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 이야기 - 책의 역사를 배우는 지식 동화
정설아 지음, 이중복 그림 / 꿈꾸는사람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밤 9시 30분, 두 아이를 이불 속으로 밀어 넣고 책을 읽어준다. 딸아이만 있을 때는 혼자 책 읽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책 읽어주기가 쉽지 않은데, 조카가 와서 함께 있으니 오랜만에 책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꼽 간수를 잘 해야 하는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에서 두 편을 읽어주니 아이들 눈동자가 더 초롱초롱해진다. 

날마다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라대는 딸아이 때문에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끄집어내도 만날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듣는 아이는 했던 얘기라도 좋으니 계속 해달라고 하는데, 정작 이야기 하는 사람이 지겨워서 싫다. 그러면 토라져서 ‘엄마는 나를 옛날보다 안 사랑하나보다’며 돌아눕는다. 이 때 나를 도와주는 것이 책이다. 얼른 재우고 싶은 날엔 내가 읽는 딱딱한 내용의 책, 기운이 좀 남아 있고 간만에 좋은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넘쳐나는 날엔 재미 가득한 이야기책을 꺼내 읽어준다. 이러나저러나 책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렵다. 혼자이기 때문에 수시로 놀아 달라 청하는 딸을 물리치는 방법도 책이고, 부부가 함께 대화하는 시간에 눈치코치 없이 자꾸 끼어드는 딸에게도 책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고마운 책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쁨을 충만하게 느낀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저렴(물론 가계비 지출로 보면 적지 않은 돈이지만)하고 쉽게 책을 구해볼 수 있었던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니, 지금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종이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에는 진흙판과 파피루스, 양의 가죽, 거북이 등껍질과 대나무 등에 글을 썼고 그나마도 누구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동서양 모두 책의 수난 시대도 있었는데, 권력을 가진 귀족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책을 불태우거나 교회의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목적으로 책을 불태웠다. 

이러한 책의 역사를 「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 현대에서 볼 수 있는 모양과 재질과 다르니 이상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나쁜 책이 되어 불태워질 수밖에 없었던 책의 운명, 그럼에도 알고자 하는 이들의 염원과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좋은 책들이 있기까지 책 세상의 책을 몽땅 불태워 자신만이 엄청난 힘을 지니고 싶어 하는 악당 부리부리와 책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온 볼루, 볼루를 도와 책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파피루스 파피가 책이 지나온 역사를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야기 사이사이로 수천 년 전 진흙책과 파피루스, 대나무 책, 종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의 재료를 만드는 방법도 소개되어 “어떻게 그런 걸로 책을 만들어?” 하는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책의 역사도 더듬어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게 될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도 함께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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