿈꾸는 야무진 소녀다. 공룡에 대해서라면 또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수업시간에도 집중해서 잘 들으며 이해도 잘해 아이들이 부러워한다. 단 하나, 사라를 속상하게 하는 일은 자신이 다른 아이들처럼 글을 읽거나 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거.

사라가 3학년이 되어서야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읽기, 쓰기 학습장애를 가진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같은 증상을 보이는 친구들과 함께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인 읽기와 쓰기를 익히기 위해 천천히 노력해나간다. 그 결과 책 읽기나 글짓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 파리가 되어 날아가 버리고 싶었던 과거를 떨쳐버리게 된다.

작가가 엄마아빠에게 드리는 편지글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 어른들은 참 힘겹게 인생을 살아간다. 책임져야 할 일과 가족이 있고, 그 속에서 보람을 찾지 못하면 시들시들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마음이 병든 어른이 많은 것처럼 아이들 역시 자신들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힘겨워 한다는 것을 어른들은 너무 자주 잊고 산다.

관심 있게 보지 않아서일지 모르나 일단 내 주변에 난독증과 같은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없어서, 이러한 아픔을 겪는 아이들에게 제니퍼와 같은 좋은 선생님들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 책에서는 ‘난독증’을 가진 아이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는 주의력 결핍이나 무기력 등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많은데 이들을 이해하고 기다리며 이끌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한두 번 쯤이야 친절하게 다가설 수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한 애정은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 형상은 다르게 나올지 모르나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이의 편에서 도와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일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바라보며 문제라 생각되는 부분이 보이면 조급해하지 않고 먼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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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선언 -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죽을 만큼 매달린 사람들의 이야기
박은몽 지음 / 살림Friends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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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있는 이유가 뭘까?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는 것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학생의 권리이자 의무라고만 생각했기에 가기 싫어도 꼭 가야하는 곳으로 알고 다닌 곳이 학교다. 엄마아빠가 무학이었기에 겪었던 고통스런 나날을 몸소 체험하고 자랐기에 더더욱 의문을 품지 않았던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된다.

하나뿐인 딸 아이, 남편과 함께 딸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나오는 주제가 ‘정규교육을 꼭 마쳐야 하나?’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인 학교. 과거엔 그 이유만으로 학교를 가는 게 너무도 당연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에도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는 학교가 사라지고 각자 집에서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라고 미래를 예측했었다. 이 예측은 그대로 맞아 떨어져 실제로 사이버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수학하는 사람들도 많고, 초중고교에서도 학교 수업으로 부족한 부분을 각종 인터넷 강의로 대체한다. 때문에 학교라는 제도 안에서 숨 막혀 하는 아이들에게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라 말하며 설득하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지금의 학교가 단체생활을 통한 인성이나 협동심을 길러줄 것이라 주장하는 데, 실제로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그로 인해 야기되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는 것을 날마다 겪고 있기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몇 년 전, 안산예술의전당에서 주관하는 ‘여르미오 페스티벌’의 무대를 아름다운 선율로 장식했던 천재 재즈피아니스트 진보라의 공연을 관람했다. 요즘 열광하는 아이돌 스타들 못지않은 외모와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던 그녀가 ‘피아노가 치고 싶어서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없다’며 중학교를 중퇴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의 전부를 걸 대상을 발견하고, 제도권을 벗어나 성공했다는 것에서 부러움과 질시를 함께 느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죽을 만큼 매달린 사람들의 이야기 「자퇴 선언」을 읽으며 내 감정이 얼마나 옹졸한 것에서 기인되었는가를 깨달으며 부끄러워졌다.

이 책에 소개된 스무 명의 명사들은 모두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중퇴했거나 대학에 진학했다 하더라도 자신이 소망하는 일을 하는데 대학이 도움 되지 못하는 곳이라 여겨져 스스로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좋아하고 재능 있는 것에 올인 하기 위해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간 축구선수 이청용, 가수 폴 포츠, 만화가 허영만, 모델 지젤 번천. 길이 끊겼다 생각될 때 새로운 길을 개척한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 비즈 스톤, 영화 감독 제임스 카메론, 반전운동가이면서 여성운동가, 전위예술가로 알려진 오노 요코. 가슴이 이끄는 것을 따라 성공한 가수 빅뱅의 대성과 승리, 소설가 이외수,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 작곡가 조지 거슈인. 방황하는 삶이 끝이 아니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낸 가수 김장훈, 사진작가 준초이, 자기계발 전문가 브라이언 트레이시, 힙합 뮤지션 제이지. 실패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음반 기획자 사이먼 코웰, 전 영국 총리 존 메이저,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 트위터 공동 개발자 에반 윌리엄스가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성공한 이후 매체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명사들만을 볼 수 있기에 이들이 모두 황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을 거라는, 적어도 비빌 언덕 하나쯤은 있었으리란 생각으로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들과는 환경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이들 대부분이 우리가 어렵다 생각한 환경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 된다. 정상에 서고 난 이후에도 이들 모두가 누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자기분야의 일에서 게을리 하지 않고 연습하며 연구하는 모습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책 제목만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자퇴를 결심하거나 선언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온 사진작가 준초이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만이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 도전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만족한 삶을 사는 것 역시 빛나는 성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사회 분위기도 학력만을 외치는 사회가 아닌데도, 여전히 입시에만 목숨 걸고 질주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진정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것과 관련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바뀌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어설픈 결정으로 학교 밖을 택했을 때 떠나온 곳을 동경하고,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일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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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한 번도 쳐 보지 못한 너에게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3
하세가와 슈헤이 글.그림, 양억관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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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에 관심이 없는 나. 2002년 월드컵 때에도 인근의 유원지나 광장을 찾지 않음은 물론 TV에서조차 축구경기를 한 번도 관람하지 않은 무심의 극치.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했던 나. 운동이라곤 오로지 숨쉬기 운동과 그저 생활의 일부라 할 수 있는 걷기가 전부이다. 때문에 운동과 관련한 책은 더더군다나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랬는데, 파란색이 주류를 이루는 시원한 그림책 표지가 먼저 시선을 끌고 「홈런을 한 번도 쳐 보지 못한 너에게」라는 제목에 강하게 이끌려 책장을 넘겼다.

몇 자 되지도 않는 글이 처음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6회 초 1아웃, 주자는 1,3루. 타자는 7번 2루수 데구치 루이.’ 머리가 피곤하다. ‘뭔 소리래?’ 일단 넘어간다. 스퀴즈라는 전문용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감독이 루이에게 용기를 주는 다독임의 말속에서 아이와 감독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교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곧이어 긴장한 루이가 쳐낸 볼의 결과는 ‘땅볼, 4-6-3 병살타’ 역시나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홈런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루이의 시무룩한 표정과 ‘아아, 더 잘 치고 싶은데.’하는 속말에서 짙은 아쉬움이 배어나온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의 심부름으로 편의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동네 형 센. 형이 자신의 시합을 보고 “6회 초에 말이야, 왜 그렇게 크게 휘둘렀어?”라 묻는 물음에 홈런을 쳐서 역전하고 싶었다는 루이. 실전 경기에서 한 번도 홈런을 쳐 본 경험이 없던 루이가 갑자기 홈런을 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형. 전설적인 선수들이 홈런을 치기 위해서 과학적인 사고를 하고, 속도와 힘을 내기 위해 다부진 몸을 만드는데 힘든 훈련을 10년이나 했다는 사실과 ‘멋진 홈런에는 상대편 선수도 박수를 보낼 만큼 감동을 준다는 것을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생각해본다. ‘나는 내 인생에서 홈런을 몇 번이나 쳐봤을까?’ 사랑스런 딸, 건강하고 즐거운 우리 가족... 그다지 생각나는 게 없다. 내 인생의 목표가 너무 두루뭉술해서 생각이 안나나?

집으로 돌아온 루이가 센 형을 만난 이야기를 하자, 엄마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주신다. 1년 전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했다고... 고통스런 재활훈련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돌아온 센 형은 이미 인생이라는 야구장에서 상대편 선수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홈런 하나를 친 것과 같다.

‘고마워. 나 언젠가는 꼭 홈런을 칠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안타부터 쳐야겠지.’

루이가 멋진 홈런을 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어수룩한 부분이 많아 보이는 그림인데, 보기에 편안하다. 내리는 것 같지 않은 가랑비에 옷이 젖어들듯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그림책이 마음속에 젖어든다. 용어에 대한 설명을 책의 끝부분이 아니라 나처럼 야구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가 들어가는 페이지에 작게 배치했으면 더 좋겠다는 작은 아쉬움이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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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꿈꾸는 곳 유엔으로 가자 - 국제기구 편 열두 살 직업체험 시리즈
유엔과 국제활동 정보센터 지음, 김효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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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신문을 이용한 활동을 할 때 많이 접하게 되는 국제기구가 UN이다. UNESCO와 UNICEF 역시 자주 등장하는데, 관심을 갖기 이전에는 다 그게 그것 같아 헷갈려 번번이 새로운 것을 만나듯 다시 알아보곤 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나라에서 UN사무총장이 배출되어 UN에 대한 관심도가 깊어졌다는 것 정도다.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은 것이지만,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스스로 그렇게’ 내버려 둘 때 무질서하고 점점 파괴적으로 변해 종국에는 누구에게도 이득 될 것이 없는 파멸에 이르거나 크나큰 값을 치루고 나서야 조금씩 깨달음을 얻곤 한다. 그래서 혼돈을 정리하고 함께 살아 나가기 위해 세계의 사람들이 손을 잡게 되었으니, 바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된 사람들이 만든 기구가 바로 UN인 것이다.

「평화를 꿈꾸는 곳 유엔으로 가자는 아이들에게 UN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와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UNEP(국제연합환경계획), UNDP(국제연합개발계획) 등 UN 산하기구와 각각의 역할에 대해 대한민국 대표로 ‘유엔 체험단’이 된 초등 5학년생 나대로와 한연구, 배유미의 좌충우돌 체험기를 통해 흥미롭게 전개된다.

나대로는 방학도 하기 전에 특별 수업 팀을 꾸리는 엄마에게 질려 별 기대 없이 외삼촌이 주고 간 ‘유엔 체험단 지원서’를 썼다가 진짜 체험단에 뽑혀 연구와 유미와 함께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과 아프리카, 파리, 예맨 등 세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벌목과 남획으로 만신창이가 된 지구의 환경에 대해, 국가라는 경계선을 넘어 전 인류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자연과 자원에 대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 주는 것에 대해, 아주 작은 관심의 부족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에 대해 알게 된다.

늘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 해 볼 생각은 꿈에도 없었는데, 유엔 체험단 활동을 통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굶지 않고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나대로는 억지로 하던 공부와 독서가 이제는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그것들을 탐하는 아이로 변한다.

나 역시 과거에는 내 일신의 편안함과 내 가족의 안위, 내가 터를 잡고 있는 지역에 한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책과 신문을 통해서 좁은 울타리가 아닌 세계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이가 자랄수록 이 마음은 더 켜져서 우리 아이가 만들고 지켜갈 세계가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곳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책을 읽고 난 딸아이가 ‘나도 유엔 체험단 하고 싶어’하고 말하는데, 실제로 유엔 체험단이 있는 건지, 가상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웃어넘겼다. 그런데 책 말미의 ‘아직 궁금한 것이 많아요!’를 읽어보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UNEP 툰자 세계어린이 청소년 환경회의’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지구촌 해외 캠프’ 등 직접 세계 친구들과 함께 사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인위적인 관광자원을 보기 위한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세계의 어린이들과 함께 사업현장을 돌아보고 봉사하며 각 나라의 문화와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라면 놓치고 싶지 않다.

딸아, 4학년은 되어야 참가할 자격이 된다니 한참 더 기다려야겠다. 그동안 우리 열심히 체력도 키우고, 가보고 싶은 나라에 대한 정보도 모으며 즐거운 준비기간을 가져 보자.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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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할머니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오채 지음, 김유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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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내게 ‘오메 할머니’는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과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나쁜 시어머니 대회를 한다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이고, 제일 사납고 정 없는 할머니 대회에 나가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되는 할머니가 세상의 할머니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성년이 되고부터니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을까?

봉지는 말씀하실 때마다 “오메!”를 연발하는 할머니를 ‘오메 할머니’라고 부른다. 노환으로 인해 약해진 채 은지네 집에 며칠 묵어가시려고 오셨는데, 할머니를 반기는 건 은지뿐이다. 주인남자도 좋아하긴 하지만, 주인여자의 눈치를 보느라 마냥 기쁜 표정을 지을 수 없다.

개 입장이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메 할머니가 “어찌고 사람이 개랑 같이 잔디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애완견으로 10년 가까이 은지 가족의 사랑을 받아온 봉지 입장에서 보면 오메 할머니는 반갑지 않은 침입자일 뿐이다.

수금이 안 되어 어렵게 단무지 공장을 운영하는 주인부부와 할머니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은지, 이제 서서히 오메 할머니의 마음 씀씀이에 반하고 있지만 완전히 할머니 편이 되지 않은 봉지와 함께 서울 살이를 하는 오메 할머니.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이 같은 주소지에 등록되어 있어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박스 할머니를 돕자며 공책에 공원할머니들의 서명을 받으러 다니고, 근사한 곳에서 생일파티 한 번 못해봤다며 우는 손녀에게 거시기한 생일빠띠를 해 주려 평생의 대가라 할 수 있는 땅 판 돈 일부를 아낌없이 꺼내 베푸는 오메 할머니. 손녀에게 유행하는 무깰빠마(물결파마)를 해주면서도 미용사의 파마 권유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켜 나가는 오메 할머니.

“이것은 내 평생 시타일이요. 긍게 못 바꾸제라.”

평생을 할머니 입술에서 떨어지지 않는 구수한 사투리와 서운하면 서운한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인생을 더 산 사람답게 아랫사람들을 대함에 있어 모자람이 없다. 그것이 한낱 짐승일 뿐이라는 봉지에게도..

동물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흔치 않은 방식의 동화책인 오메 할머니」를 처음 읽던 딸아이가 도입부분에서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더니 끝내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적이라 했을 때만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읽고 나니 아이가 왜 그렇게 울며 감동적이라 했는지 알 수 있다. 양가 할머니가 모두 살아계시고, 딸아이라면 나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려는 할머니가 딸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궁금하다.

오메 할머니가 조금 더 살아계셔서 소원하시던 대로 자식들 모아놓고 마지막 식사를 같이 했더라면, 그래서 서운한 마음 조금 내비치고 원래 자식들에게 주고 떠나리라 했던 돈을 기분 좋게 나눠주고 가셨더라면 마음이 덜 아팠을까? 인생이 길다고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만큼 긴 시간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음에 스며든 느낌이나 생각이 있다면 바로 이야기하고 행동하라고, 그래서 떠난 후에 아쉬움 남기지 말라고 고운 언어로 충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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