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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 -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따뜻한 이야기
롭 부예 지음, 김선희 옮김 / 다른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3학년이 시작되는 첫 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진짜 천사처럼 예뻐!” 하면서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같이 기뻐해 주었다. 아이들은, 특히나 여자 아이들은 여선생님이 예쁜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유치원 때부터의 경험을 되살리다보면 그 예쁨이 결국 외모에만 국한되는 게 아님을 알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데, 담임선생님이 예뻐서 기분이 좋다면 그것만으로도 새 학기 시작으로 좋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워낙 학교 다니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지만, 얼마 안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학교 가는 게 싫다고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다며 배앓이를 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보니, 스트레스가 원인인 복통이라며, 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와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한 결과, 향이 강한 반찬을 먹다 토했는데, 토한 칸만 빼고 다 먹으라는 선생님의 명령에 그것을 다 먹고 급식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한편, 무서운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서 10살이라는 아이가 썼다고 보기엔 너무도 무서운 자살, 낙상 등에 대한 일기를 써서 가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했다.
아이가 얼마가 고통스러운지, 무서워하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아이가 단체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계속 타이르고, 때론 혼내기도 하면서 학교에 보낸 지 어언 10여 개월,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아이를 혼내는가를 직접 목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충격은 아이보다 내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이에게 부족한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넘치게 많은데, 선생님은 늘 부족한 면에 초점을 맞췄고, 게다가 본보기로 더 자주 혼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사고와 언어가 동시에 멈추고 말았다.
정말 좋은 선생님들은 책에서만 존재하는가 보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보다 학생 수가 절반 이상이나 줄었어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버거울 뿐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의 테업트 선생님처럼 악동이어도, 고집불통이어도, 가족문제로 상처받아 스스로 고립되기를 원하는 섬세한 아이들에게도, 신경질쟁이에 편 가르기 대장이어도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방법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시며 유도하는 일은 진정 책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강한 의문이 생겼다.
그나마 1, 2학년 때 만난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가 보통의 범주에 들어가는 아이는 아니지만, 수업을 방해한다거나, 수업 내용을 따라오지 못한다거나 하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 나름대로의 특성을 이해해 주셨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며 좋은 선생님만 만나기를 바라는 건 정말 엄마의 욕심이었나 보다.
때때로 주변에서 들려오는 선생님들에 대한 실망스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착잡한 기분이 들다가도, 요즘 아이들 모습을 보면 또 선생님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이해도 되었는데, 막상 우리 아이에게 닥친 일을 보았을 때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우리 아이보다 훨씬 더 문제 많고 어려움이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녹이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지혜롭게 이끌어주시는 테업트 선생님을 보니 지금 처한 현실이 더 막막해 보인다.
만약 테업트 선생님이라면 급식 지도를 어떻게 했을까? 자살충동에 대한 일기에 어떻게 반응하셨을까? 단체생활에서의 규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을까 아니면, 병으로 인해 몸이 약해졌을 때는 규칙에 예외를 두실까? 참 많은 궁금증이 일었다.
어떤 일을 겪어도 그 일을 계기로 나아질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조금 덜 상처받기를,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재의 담임선생님에게서 실망스런 부분보다 감사할 부분을 더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아이에게 숙제와 준비물 잘 챙기고, 쉬는 시간에 책에 푹 빠져서 수업시간이 된 것을 놓치지 말고, 선생님이 말씀하실 땐 시선을 항상 선생님께 두라고 강조하고 있다. 왜냐면,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테업트 선생님이 될 수는 없는 일일 테니 말이다.
참 좋은 선생님과 행복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 기죽고 마음 상하니 참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