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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꿈에는 한계가 없다 - 최고의 멘토들이 전하는 직업 이야기
이영남 지음 / 민음인 / 2011년 5월
평점 :
⌜인생에서 가장 큰 불행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큰 불행은
‘그 무엇’을 너무 늦게 발견하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한 고등학생이 빗을 꺼내들고 지극히 차분한 머리를 틱 장애처럼 끊임없이 빗어 내리면서 단어 사이사이에 욕을 섞어 말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살짝 무거웠던 경험이 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기니 흐트러진(?) 머리를 수시로 손질하는 그 마음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다른 면에서도 마음 쓰임이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것과 같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보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 본인 이외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외적인 면모에 치중하며 오히려 그 치중하는 모습이 보기에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그 아이는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손에는 빗을, 입에는 욕을, 얼굴엔 뽀얀 분가루를 묻힌 아이의 미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그려질 수도 있을 테지만, 부디 그 아이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 없도록 좀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할애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얼마 전에 봉사를 간 공부방의 아이들과 현재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방법, 그리고 가장 좋은 걸 선택해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중학생이 대부분이었기에 성적과 고등학교 입학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는데, 두 아이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털어놨다. 예고를 가고 싶지만 부모님이 반대하는 아이와 아직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 꿈이 있는 아이나 없는 아이나 막연한 것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너무도 쉽게 집안에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으면 된다고 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알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인터넷 검색을 1순위로 올려놓아 답답한 마음 가눌 길이 없었다.
자아성취나 보람 등의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업. 그러나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만 일을 한다고 하면 금방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원망을 세상으로 돌리기 마련이기에 단순한 생존 이외의 ‘그 무엇’이 있어야 사람은 행복함을 느끼며 인생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진로선택의 기로에 놓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막연하게 인기가 많으니까, 돈을 많이 버니까 하는 이유로 어떤 직업을 선망하는 아이들에게 각각의 직종이 갖고 있는 특성이나 연봉, 향후 전망 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해주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마음과 필요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최고의 멘토들이 전하는 직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책 ⌜너의 꿈에는 한계가 없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외과 의사, PD, 공인회계사, 호텔리어, 기자, 회사원, 아나운서, 외교관, 변리사, 방송작가, 통역사, 판사, 승무원, 큐레이터, 조종사, 변호사, 치과의사 등 총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18명의 프로들을 인터뷰해 그들이 성공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일하는 자세, 그 직업에 필요한 재능이나 인성 등을 다양한 각도로 풀어낸 책이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평생 공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험을 앞두고 1년 넘는 세월을 누워서 자보지 못했다는 이나, 맡고 있는 프로를 제작하는데 일점일획의 오류라도 있을까 하루 2∼3시간 밖에 못자고 일을 했다는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들의 성공이 개인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지만 운 또는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언덕을 올라갈 자신이 없었던 사람이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다 지쳐 혼자 그 수레를 끌고 올라가자 신기하게도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는 이야기처럼 ‘성공의 절반인 주위 도움도 결국 자신의 노력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운도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프로 정신에 따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는데, 가장 먼저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나 진로가 고민이 된다는 그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할지언정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어떤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