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맨 - 왕찐드기 나의 영웅 소담 팝스 3
뤼디거 베르트람 지음, 헤리베르트 슐마이어 그림,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길게 살아봐야 백 년도 못사는 인생, 즐겁고 상쾌한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생은 계획한대로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예측이 가능한 일도 아니기에 날마다 유쾌한 일상을 살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때론 유쾌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평범한 날만 계속되어도 소원이 없겠다 싶을 때가 있으니, 사차원 소년 카이에게는 이 ‘평범함’이 더욱 절실하다.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닌 연극배우 부모님과 특별함을 넘어 기이함까지 보여주는 누나가 있어서인지 카이는 알게 모르게 그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방어기제를 어릴 때부터 준비해 두었나 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카이의 일상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일으키게 만드는 주범인 쿨맨.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카이에겐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조언이라고 해 주는 것이 늘 사고의 시작이다. 더군다나 사고 후에 카이를 위로하는 수준은 언어유희의 최고봉.

글자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하는 책의 도입 부분부터 범상치 않은 ⌜쿨맨 - 왕찐드기 나의 영웅⌟은 한마디로 ‘깨는’ 책이다. 일상적 규범이나 바람직한 어른상, 어린이상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내용이 많다. 그 보통의 범주에 속하는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읽었을 때 혹시나 생길 부작용(예를 들자면 안 그래도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로 일상생활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딸아이의 상상력을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기지만, 상상하는 것도 어렵고 상상을 했다 하더라도 현실에 적용해 보기엔 무리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빠르게 자란 아이들에게 엉뚱하고 유쾌한 일로 가득한 이 책이 대리 만족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것에 대해 즉각적이고도 걸러지지 않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의 특성답게 책을 읽으면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깔깔거리며 웃는 딸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웃게 만드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이미 일어난 일로 인해 기운 빠진 카이에게 일어나지도 않은 더 끔찍한 상황을 상상하게 하며 다시 기운 차리게 만드는 쿨맨, 밉상이지만 길게 미워할 수 없는 재미난 캐릭터의 탄생이다.

‘하늘 산 소닌’과 ‘주디 무디’ 이후에 한동안 뜸했던 시리즈물을 다시 읽으니 후속편을 기다리는 재미가 다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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