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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를 사랑한 고양이 ㅣ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6
레나 헤세 글.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결혼 전엔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이성에게 끌려 결혼에 이르지만 이런 이유로 결혼한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가장 큰 이유로 배우자의 성향이 자신과 너무 달라 힘들다 즉, 성격차이로 따로 사는 게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한다. 부모교육을 다녀도 아이들의 인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주 양육자이기 때문에 강사는 부부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성격차이로 인한 갈등을 겪는 부부가 있다면 처음 사랑이 시작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권유한다. 너무 골이 깊게 팬 경우가 아니라면 이런 교육만으로도 가족관계가 예전보다 좋아진다.
서로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만한 깊은 마음, 이질감을 극복하고 서로를 품을 수 있을만한 관대함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하늘을 나는 거위와 나무타기가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고양이는 어떻게 단짝이 되었을까? 거위를 사랑한 고양이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거위. 이 둘에게 허락된 시간은 유한하다.

매서운 추위가 오기 전부터 다시 봄이 오기까지 기나긴 비행을 시작한 거위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고양이나, 떠난 곳에서도 고양이를 그리며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는 거위는 끝도 없이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견뎌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이 둘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책 ‘거위를 사랑한 고양이’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늘 인식해야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집어낸다.

“중요한 건 우리 둘이 함께 있다는 거야!”
책 속의 프레드와 애너벨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가르쳐줄 수 있지만 똑같이 좋아하고 잘해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함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하고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해준다. 소중한 존재가 내 옆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함을,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 뿐인 존재인 내가 존중받을 때 흡족한 마음이듯 나 역시 상대를 그렇게 대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함을 마음으로 다짐해본다.
또다시 추운 겨울이 되면 떠나야 하는 거위지만, 이 둘은 알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기에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중요하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