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크 3 - 발냄새 대장 나가신다!
메간 맥도날드 지음, 신은랑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예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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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이 있어서 좋다. 가끔 마음에 드는 시리즈물의 후속편을 기다리느라 지칠 때가 있는데, ‘스팅크’ 시리즈는 1권이 나온 이후 2권과 3권이 속속 나와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정말 좋다. 그런데 3권 「발 냄새 대장 나가신다!」를 읽으면서 정말 창의적이지만 너무 과장된 주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세상에, ‘고약한 냄새 박물관’ 하며, ‘꼬질꼬질 냄새에 찌든 최악의 운동화 경연대회’라니.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을 하는 것일까 하는 게 평범하기만 한 내 생각인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 있으니 칼이며 돌을 먹는 사람, 많이 먹기 대회, 많이 마시기 대회, 빨리 먹기 대회, 힘자랑 하는 등등이 그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그렇게 나타내면 뭐가 좋을까 진짜 이해가 안 간다.

1권과 2권에서 스팅크 특유의 톡톡 튀는 생각과 집착으로 완성된 독특한 캐릭터는 3권에서는 한 번이라도 스팅크를 읽은 아이들이라면 완벽하게 각인이 될 만큼 스팅크의 매력과 특성이 드러난다. 열정과 바람직한 사고유형과 행동을 동시에 보여주는 매력만점 스팅크로.

‘고약한 냄새 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가면서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의 종류가 만 가지나 되고, ‘웩, 뭐든지 토하네 기계’, ‘방귀 뮤지컬 연주기’, ‘트림 소리 측정기’ 등 냄새에 관한 별의별 기계가 다 있음을 알게 된다. 냄새를 맡는 기관인 코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무지커 코’ 속을 들어가 거대한 코털에 찔리기도 하고 콧물 웅덩이를 폴짝거리며 뛰어다니고, 코딱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배운다. 또 냄새에 민감한 스팅크가 ‘무슨 냄새인지 알아맞혀 보세요!’에서 냄새 맡는 족족 그 물건이 무엇인가를 알아맞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이곳에서 ‘꼬질꼬질 냄새에 쩌든 최악의 운동화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알게 된 스팅크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냄새나는 운동화 제작에 들어간다. 누나 주디의 실수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지만, 누나에게서 절대 후각을 인정받은 스팅크는 대회 주최 측의 제의로 대회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진짜 냄새전문가를 만나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정말 재미있게도 오늘 ‘최악의 냄새 나는 운동화’ 경연대회가 진짜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08년 기사에는 “이 대회를 33년간 주관해온 업체는 발냄새 제거제와 냄새억제깔창 등을 제조, 판매해온 회사로,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이와 같은 엽기적인 대회를 열어왔다”고 나와 있다.

발냄새 제거제와 냄새억제깔창을 만드는 회사가 홍보목적으로 이런 대회를 만들었다고 하니 회사와 상품을 알리는 데에 이만큼 꼭 맞는 이벤트도 없지 싶다. 재미난 대회와 냄새에 대한 상식, 2주일간 열심히 대회를 위해 준비했으면서도 심사위원이 되었기 때문에 형평을 고려해 과감히 대회 참가를 포기한 스팅크의 결단 등이 돋보였던 「발 냄새 대장 나가신다!」, 이제 또 4권에는 어떤 기발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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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바이 -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예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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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한마디로 족하다.”

정말 ‘사랑’, 이 한마디로 족하다면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고 투쟁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사랑’의 족함을 이미 충분히 맛보았기에 더 이상 다른 것에 사사로운 관심을 쏟을 일도 없고, 족한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심을 하기에 이르는 것일까?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충분히 누렸으므로 자살을 택한 어느 여류 작가처럼 ‘다자이 오사무’도 그랬던 것일까?

네 번이나 미수에 그쳤던 자살시도가 성공했을 때 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열광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던 젊은이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이었을까? 함께 할 수 있다면 죽음도 불사하는 애인이 곁에 있기에 마냥 행복했을까? 마지막이 될지 모르고 미완으로 남은 작품 ‘굿바이’의 슈지를 생각했을까? 아쉽다. 일찍 세상을 등진 그가. 세상에 올 때 자기 의지로 온 게 아니었기에 죽음만은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랐던 것일까? 크나큰 재능을 가진 이의 요절은 내게 참 많은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다자이 오사무를 새롭게 조명하고, 그 일환으로 중단편을 모아 엮은 「굿바이」에서 분위기가 사뭇 다른 여섯 편의 글을 읽으며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환경을 뛰어넘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 환경 자체를 작품 안으로 끌어오는 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인가를 느꼈다. 책의 앞날개와 뒷날개에 쓰인 정보가 꽤나 충격적이어서 소설을 읽으며 현존했던 이의 감정을 대입할 수 있어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적은 편견이라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인 내가 ‘굿바이’의 다지마 슈지라는 인물을 대할 때 드는 생각은 겉으로 보여 지는 면을 중시하는 일본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도덕적인 삶을 위해 숨겨둔 정부들과 안녕을 고하기 위해 한 배를 탄 기누코의 ‘몸빼바지와 양장의 극적인 이중생활’ 역시 그리 보인다.

한 편의 희곡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많은 정부 가운데 두 번째로 정리 대상에 들었던 정부에게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작가의 자살로 인해 미완으로 남은 이 작품의 결말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돈과 공짜에 환장한 기누코의 도움으로 숱한 정부들은 정리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작은 집 한 채를 사서 아내와 딸을 데리고 와 살고 싶어 하던 다지마의 소박한 꿈은 기누코 때문에 물 건너가지 않았을까? 이렇게 상상해서 그런지 암거래로 거액을 모으고 정부도 여럿 두어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다지마가 너무 가엾게 느껴진다.

작가가 사망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 접하게 된 다자이 오사무, 그의 진가를 알게 해준다는 ‘인간실격’을 접해봐야 그에 대한 내 개인의 평가(만족도)가 나올 것 같으나, 밋밋한 내용의 글도 내려놓지 못하고 읽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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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울렁증 내인생의책 작은책가방 4
조반나 라메라 지음, 김현주 옮김, 김지윤 그림 / 내인생의책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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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어.  

학교 만든 사람이 미워!

나 학교 안다니면 안 돼?”




유치원 다닐 때는 유치원이 싫다던 딸아이, 학교 가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학교도 마찬가지다. 한 날은 진지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아이에게 “정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거구나. 그런데 학교에서 세상 살아가는 방법과 좋은 습관을 익히는데, 학교를 그만두면 어떤 방법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배우고 익힐지 계획표를 작성해서 가져와. 그러면 엄마와 아빠가 함께 검토해보고 좋다 생각되면 그때 학교를 그만두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계획표 짜는 게 더 힘들겠다. 그냥 학교 다닐래.’ 한다.

2학년도 막바지를 향해 가는 요즘은 다행히도 단짝 친구도 생기고 끔찍하게 싫어하던 줄넘기도 곧잘 하면서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놀이나 줄넘기 이야기를 하며 학교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곤 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마도 우리 아이가 바로 그 무시무시하다는 ‘학교 울렁증’에 걸렸었던 게 분명하다.

「학교 울렁증」의 주인공인 마테오도 우리 딸과 같은 2학년이다. 예쁘지만 잔소리가 많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은 선생님도 맘에 안 들고, 공부나 축구를 잘하는 아이들끼리 노는 것도 맘에 안 든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 없이도 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싶지만,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들이 야속하기만 해 마음속에 병이 생겼는데, 그 병이 바로 ‘학교 울렁증’이다.

마테오의 엄마는 아들의 증상을 치유하고 날마다 학교 가는 걸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한 계획을 짠다. 이름 하여 ‘웃음 짓기 프로젝트’인데,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먼저 웃음으로 다가서고 인사하며 하루 동안 경험했던 웃음과 좋은 일들을 모아보는 것이다. 엄마의 말씀에 선뜻 동의하진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바로 실천에 들어간 마테오는 점차 아이들과 더 친해졌고, 이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못해 곤란을 겪으면서 좋은 습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된다. (참고로 딸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는 친구들에게 미운 말을 하고 싶을 때면 그 주머니 안에 대고 말을 한다며 ‘욕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왜 아이가 타인과 잘 섞이지 못하고 유별난 행동을 할까 고민했는데,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긍정의 감정이든 부정의 감정이든 무조건 누르지 않고 표현함으로써 더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또래 집단에서 원활하게 지내지 못해 학교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 같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공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공부 이외에도 운동이나 미술, 유머, 친화력과 같은 부분에서 자신이 각별하게 관심 갖고 있는 분야나 소질이 있는 부분의 기량을 높일 수 있도록 부모도 함께 관심을 갖고 지도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 우리 딸아이에게 생긴 단짝친구와 잘 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둘 다 말도 안 되는 상상 이야기를 잘 지어낸다는 것이다. 들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인데도, 둘은 대화할 때마다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이렇게 대화가 통하는 아이가 있다면 ‘학교’를 생각하다 해도 ‘울렁증’보다는 얼른 가고 싶은 ‘조급증’이 생기지 않을까?

물론 우리 딸아이의 ‘학교 울렁증’이 아직 완치가 된 건 아니기에 수시로 가기 싫단 얘기를 하긴 하지만, 이만큼 좋아진 것에 희망을 갖고 부디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과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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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10-11-0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기능을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알게 됩니다. 비슷한취향의 서재라고..이런게 뭐야..하면서 눌러봅니다. 2학년 아들이 있는데 그애도 그런 말을 합니다. 좀 과하게 '학교를 폭파시켜버리고 싶다고' 울면서 학교 가기 싫다고..--+ 선생님이 자기는 공부안하고 시키기만 한다고 불만이라나..잘 읽고 갑니다
 
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 이야기 - 책의 역사를 배우는 지식 동화
정설아 지음, 이중복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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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30분, 두 아이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고 책을 읽어준다. 딸아이만 있을 때는 혼자 책 읽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책 읽어주기가 쉽지 않은데, 조카가 와서 함께 있으니 오랜만에 책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꼽 간수를 잘 해야 하는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에서 두 편을 읽어주니 아이들 눈동자가 더 초롱초롱해진다. 

날마다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라대는 딸아이 때문에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끄집어내도 만날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듣는 아이는 했던 얘기라도 좋으니 계속 해달라고 하는데, 정작 이야기 하는 사람이 지겨워서 싫다. 그러면 토라져서 ‘엄마는 나를 옛날보다 안 사랑하나보다’며 돌아눕는다. 이 때 나를 도와주는 것이 책이다. 얼른 재우고 싶은 날엔 내가 읽는 딱딱한 내용의 책, 기운이 좀 남아 있고 간만에 좋은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넘쳐나는 날엔 재미 가득한 이야기책을 꺼내 읽어준다. 이러나저러나 책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렵다. 혼자이기 때문에 수시로 놀아 달라 청하는 딸을 물리치는 방법도 책이고, 부부가 함께 대화하는 시간에 눈치코치 없이 자꾸 끼어드는 딸에게도 책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고마운 책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을 충만하게 느낀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저렴(물론 가계비 지출로 보면 적지 않은 돈이지만)하고 쉽게 책을 구해볼 수 있었던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니, 지금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종이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에는 진흙판과 파피루스, 양의 가죽, 거북이 등껍질과 대나무 등에 글을 썼고 그나마도 누구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동서양 모두 책의 수난 시대도 있었는데, 권력을 가진 귀족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책을 불태우거나 교회의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목적으로 책을 불태웠다. 

이러한 책의 역사를 「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 현대에서 볼 수 있는 모양과 재질과 다르니 이상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나쁜 책이 되어 불태워질 수밖에 없었던 책의 운명, 그럼에도 알고자 하는 이들의 염원과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좋은 책들이 있기까지 책 세상의 책을 몽땅 불태워 자신만이 엄청난 힘을 지니고 싶어 하는 악당 부리부리와 책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온 볼루, 볼루를 도와 책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파피루스 파피가 책이 지나온 역사를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야기 사이사이로 수천 년 전 진흙책과 파피루스, 대나무 책, 종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의 재료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되어 “어떻게 그런 걸로 책을 만들어?” 하는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책의 역사도 더듬어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게 될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도 함께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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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의 추구 - 하버드대 최고의 행복 강의
탈 벤 샤하르 지음, 노혜숙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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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웃고 상냥하며 잘 돕는 사람, 매사에 똑 부러지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서는 편안하고 부담이 없는 사람...

나를 알고 지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때로는 내 앞에서, 때로는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에 대한 말을 전해들은 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들이 보는 나의 모습은 진실이 아닌데.’ 하며 부담감을 느낀다. 때때로 짜증이 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나를 위해 맞춤 제작한 듯한 ‘나는 친절한 사람, 상냥한 사람, 편안한 사람’이라는 틀 안에서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참거나, 조금 내비치고는 그로 인해 상대방이 맘 상하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 고민한다. 그럴 때마다 좀 더 지혜롭지 못한 내가, 시원시원하지 못한 내가 못마땅하다.

이 세상을 혼자만 살아간다면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단은 불필요할 것이다. 함께 살아가려니 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타인에게 비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도 더불어 중요하게 생각된다고 본다. 때문에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평가나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행동이나 말로 폄하하는 말로 자괴감에 빠져 있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은 물론 타인의 인생까지 그르치고 마는 안타까운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지 말라’고, 그 모든 것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완벽주의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지금 상태로도 나는 충분히 좋은 사람임을 자각하고 행복하게 살라 강의하는 사람이 있다.

긍정심리학 교수인 탈 벤-샤하르의 「완벽의 추구」는 그 자신이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임을 망각하고 추구하던 것에서 목표만 있을 뿐 그 주체가 되는 자신은 빠져 불행한 시절을 살아왔던 젊은 시절의 교훈과 오랜 시간 행복에 대해 연구해 얻은 성과를 토대로 ‘행복에 대한 강의’를 해주고 있다.

완벽주의자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직선 도로로 여기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과정이 아닌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다. 또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극단적 생각과 매사에 방어적이며, 일과 사람에 대해서도 성과보다는 결함을 찾는다. 때문에 자신과 타인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하며 경직된 사고와 행동을 보인다.

완벽주의자가 모두 위와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위에 언급한 것의 절반은 들어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 자신이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완벽주의자이고, 이들은 행복이 언제나 긍정적인 감정들로 이루어지며 실패나 질투, 분노, 실망, 불안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사회생활, 결혼생활을 쭉 돌이켜보니 ‘행복’은 날마다 웃을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모두 갖거나 쟁취했을 때 느꼈지, 내 맘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주변 사람들이 내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나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어둠이 없으면 빛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고, 슬픔이 없으면 기쁨 역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님을 망각하고 살았던 것처럼, 고통스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행복 역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잊고 살았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오히려 행복을 밀어내는 완벽주의가 아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패도 삶의 일부이자 성공과 밀접하게 관련된 경험으로 생각하며 고통스러운 감정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최적주의자’가 되라고 한다. 완벽주의자와 달리 여행은 돌아서 갈 수도 있고 목적지만큼 그 여정도 중요시하며, 실패를 피드백으로 생각하는 열린 마음과 가능성을 가지고 자신과 타인에게 관대하고 융통성 있는 최적주의자야 말로 인생의 진정한 목표라 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요즘 몸이 많이 약해졌음을 느낀다. 어른들이 좀 아프다고 엄살 부리는 내게 ‘나이 40 되어봐라’하셨던 말씀이 정말 실감이 날만큼 40을 코앞에 둔 요즘,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신호를 보여 자주 병원을 찾게 되니 마음에도 병이 들었다. 매사에 힘이 들고, 이러다 큰 일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로 주름이 느는 것 같다. 나이 듦을 즐겁게 생각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40여년 가까이 큰 병 없이 내 정신을 받아준 몸이 앞으로 살아갈 40년을 위해 좀 더 신경써달라고 신호를 보냈을 뿐이니 좀 더 건강을 위해 신경 쓰고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을 혼자 큰 일 맞은 사람처럼 수선을 떨던 모양이라니, 아직 철들라면 멀었나보다.

이 책을 단숨에 읽지 말고 천천히 읽으면서 읽은 내용을 생활에 적용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는 저자의 머리글처럼 다시 한 번 천천히 읽고 행복한 최적주의자가 되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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