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아라 고래 - 하늘을 날고 싶은 꼬마 펭귄 '고래'의 꿈과 모험 ㅣ 초등 3.4학년을 위한 성장 동화
김혜란 지음, 김준연 그림 / 써네스트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하늘을 포기한 조상을 바보라고 여기는 꼬마 펭귄 고래는 세상이 정해준 틀 안에서 살아갈 것을 강요받는 게 못마땅하다. 여느 꼬마 펭귄들처럼 중심을 잡아 미끄럼 타는 것도, 배를 깔고 엎드려 멋지게 슬라이드 하는 것도 어설픈 고래. 생각이 많아 활동적인 친구들에게 외면당하지만 특별한 펭귄이 되고 싶은 열망을 가슴에 품고 산다. 게다가 수업시간 중 몰래 빠져나왔다 만나게 된 큰새 할아버지(엘바트로스)로부터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는 하늘을 날며 먼 곳을 여행하고 싶은 꿈을 꾼다.
고래를 타고 북극으로 간 페페라는 펭귄의 모습을 그리며 꿈을 키우는 동안 젊은 펭귄이 된 고래. 그 사이 무리의 리더인 아빠가 생존의 리듬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소수로 인해 가슴 아픈 경험을 하고, 오직 먹고 사는 일과 천적으로부터 살아남는 일만 생각하는 리더를 존경할 수 없어 무리를 떠나기도 한다.
‘하늘과 바다와 육지에서 더 이상 조롱당하지 않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적극적인 개척’을 하고 싶은 고래는 자신의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늘을 날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결국 펭귄 무리의 새로운 리더를 뽑는 과정에서 만난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진짜 날았는지, 착각인지 알 수 없으나 리듬을 타면서 바람을 느끼는데 성공하고 무리에게 닥친 위험을 알리면서 새로운 리더로 부상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그러면서 불가능한 일엔 기운 빼지 말라고 한다. 상황을 바꿀 힘이 네게 없으니 변해야 하는 것은 너라고. 그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기에 모두가 인정하는 쉬운 길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경쟁은 물론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늘 가슴 한쪽을 차지하면서 시시때때로 번민하게 된다.
때문에 펭귄 고래처럼 주변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지 않고 가슴에 차오르는 열망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편이 시원해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동경하던 페페가 펭귄 무리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무리가 수난을 겪었고, 그가 바로 자신의 아빠라는 것을 알게 된 고래는 무리를 이끄는데 있어서 개인의 무분별한 욕망이 얼마나 치명적인 지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과 펭귄 무리의 가능성을 꿰뚫어 본 고래는 무리로부터 생존이라는 큰 숙제 앞에서 소수를 보호하고 이끄는 것까지 수긍하게 하고 함께 길을 떠나는데 성공한다.
알을 깨고 나온 아기 펭귄이 장성해 무리의 리더가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이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잔잔히 이어지는 ⌜날아라 고래⌟는 아이들을 위한 성장 동화다. 그러나 꿈이 있다고는 하나 진정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데는 지극히 소극적인 내게도 감동을 주는 한편, 세상을 살아갈 때 한쪽 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