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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 사전 ㅣ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24
레오 G. 린더.도리스 멘들레비치 지음, 자비네 크리스티안센 엮음, 김민영 옮김, 야노쉬 / 내인생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 ‘숫자’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생각한 것을 글로 써보라면 어떤 글이 나올까? 아라비아 숫자의 기원, 나이, 월급, 성적, 생일을 포함한 각종 기념일, 몸무게, 평수,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사탕의 개수, 각각의 수가 지닌 의미, 전화번호, 집 주소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에서는 ‘숫자(數字)’를 어떻게 정의할까?
1 수를 나타내는 글자. 1, 2, 3, …… 또는 一, 二, 三, …… 따위이다.
2 금전, 예산, 통계 따위에 숫자로 표시되는 사항. 또는 수량적인 사항.
3 사물이나 사람의 수.
정말 사전답다. 더 이상의 궁금증도 생기지 않고,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숫자를 다른 개념으로 풀어서 보여주는 사전이 있다. 「모두가 행복한 지구촌을 위한 가치사전」, 이 책에서는 숫자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ㅅ, 숫자
전 세계의 아이들 22억, 개발도상국의 아이들 20억, 빈곤 속에 사는 아이들 12.5억. / 다섯 살 이하의 아이들 100명 가운데 영양 부족인 아이들의 숫자, 라틴 아메리카 6, 중동과 북아프리카 14, 남부 아프리카 27, 서남아시아 47 / 1990년 이후 전 세계에 있었던 무력 충돌 횟수 44, 목숨을 읽은 아이들의 숫자 2백만, 자기 고향에서 쫓겨난 아이들의 숫자 2천만 등...
아이들을 독자층으로 하여 만든 책이기에 아이들에 관계된 아픈 현실을 숫자로 나타냈는데,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충격과, 애써 알고 싶지 않아하던 현실(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하던)에 대한 자각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이날만은 가장 행복해하고, 축하받으며 살고 싶어 하는 ‘생일’ 역시 축복받은 자들이 누리는 특권일 뿐, 가족 중 누구도 아이에게 네가 태어난 날이 언제이고, 축하받을 날임을 알려주는 이가 없어 자신의 나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는 7월에 생일이 지났는데 벌써부터 내년 생일을 기대하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미리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지구상의 수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소박한 설렘도 갖지 못한 채 병으로, 전쟁으로, 노동으로 병들고 죽어가고 있으니 너무도 슬프고 안타깝다.
인간으로 태어나 세상을 살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가치들을 각자 어떻게 정의하고,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며 살아갈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안정감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무관심과 무지로 대하지 않고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한걸음씩 내딛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 스스로도 이 책을 즐겨 읽지만, 나도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 가끔씩 펼쳐지는 대로 읽어주면서 아이의 꿈속에서, 그리고 현실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길, 어려움에 처한 약한 자들이 굳건하게 일어설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자가 되는 아름다운 꿈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