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의자
길지연 옮김,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타 후미코 글 / 홍진P&M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작은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가구 만드는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은 의자는 한 아주머니에 의해 아기가 태어나는 집으로 선물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의자에 앉기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그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기다림이었습니다. 아기는 금세 자랐고 의자를 무척 좋아해서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의자는 때로는 책상으로, 때로는 자동차로, 때로는 터널로 바뀌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도 함께 하게 됩니다. 아기가 자라 소년이 되었을 때, 소년은 의자가 작아져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고 의자는 창고로 옮겨집니다. 창고는 어둡고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해서 답답하고 심심했습니다.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어졌을 때 의자는 몸에 잔뜩 힘을 주게 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의자가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의자는 이제 처음 자신을 만드시던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귀여운 아기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아이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곤 어느 숲에 이르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다가 의자를 주워갑니다. 할머니 집에는 아이가 없고 인형들만 가득했어요. 할머니는 작은 의자에 인형을 앉혔습니다. 예쁘게 생겼지만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인형이 작은 의자에 앉고 난 얼마 후 할머니가 병이 나서 먼 도시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며칠 후 낯선 사람들이 와서 할머니의 짐을 옮겨갔고 다시 내렸을 때는 낡은 물건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 가게에서 작은 의자는 오래 있었습니다. 인형이 팔려간 후에도 한참을 더.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부부가 가게 앞을 지나는데 남자가 의자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작은 의자도 남자를 보며 생각합니다. ‘아, 이 사람을 보았는데 누구였더라?’ 남자도 말합니다. ‘잠깐만, 이 의자 본 적이 있어.’  어릴 때 작은 의자에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을 남자는 기억합니다. 그리곤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작은 의자를 사갑니다.

  ‘작은 의자’는 짧은 내용에 비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은 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숲의 일부였다는 것, 그리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 아닌 가구 만드는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할아버지의 바람을 담고 탄생한 물건입니다. 작은 아이를 생각하고 어느 곳 하나 날카롭지 않게 튼튼하게 만든 할아버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인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날 아기가 단지 부모님의 기쁨이요 축복이 아닌 관계 맺어 진 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소망 속에 태어난다는 것을 의자를 선물하신 친척 아주머니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의자에 앉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하는 아기아빠에게 엄마는 금세 자랄 것이라 말하지요. 나도 내 딸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서 아이는 정말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금세 자란다는 것을 공감합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의자에 애정을 느끼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내 딸이 작은 박스 하나에도, 찢어진 종이 한 장, 줄 끊어진 목걸이의 구슬 한 개에도 애정을 보이며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건이 그냥 물건이 아니라 만든 이의 정성과 소망이 담긴 물건일 때, 그 소망대로 쓰이지 못하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구나, 사람을 만드신 조물주도 우리가 아름답게 살지 못하면 많이 슬프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물건들이 흔하게 있어서 물건의 소중함을 정말 모르지만,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이 자라서 더 이상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 때 그냥 버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잘 쓸 수 있는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을 품으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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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의자
길지연 옮김,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타 후미코 글 / 홍진P&M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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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작은 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가구 만드는 할아버지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작은 의자는 한 아주머니에 의해 아기가 태어나는 집으로 선물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의자에 앉기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그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기다림이었습니다. 아기는 금세 자랐고 의자를 무척 좋아해서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의자는 때로는 책상으로, 때로는 자동차로, 때로는 터널로 바뀌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도 함께 하게 됩니다. 아기가 자라 소년이 되었을 때, 소년은 의자가 작아져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하고 의자는 창고로 옮겨집니다. 창고는 어둡고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해서 답답하고 심심했습니다. 좀이 쑤셔 견딜 수 없어졌을 때 의자는 몸에 잔뜩 힘을 주게 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의자가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의자는 이제 처음 자신을 만드시던 할아버지의 바람대로 귀여운 아기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아이를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곤 어느 숲에 이르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다가 의자를 주워갑니다. 할머니 집에는 아이가 없고 인형들만 가득했어요. 할머니는 작은 의자에 인형을 앉혔습니다. 예쁘게 생겼지만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인형이 작은 의자에 앉고 난 얼마 후 할머니가 병이 나서 먼 도시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며칠 후 낯선 사람들이 와서 할머니의 짐을 옮겨갔고 다시 내렸을 때는 낡은 물건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그 가게에서 작은 의자는 오래 있었습니다. 인형이 팔려간 후에도 한참을 더.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부부가 가게 앞을 지나는데 남자가 의자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작은 의자도 남자를 보며 생각합니다. ‘아, 이 사람을 보았는데 누구였더라?’ 남자도 말합니다. ‘잠깐만, 이 의자 본 적이 있어.’  어릴 때 작은 의자에 앉아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을 남자는 기억합니다. 그리곤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작은 의자를 사갑니다.

  ‘작은 의자’는 짧은 내용에 비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은 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숲의 일부였다는 것, 그리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 아닌 가구 만드는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할아버지의 바람을 담고 탄생한 물건입니다. 작은 아이를 생각하고 어느 곳 하나 날카롭지 않게 튼튼하게 만든 할아버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작품인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날 아기가 단지 부모님의 기쁨이요 축복이 아닌 관계 맺어 진 많은 사람들의 기쁨과 소망 속에 태어난다는 것을 의자를 선물하신 친척 아주머니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막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의자에 앉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하는 아기아빠에게 엄마는 금세 자랄 것이라 말하지요. 나도 내 딸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하면서 아이는 정말 우리가 알게 모르게 금세 자란다는 것을 공감합니다.

  아기가 자라면서 의자에 애정을 느끼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며, 내 딸이 작은 박스 하나에도, 찢어진 종이 한 장, 줄 끊어진 목걸이의 구슬 한 개에도 애정을 보이며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건이 그냥 물건이 아니라 만든 이의 정성과 소망이 담긴 물건일 때, 그 소망대로 쓰이지 못하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겠구나, 사람을 만드신 조물주도 우리가 아름답게 살지 못하면 많이 슬프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물건들이 흔하게 있어서 물건의 소중함을 정말 모르지만, 이 책을 보며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이 자라서 더 이상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 때 그냥 버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잘 쓸 수 있는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을 품으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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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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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이렇게 엉뚱하고 답답하며 또 공감 가는 이야기가 있었던가? 로큰롤과 텔레비전을 끼고 살며 여성 해방의 최전선인 가정에서 육아와 살림을 맡아 하는 주인공 마티는 아내에게 버림을 받고 만다. 아내가 사회생활을 최적의 상태에서 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주고 식생활에서도 최고의 것만을 직접 만들어주며 아이가 아플 때에는 엄마를 대신해 밤을 새워 돌보는 마티. 그런 자신을 집 밖으로 내몰려는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공감이 가는데 이유는 여성이 주부로서 온전히 살 때, 남성들은 여성들이 집 밖의 생활도 있다는 것을 굳이 이야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성이 집안일을 대신할 때는 왜 그렇지 못한가? 아마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옛날부터 관습적으로 여성은 여성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남성은 남성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알게 모르게 배우고 생활 속에 뿌리깊이 녹아있기 때문은 아닌가싶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티는 불쌍하게 아내에게 버림을 받는 남편으로 보이지만 아내 헬레나의 입장에 서면 그렇지만도 않다. 미래에 대한 꿈도 없고 사회적 부적응자가 분명한 남편을 바라볼 때 얼마나 애가 타고 답답했을지 상상이 간다. 정작 문제가 산더미처럼 커진 자신들의 것은 어떤 노력이나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으면서 말로서 세상을 바꾸려 하는 남편.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성향과 다른 정치적 발언을 들으며 양동이를 놓고 토하는 남자를 도대체 어떤 여자가 참고 살 수 있을까?

  아내의 마음을 돌리고 다시 곁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는 정원이 딸린 아담한 집을 마련하는 것이라는데 결론을 내린 마티. 그때부터 ‘내 집 마련’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그러나 보통의 방법, 즉 부동산을 통해 시세를 알아보고 자신의 자산과 은행 대출을 고려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 마티가 자신의 집을 갖는 데는 괴상망측하고 어이없는 방법을 동원한다. 턱없이 높은 집값으로 시작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마티의 내 집 마련은 직장과 장물 취급, 마사지사로서의 생활을 병행하게 한다. 여기에 엽기적인 행각은 계속되어 집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스크랩하고 관련한 사람들의 신상을 필요이상(스토커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으로 수집한다. 이웃의 휴대폰을 몰래 훔치고, 이웃으로 점찍은 자들의 집에서 오줌을 누는가 하면 그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자 다시 접근하는 사이코적인 행동을 예사로 한다. 급기야 사고자 마음먹은 노인의 집을 내놓은 값의 80%도 안주고 억지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 일로 마티는 결국 경찰서행이 되고 만다.

  1년 전 아내가 곁을 떠났을 때의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맨 첫 장의 글과 같은 똑같은 글로 마무리된 ‘그 남자는 불행하다’는 주인공 마티와 아내, 위층 사람들, 이웃, 부동산 중개업자, 경찰등 모두 1인청 화법으로 글을 써 나가 생동감 있지만 끝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 등장인물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면면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보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모양만 다를 뿐이지 내 안에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덮으며 가족을 이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을 갖기는 우리나라나 이웃 일본, 멀리 유럽의 핀란드까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렵게 찾은 사랑과 행복을 또다시 자잘한 실수로 떠나보내지 말고 황혼의 나이까지 잘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핀란드식의 블랙 유머, 잘 읽었습니다, 카리 호타카이넨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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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14
모모 카포르 지음, 김지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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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오고 비오는 날, 운전하는 남편과 언니, 그리고 동생들을 걱정하는 것. 새벽녘 추위에 눈도 제대로 못 뜬 상태에서 딸아이가 이불을 차내고 자는 것은 아닐까 하며 딸의 방문을 열고 확인하는 것. 무더위에 허름한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청소에 여념이 없는 아빠를 볼 때 가슴이 저리는 것. 고기라면 입에는 물론 젓가락이 닿는 것도 싫은데 아이와 남편을 위해 양념육을 사 와 맛있게 먹을 저녁 시간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내가 살면서 느끼는 사랑이다. 이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나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어느 날 저녁 별 무리 중에서 작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난 여자아이 싸냐의 무릎에 점으로 내려앉는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사내아이 바냐와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결혼에 이르지만, 싸냐만을 사랑하겠다는 바냐의 굳은 맹세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세상에 너무 쉽게 흔들리고 만다. 싸냐에게만 시선을 두지 못하는 바냐는 싸냐가 그의 곁을 떠났을 때에라야 겨우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싸냐를 찾아 끝을 향해 내닫는다. 왜 바냐는 함께 별을 바라보던 순수의 시간, 꽃을 선물하던 아름다운 시간, 새로 산 자전거와 오래 기다린 그네를 양보하던 배려의 시간들을 잊었던 것일까?

  가로등을 밝히기 위해서 별을 쫓는 가로등지기 노인처럼, 자신의 가슴을 빛나게 해주는 훈장을 갖고 싶어 별을 쫓는 힘 센 장군처럼, 반짝이는 귀걸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 많은 귀부인처럼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 자체로 인정하고 보호하며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나 자신의 생각에 따라 바꾸고 싶어 한다. 그리고 처음 사랑했던 본질은 잊은 채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며 결국 사랑했던 기억마저 부정하는 사람들.

  이제 나도 바냐를 보며 알게 되었다. 아니,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인정이 되고 나를 바꾸고 싶게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가 될지, 어떤 모습으로 떠날지 알 수 없지만, 정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랑하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더 행복할 수 있도록 하리라. 줄어든 몸 때문에 너무 커진 바지를 접어 입고 쓸쓸히 고개 숙인 싸냐의 모습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지 않기를, 사랑이 떠난 후에 사랑의 흔적을 찾아 내 발치만을 내려다보며 살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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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건 이야기 -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있다
케네스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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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책을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베스트셀러로 널리 알려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작가 캔 블랜차드와 골프 선수로 활약하다 기업을 상대로 자선 강연과 클리닉을 운영하는 월리 암스트롱의 공저인 ‘멀리건 이야기’가 바로 내 행복지수를 높여준 주인공이다.

  내 인생 36년을 통 털어 골프와 관련된 기억은 단 두 가지다. 하나는 20대 초반, 새로운 일에 대한 열망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던 때가 있었다. 1년간의 훈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여성으로서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는 차량정비사로 1년 반 남짓한 시간을 정비공장에 몸담고 있었는데, 그 공장이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곳이었다(물론 지금도 카센타나 정비공장의 수준이 그만한 곳은 거의 없지만). 정비공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한 시설과 친절함, 그리고 직원을 위한 운동설비가 지하에 있어서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 때 처음 골프채라는 것을 잡아 보았는데, 지금도 ‘기마자세 비슷한 동작이 참 힘들었지’라는 생각만 남은 걸 보면 내게 골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운동으로 여겼던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더 오래된 기억인데 컨트리클럽 바로 옆에 2년 정도 살았던 그 집에서는 심심치 않게 컨트리클럽에서 날아온 골프공이 선물로 주어졌다는 것이다(신기하게도 마당 끝에 있는 장독은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멀리건 이야기’의 주인공 폴이 어린 시절에 골프공을 주워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작 알았다면 용돈깨나 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폴은 성공한 사업가이다. 학업도 결혼도 사회에서의 성공도 폴은 정복해야할 대상이라 생각하며 매 순간 주위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그 대상에만 집중하며 살았다. 그 결과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고 하나뿐인 아들과도 늘 바쁜 스케쥴 때문에 남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지만 그것이 폴의 심장을 움직이는 못한다. 그런 그에게 가장 최근에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 골프였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골프선수 데이비스 러브 3세를 만나는 날, 최고의 모습으로 데이비스 러브 3세의 눈에 들고 싶었던 나머지 계속된 실수를 하던 폴은 그나마 잘 쳤던 공이 막판에 생각대로 쳐지지 않자 퍼터를 호수에 던지고 마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고 만다. 이 일을 계기로 원하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데이비스 러브 3세로부터 ‘게임을 보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짐작’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데이비스 러브 3세에게 ‘올드 프로’를 소개 받았고 폴은 그를 통해 그 때까지 자신에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올드 프로는 골프와 인생을 같은 선상에 두고 골프에 임하는 자세와, 경기에서의 유의해야 할 점들이 인생을 사는 데에서도 틀리지 않음을 가르쳐준다. 자신의 능력만큼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고, 너무 못할 수도 있으며 때론 너무 잘해서 성공에 대비해야 하는데 인생도 그와 같다. 올드 프로와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폴은 자신에게 바람직한 아버지의 상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알콜중독자였던 아버지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학교에서 만난 코치도 여교사와 바람이 나 가족을 배신하고 야반도주하는 일을 경험했기에 세상에서 누군가를 의지하기 보다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배웠다. 그러나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신의 도움 없이 살 수 없음을, 신은 내가 한 일의 결과로 나를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나라는 인간 자체의 가치만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을 배우고 그것을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화통화 한 번 없이 남처럼 살던 아들 제이크가 폴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켰을 때 직접 경험하게 된다. 스스로가 아버지와 같은 실수를 자신의 아들에게 행하고 있음을 깨달은 폴은 차츰 아들에게 다가서는데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고 제이크는 더없이 소중한 것으로 보답한다. 바로 ‘사랑’으로.. 
  세상을 살 때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능력이나 성공 같은 가치는 관계와 배움으로 바뀌게 되었고, 긍정의 언어와 궁극의 멀리건을 적용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멀리건이란 친선골프경기에서 실수로 샷을 망쳤을 때 첫 번째 샷만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골프에서는 첫 샷에서만 멀리건이 가능하지만 인생에서의 멀리건은 수 없이 많이 주어진다. 그 멀리건을 잘 사용하여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포기하고 인생을 암흑으로 만들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매 순간 망각하지 않고 절대자의 존재를 인정하며 기댈 수 있는 자는 生에서 이미 우승 트로피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트로피에 새겨진 문구는 바로 바로 ‘Well Done'이다. 

    골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멀리건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난 후,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은 내가 느끼는 만족감이 무척 크다는데 있다.

  다음은 내가 밑줄 그어 놓은 부분 중 일부를 옮겨봤다. 다 옮기려면 또 한 권의 책을 써야할 듯해서 아쉽지만 이걸로 만족한다.


세상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정말 인생에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나 봐. 내가 전반 아홉 홀 동안 그토록 얼간이 같이 굴지 않았다면, 월 던과 함께할 기회 역시 생기지 않았겠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건가 봐.


골프의 규칙 = 인생의 규칙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방해하거나, 환경을 망치는 일만 말게.


내가 믿는 신은 사랑으로 가득하지. 나는 그분이 단 한 명이라도 쓸모없는 인간을 만드셨을 거라곤 생각지 않네. 즉 자네나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이지.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골프를 아무리 잘 쳐도, 다른 걸 아무리 잘한다 해도 신이 나에게 주신 그 사랑과 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세.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을 이미 받고 있고, 신의 눈에 비친 나의 가치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것이지. 그렇다고 내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고쳐야 할 부분이 없다는 것도 아니네. 그래도 내 자신의 가치는 바위처럼 굳건하다는 거지. 나는 매일매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실수를 바로자고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을 못살게 굴지는 않네. 이미 충분히 용서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알람(공포, 경보)시계라는 이름말일세. 왜 그걸 ‘기회를 주는 시계’나 ‘좋은 하루 될 거예요 시계’라고 부르지 않는 걸까?


성경bilbe이란 ‘이 땅을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

Basic Instruction Before Leaving Earth


세상에 나쁜 날씨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오래전에 깨달았지. 오로지 날씨에 맞지 않는 복장이 있을 뿐이지.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나 자신을 꾸짖기보다는, 오히려 그 실수로부터 뭔가를 배우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함은 자네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지. 자비는 잘못을 저지르고 자신이 받아야 할 값보다 적게 받는 거야. 은혜란 잘못은 자네가 저질렀지만 다른 누군가가 대신 그 값을 받는 거라네. 그런데 신은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었지. 그리고 그 은혜는 영원하기에 신은 우리에게 궁극의 멀리건을 주실 수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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